[아시안게임] 뿌듯한 여홍철 "서정이가 저보다 게임을 더 잘 뛰는거 같아요"

"올림픽 금메달 아빠한테 걸어주겠다"는 소감에 "인터뷰도 잘해요" 흐뭇
딸의 금메달 획득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본 아빠 여홍철(47) 경희대 교수는 방송 해설 중 눈물을 보였다.한국의 집에서 TV로 둘째 딸의 경기를 지켜보던 엄마 김채은(45) 대한체조협회 전임지도자도 기쁨의 눈물을 맘껏 쏟았다.

23일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여자 도마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두 체조인의 딸 여서정(16·경기체고)도 두 번이나 울었다.

전광판에 뜬 점수를 확인하고 금메달을 확정 지은 순간, 그리고 믹스트존 인터뷰에서 아버지의 눈물 얘기가 나왔을 때다.여서정이 "도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내 아버지에게 걸어드리겠다"고 말했다고 전하자 여 교수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다가 "인터뷰도 잘한다"며 딸을 대견하게 여겼다.
여서정은 1, 2차 시기 평균 14.387점을 획득해 7차례나 올림픽에 출전한 불혹의 체조 선수 옥사나 추소비티나(43·우즈베키스탄)를 0.1점 차로 따돌리고 정상에 올랐다.

이제 갓 시니어 무대에 데뷔한 새내기가 수많은 관중 앞에서 전혀 떨지 않고 준비한 연기를 완벽에 가깝게 선보였다.착지에서 승패가 갈리는 도마 종목의 특성상 공중회전 후 매트 위에서 주저앉거나 몇 발자국 뒤로 물러서는 일이 다반사지만, 여서정은 단체전 예선, 단체전 결선, 그리고 도마 결선에서 한 번도 쓰러지지 않았다.

기껏해야 착지 후 한 발짝 물러서 감점을 최대한 피했다.
여 교수는 "서정이가 어렸을 적 출전한 첫 대회부터 긴장하지 않고 자신의 기술을 잘 펼쳤다"며 "아시안게임이라는 큰 무대에서도 크게 흔들리지 않는 모습을 보면 나보다 훨씬 실전에서 잘하는 것 같다"고 딸을 높게 평가했다.'도마의 신' 양학선이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한국 체조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을 따기 전, 여 교수는 금메달에 가장 가깝게 간 선수였다.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도마에서 화려한 공중회전을 선보이고도 착지 때 무너진 하체 탓에 아쉽게 정상 문턱에서 돌아서야 했다.

여 교수에게 이 순간은 두고두고 한(恨)으로 남았다.

묵직한 마음의 짐은 22년이 지나 자신과 아내의 우월한 유전자를 물려받은 여서정이 완벽한 착지로 금메달을 획득한 이날에서야 비로소 일부 사라졌다.

여 교수는 "서정이가 많은 관중 앞에서도 대범한 모습을 보였다"고 했다.

그 대범함을 누구에게서 물려받았느냐고 묻자 여 교수는 조용히 웃었다.
여 교수는 딸이 다치지 않고 지금 페이스를 계속 밀고 나간다면 도쿄올림픽에서도 충분히 메달을 딸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그는 "색깔은 알 수 없지만, 메달은 딸 것으로 기대한다"고 자신 있게 답했다.

여 교수는 "오늘 서정이가 구사한 난도 5.8점짜리, 5.4점짜리 기술은 완벽하게 서정이의 것이 됐고, 긴장했겠지만 그래서 실수가 적었다"며 "난도 6.2점짜리 '여서정'과 같은 어려운 기술은 2∼3년 정도 연마해야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다"고 조언했다.

도쿄올림픽에서 사용할 기술로 '여서정'을 정밀하게 가다듬으면 좋겠다는 말이었다.

'여서정'은 공중회전 때 두 바퀴 반(900도)을 비트는 아빠의 기술 '여 2'보다 반 바퀴(180도) 적은 720도를 회전하는 기술이다.

여 교수는 "10월에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는 우리나라 여자 대표팀의 올림픽 단체전 출전에 중요한 대회이므로 서정이가 지금의 기술을 더욱 정확하게 연마해 좋은 점수를 올리기를 기대한다"며 올림픽에 혼자 출전하는 것보다 단체팀의 일원으로 함께 '꿈의 무대' 올림픽에 나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올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선 올림픽 단체전에 나갈 팀을 24개로 추리고, 내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올림픽에 나갈 12개 팀을 확정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