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오-비건 콤비 내주 동반방북… 북미 비핵화협상 중대분수령

5개월여 공석 대북특별대표 전격 발탁…빨라지는 한반도 비핵화 시계
'FFVD' 목표 재확인…'핵신고 리스트-종전선언 빅딜' 성사 여부 주목
한반도 비핵화 시계가 다시금 급박하게 돌아가게 됐다.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4차 방북 시간표가 8월 말인 '다음 주'로 확정된 데다 대북 실무협상을 진두지휘할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인선이 전격 이뤄지면서다.

이로써 '빈손 방북' 논란을 빚은 폼페이오 장관의 지난달 6∼7일 3차 평양행 이후 교착 상태를 보여온 북미 협상의 돌파구가 마련되면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프로세스에 대한 논의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될 전망이다.

무엇보다 폼페이오 장관의 이번 방북은 내달 줄줄이 예고된 일련의 외교적 '빅 이벤트'의 첫 테이프를 끊으면서 그 이후 한반도 정세의 향배를 가를 중대 분수령이자 시금석이 될 것으로 보인다.폼페이오 장관은 23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스티븐 비건 포드 부회장을 대북특별대표에 지명하며 다음 주 비건 신임 대북특별대표와 함께 방북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폼페이오 장관의 4차 방북은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곧"이라고 예고하면서 공식화된 뒤 사실상 시점 발표만 남겨둔 상태였다.

다만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도 구체적 방북 시점을 못 박아 언급하진 않았다.트럼프 행정부가 조셉 윤 전 대표의 2월말 은퇴선언 이후 5개월여 공석으로 남겼던 대북특별대표를 기용, 내주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길에 동행하도록 하는 것은 적지 않은 의미를 담고 있다.

비핵화 협상 재개와 맞물려 실무협상 대표를 임명함으로써 장기전에 본격 대비, 반드시 성과를 내겠다는 메시지를 북측에 발신하는 것으로 볼 수 있어서다.

폼페이오 장관이 총책으로서 전체 상황을 챙기며 중요한 고비마다 지금처럼 방북할 수는 있겠지만, 협상의 밀도와 속도를 높이기 위해선 전담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여기에 방북에 앞서 그만큼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촉구하는 차원도 깔려 있어 보인다.

신임 대북특별대표를 대동한 폼페이오 장관의 동반방북은 이후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 프로세스 로드맵의 순항 여부를 가를 풍향계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그 결과에 이목이 쏠린다.

일단 폼페이오 장관이 이날 '내주 방북'이라고 공식화한 것 자체가 그동안 진행돼온 북미 간 물밑 접촉에서 완전한 비핵화와 체제 보장을 주고받는 '빅딜'에 대한 큰 틀에서의 의견접근이 이뤄지는 등 의미 있는 진전이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불러 일으킨다.

3차 방북 때 불발됐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면담을 확약받았다는 신호가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이번 4차 방북 기간 진행될 '평양 담판'과 관련, 워싱턴 외교가 안팎 등에서 무게 있게 거론되는 것은 핵 신고 리스트와 종전선언을 맞바꾸는 시나리오이다.

다만 북한 입장에선 법적 구속력이 없는 종전선언에 기대 '불가역적 조치'인 핵 관련 리스트 전면 신고를 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보일 수 있고, 미국으로선 핵 리스트 전체가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주한미군 철수 등 북측의 다른 요구들로 이어질 수 있는 종전선언을 선뜩 해주기란 내키지 않을 수 있어 양측이 '일부 신고'와 '무게감을 낮춘 종전선언'의 교환 등을 통해 타협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폼페이오-비건' 콤비가 이번에 의미 있는 성과를 견인해 낸다면 빅 이벤트들이 몰려있는 9월을 기해 한반도 평화구조 정착의 첫 단추이자 비핵화 견인의 촉매제가 될 '종전선언'이라는 결실로 이어질 수 있는 토대가 구축될 것으로 보인다.

폼페이오 장관의 4차 방북→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3차 남북정상회담을 거쳐 유엔 총회를 전후해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 정상이 모여 종전선언을 하는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언급한 2차 북미정상회담의 조기 현실화 가능성도 커지게 되고, 6·12 싱가포르 북미회담의 공동성명 이행을 위한 후속 작업 논의에도 전반적으로 봇물이 터지면서 탄력을 받게 될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북미 간 오랜 불신을 걷어내고 신뢰를 차근차근 쌓아간다면 그동안 양측이 선후관계를 놓고 힘겨루기를 해온 비핵화 및 체제 보장 시간표가 전체적으로 앞당겨질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그러나 반대로 폼페이오 장관이 이번 방북에서도 기대 만큼의 성적표를 거두지 못한다면 이후 프로세스를 진행하는데 일정 부분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물론 이 경우 북미 정상이 2차 정상회담 카드를 활용, 엉킨 실타래를 풀기 위해 '톱다운'식으로 직접 나설 가능성도 차단할 순 없지만, 정교한 세부조율 없이 바로 2차 정상회담으로 직행하기에는 현실적 난관이 크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그만큼 폼페이오 장관과 비건 신임 대북특별대표의 동반방북이 갖는 상징적 무게가 크다는 점에서 미국은 이번 4차 평양행이 '빈손'이 되지 않도록 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재무부가 지난 21일 불법 석유 환적 등을 이유로 러시아 해운회사 2곳과 선박 6척을 추가 제재한 것을 비롯해 이달 들어서만 3차례에 걸친 미국의 대북 독자제재가 단행된 것도 북한의 실질적 초기 비핵화 조치를 끌어들이기 위해 압박 수위를 최대한 높이려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폼페이오 장관과 비건 신임 대북특별대표 모두 이날 방북을 앞둔 기자회견에서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북한의 비핵화'(FFVD)가 트럼프 행정부의 목표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특히 비건 신임 대북특별대표에 대해 "거친 협상 환경"(tough negotiating settings)에도 폭넓은 경력을 갖고 있다"고 강조, 쉽지만은 않을 협상에 충분히 대비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번 방북이 순항하더라도 앞으로 진행될 마라톤협상 국면에서 북미 간 신경전이 팽팽하게 전개될 것이라는 점을 예고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