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부부동반 출전 무산에… 장경구는 아내 위해 달렸다

'트랙 국가대표' 아내 유선하, 허리 부상으로 출전 불발
"꼭 우승해서 아내에게 보답하고 싶었는데 아쉬워"
도로 사이클 국가대표 장경구(28·음성군청)는 23일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 개인도로 경기에 나서기 전, 출전 명단에 사인할 때 아내의 이름을 적었다.장경구의 아내는 트랙 사이클 국가대표 유선하(29·음성군청)다.

장경구와 유선하는 '부부동반 출전' 진기록을 세운다는 기쁨에 이번 아시안게임을 더욱 열심히 준비하며 기다려왔다.

그런데 뜻밖의 사고로 꿈을 이루지 못했다.국가대표 출국을 약 일주일 남기고 유선하가 훈련 중 허리를 다친 것이다.

결국 유선하는 자카르타행 비행기에 타지도 못하고 한국에서 남편과 동료들을 응원하는 상황이 됐다.

장경구는 더욱 이를 악물었다.그는 아내 몫까지 달린다는 마음으로 출전자 사인판에 아내 이름을 대신 적었다.

그리고 꼭 금메달을 따서 대회에 출전하지 못한 아내를 위로해주려고 했다.
장경구는 인도네시아 웨스트 자바 수방 일대를 달리는 남자 개인도로에서 결승선을 약 7㎞ 남긴 지점까지 선두를 지켰다.하지만 막판 역전을 허용해 결국 6위로 대회를 마쳤다.

남자 개인도로는 그가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땄던 종목이기도 해서 아쉬움이 더욱 컸다.

연합뉴스와 전화로 만난 장경구는 "제가 생각한 대로 경기가 풀려나갔으나 끝까지 못 버텼다.

힘이 빠져서 쉬었다가 다시 도전하려고 했지만 이미 늦었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이어 "꼭 우승 인터뷰를 하고 싶었다.

아내에게 항상 고맙고 사랑한다고, 같이 달려서 우승한 것이라고 말해주고 싶었는데…. 마지막까지 힘내서 하려고 했는데…"라며 진한 아쉬움을 표했다.

장경구와 유선하는 2012년 사이클 경기장에서 만나 2016년 12월 결혼했다.

음성에서 열린 트랙 대회에서였다.

트랙 경기에는 잘 출전하지 않던 장경구가 유선하를 처음 보고 한눈에 반했다고 한다.

장경구는 "아내는 항상 옆에서 제가 하고 싶은 것을 다 해주고, 믿어주고, 최고라며 힘이 나는 말을 해준다.

저보다 한 살 누나인데 엄마같이 해주기도 한다"고 자랑하며 "항상 고맙고 사랑한다는 말을 꼭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장경구는 묵묵한 '산악왕'으로 잘 알려진 선수다.

고등학교 3학년까지 스피드스케이팅 선수였던 그는 우연히 사이클부와 함께 훈련을 갔다가 오르막 자전거를 잘 타는 재능을 발견하고 과감히 사이클 선수로 종목을 전향했다.

이번 개인도로 경기에서도 오르막 구간을 폭발적으로 질주하는 특기를 살려 레이스 중후반 단독 선두를 질주할 수 있었다.

그는 "보통 오르막 구간에서는 시속 30㎞, 가파르면 시속 15∼16㎞ 정도 속도를 낸다"면서도 "저는 오르막을 잘 탄다는 생각은 안 한다.

남보다 특출난 것 없이 계속 열심히 할 뿐"이라고 몸을 낮췄다.

장경구는 경기 중 선두를 달렸던 것도 아내 덕분이라고 했다.

그는 "달리면서 아내 생각을 했다.

아내와 같이 달린다고 생각했다.

아내에게 중계를 볼 수 있는 웹사이트를 알려줬는데, 카메라가 나를 쫓으면서 찍고 있으니 아내가 계속 지켜보고 있다고 생각하면서 달렸다"고 말했다.

'로맨틱 레이스'의 결과가 금메달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장경구는 많은 응원에 큰 위로를 받았다며 고마워했다.그는 "경기 후 휴대전화를 켜니까 저를 응원하는 메시지가 쏟아져 있더라. 비록 6위를 했지만 '1위 같은 6위였다'는 말 등이 위로가 됐다"며 힘을 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