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해일 "'상류사회' 시나리오 그대로 나와…다행" 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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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상류사회' 장태준 역 박해일"참 다행인 거죠."
배우 박해진이 영화 '상류사회'를 본 소감이다. '상류사회'는 상류층으로 입성하려는 평범한 부부를 통해 대한민국 최상류층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작품이다. 박해일은 학생들에게 인기와 존경을 동시에 받는 경제학 교수이자 서민 경제를 위한 남다른 비전을 내놓는 신뢰받는 지식인 장태준을 연기했다.
지난해 수애가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시나리오작가상을 함께 수상한 후, 뒤풀이 자리에서 '상류사회' 출연 제안을 한 뒤 촬영과 개봉까지 숨 가쁘게 달려온 시간이었다. 수애의 제안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박해일의 마음을 움직인 건 '상류사회'의 시나리오였다.
박해일은 "작품의 이야기가 끌고 나가는 속도도 좋았고, 저라는 배우가 장태준이라는 인물을 어떻게 연기할 수 있을지 궁금했다"며 "제가 익숙하게 알았던, 이전에 만난 캐릭터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에 호기심이 생겼다"고 말했다. 20년 가까이 영화만 찍었던 만큼 시나리오와 결과물이 다른 경우를 여럿 경험했을 박해일이다. 즐겁게 시나리오를 읽었던 만큼 영화가 그에 맞게 나왔다는 것에 "안도했다"고 밝힌 것.
박해일은 "배우는 책(시나리오)을 보면서 작품을 선택하는 측면이 큰데, 책에서 떠올려 본 캐릭터, 작품의 이야기, 이런 것들을 감안했을 때 전하려는게 담긴 것 같다"며 책이 있는 정도의 내용들이 템포 있게 보여진 것 같다"고 평했다. 장태준은 욕망으로 폭주하는 아내 오수연과 달리 선을 지키는 인물이다. 박해일도 이런 장태준의 모습에 "현실적"이라고 평하면서 "관객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하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박해일 뿐 아니라 '상류사회'에서는 수애와 이진욱, 윤제문과 일본 AV배우 하마사키 미오 등의 정사 장면이 등장한다. 박해일은 "노출 장면은 있지만 사전에 충분한 대화를 나눴기 때문에 갈등 없이 촬영이 이뤄졌다"며 "제가 먼저 나서서 감독님과 배우들이 의견을 나누는 자리를 마련했다"고 전했다.
박해일은 "작품을 하다보니 사전에 의견 조율이 안 돼 있으면 서로 예민해지고, 시간도 오래걸릴 뿐더러 좋은 결과도 나오지 않을 것 같더라"라면서 "서로 의견 조율이 된 다음에 촬영하자고 했고, 촬영장에서도 딱 필요한 만큼만 찍었다"고 설명했다. 박해일에게 장태준은 첫 정치인 캐릭터다. 뿐만 아니라 최근 불거진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스캔들과 비슷한 설정이 엿보인다는 점에서 "참고한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나왔다. 박해일은 "어떠한 인물을 대입해 구체성을 찾으려 노력하지 않았다"며 관련성을 부인했다. 그러면서 "다만 극 중 TV토론회 장면이 등장하는데, 이전엔 일상 속에서 뉴스나 토론 프로그램을 봤다면 이번엔 주의 깊게 보면서 도움을 얻으려 했다"고 말했다.장태준의 욕망이 국회의원이었다면 배우 박해일의 욕망은 무엇일까. 박해일은 망설임 없이 '연기'를 꼽았다. "다양한 작품, 다양한 캐릭터로 계속해서 작품활동을 하고 싶다"는 것.
박해일은 "팬들에겐 '멜로를 하라'는 말을 많이 듣는데, 멜로에도 여러 톤이 있지 않냐"면서 "매력있게 다가오는 작품에서 제가 나오는 것이 무리가 없다면 해보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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