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투자로 콘텐츠 확보"… 토종 OTT 플랫폼끼리 '공동 전선'도

SKT '옥수수' 물적분할 검토
대규모 자본 유치 나설 듯
포털은 '하우투 영상' 본격 제작

지상파 3사 콘텐츠 공유
'푹TV' 유료가입자 67만명
옥수수·티빙과 제휴 가능성
무료 고객 유치 '고육책'도 동원
SK텔레콤이 ‘한국판 넷플릭스’를 만들기 위해 OTT서비스 ‘옥수수’를 물적분할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 사용자가 국내 드라마와 예능을 보기 위해 스마트폰으로 옥수수에 접속하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SK텔레콤이 자회사 SK브로드밴드의 온라인동영상스트리밍(OTT) 서비스 ‘옥수수’ 사업부의 물적분할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판 넷플릭스’를 만들기 위한 포석이 아니겠냐고 업계는 본다.

옥수수는 넷플릭스가 한국에 진출한 2016년 1월 서비스를 시작했다. 그해 자체 제작하는 오리지널 콘텐츠에 20억원을 투자했으며 올해는 다섯 배 늘린 100억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투자 금액이 수조원대에 이르는 넷플릭스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물적분할에 이어 대규모 외부 자본 유치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넷플릭스와 유튜브의 한국 시장 공세가 거세질수록 국내 주요 방송·통신·포털 업체들의 방어노력도 치열해지고 있다. 자칫 시장 전체를 빼앗길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동력으로 작용한다. 먼저 투자를 대폭 늘리고 사업 규모를 확대해 넷플릭스처럼 오리지널 콘텐츠를 개발한다는 전략이다. 유튜브의 경쟁력인 ‘하우투(how to: ~하는 법에 대한) 영상’과 창작자 확보에도 팔을 걷어붙였다.
◆투자 늘려 콘텐츠 확보 안간힘통신사, 방송사 등은 각자 운영하는 OTT 플랫폼 투자 규모를 평균 2~3배가량 늘리고 있다. 특히 통신사는 OTT 서비스의 주된 사용자인 10~30대를 타깃으로 삼고 집중 공략하고 있다. 옥수수는 2016년 6월부터 ‘아이돌 인턴왕’을 시작으로 아이돌 관련 콘텐츠를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NCT LIFE in Osaka’ ‘엑소의 사다리타고 세계여행’ 등이 대표적이다. 지난 13일엔 걸그룹 레드벨벳을 내세워 ‘레벨업 프로젝트 시즌3’를 선보였다. KT의 ‘올레 tv 모바일’에선 ‘방과 후 연애’ ‘연애 강요하는 사회’ 등 사랑과 연애에 대한 톡톡 튀는 콘텐츠들이 인기를 얻고 있다.

포털 업체들은 각 분야의 지식과 생활 팁 등을 다룬 ‘하우투 영상’을 제작하기 시작했다. 유튜브로 인해 동영상 서비스가 검색창 역할을 대체하는 시장 변화를 반영한 것이다. 네이버는 프랑스 푸드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쉐프클럽, 일본의 C채널 등과 손잡고 요리, 뷰티 하우투 영상을 본격적으로 제작하고 있다.

CJ ENM은 OTT 플랫폼인 ‘티빙’과 1인 크리에이터 지원사업의 일환인 ‘다이아TV’ 등을 통해 인기 크리에이터를 확보하고 있다. 디지털 전문 스튜디오 진용을 갖추고 이들을 활용해 연간 4000편에 달하는 디지털 콘텐츠도 선보이기로 했다. CJ ENM 측은 “CJ E&M과 CJ오쇼핑의 합병으로 광고, 브랜디드 콘텐츠, 미디어 커머스 등으로 수익 모델을 다변화하고 큰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뭉쳐야 산다”, 공동전선 구축

개별기업 전략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판단해 공동전선도 구축하고 있다. 지상파 3사가 함께 선보이는 OTT 서비스 ‘푹TV’가 대표적이다. 넷플릭스가 진출하기 4년 전인 2012년 출범하긴 했지만 초기엔 콘텐츠 부족 등으로 부진을 면치 못했다. 넷플릭스가 들어온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사업을 확장,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현재 유료 가입자는 67만 명에 이른다.

옥수수가 SK브로드밴드에서 분할되면 티빙, 푹TV 등과 제휴 전략을 펼칠 가능성도 있다. 통합 플랫폼을 구축하거나 콘텐츠를 제휴하는 방식이다. 방송업계 관계자는 “한곳에서 최대한 많은 국내 콘텐츠를 즐기고 싶어하는 대중을 현재는 어떤 플랫폼에서도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다”며 “이런 연합이 성사되면 막강한 파급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각사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아직은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덧붙였다.네이버는 YG엔터테인먼트의 아티스트를 활용해 영상 콘텐츠를 제작·유통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는 지난해 YG에 1000억원을 투자하며 2대 주주가 됐다. YG의 아티스트들이 해외 시장에서 인지도가 높아 이들이 출연하는 동영상을 적극 제작하면 국내외에서 인기를 얻을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YG를 대표하는 아티스트에는 빅뱅, 아이콘, 블랙핑크 등이 있다.

◆무료가입자 유치 등 고육책도

넷플릭스 유튜브에 맞선다는 게 만만찮은 만큼 고육지책도 불가피한 실정이다. 무료 가입자를 일단 유치하고 보려는 움직임이 대표적이다. 우선 많은 유저가 유입되도록 한 뒤 나중에 가격을 올리는 등 수익성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판단이다.통신사 OTT는 90% 이상이 무료 이용객이다. 가입자 수를 늘리는 데 급급해 통신 서비스 가입자에게 OTT 플랫폼은 무료로 이용하도록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CJ ENM의 티빙은 지난해 1월부터 tvN, OCN 등 자사 채널 160개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했으며 올해 2월부터 4사의 종합편성채널 실시간 방송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