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자산 '쏠림'… 국내 장단기 채권금리 격차도 좁혀져

실업률 8년 만에 최고치 경신
"경기전망 어둡다" 채권금리 뚝뚝
채권형펀드에 자금 꾸준히 유입
국내 채권시장에서도 국고채 3년물과 10년물 금리가 최근 10개월 최저 수준까지 떨어진 가운데 장단기 금리 격차가 좁혀지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등 외적 충격에 고용지표 악화 등 내적 악재까지 겹치면서 경기 전망이 어두워진 영향으로 분석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4일 서울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날과 같은 연 1.963%에 장을 마감했다. 지난 21일 10개월 만에 최저치인 연 1.919%를 기록한 이후 소폭 반등했지만 연 2%대로 쉽게 복귀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3개월 동안 0.228%포인트가량 떨어졌다.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의 낙폭은 더 크다. 전날보다 0.014%포인트 내린 연 2.381%를 기록했다. 최근 10개월 최저치인 지난 21일(연 2.381%) 수준으로 다시 떨어졌다. 지난 5월 말(연 2.72%)과 비교하면 0.339%포인트 하락했다. 장기 채권 금리가 더 가파르게 떨어지면서 국고채 3년물과 10년물의 격차는 5월 말 0.529%포인트에서 이날 0.418%포인트로 좁혀졌다.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장기 채권 금리를 떨어뜨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통계청이 지난 17일 발표한 ‘2018년 7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주요 고용지표는 예상보다 크게 부진했다. 취업자 수는 전년 동기 대비 5000명 늘어 2010년 7월 이후 가장 적은 증가 폭을 기록했다. 실업률도 3.7%로 8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실업자 수는 103만9000명으로 7개월 연속 100만 명을 웃돌았다.경기 불확실성이 커지자 투자자의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강해지면서 채권 가격이 오르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2일 기준 국내 공·사모 채권형펀드 설정금액은 약 101조6000억원으로 4월(약 97조9000억원) 이후 꾸준히 늘고 있다. 금리 상승에 따른 채권값 하락 위험이 줄어든 데다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커진 것도 시중 유동성이 채권 시장으로 유입되는 데 불을 붙이고 있다. 서재춘 미래에셋자산운용 채권운용본부장은 “무역전쟁으로 글로벌 경기가 불안정한 가운데 국내 경기지표마저 눈에 띄게 악화되자 채권 금리가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다”며 “특히 경기 전망에 민감한 장기 채권 금리 하락세가 두드러진다”고 말했다.

미국 중앙은행이 예정대로 9월과 12월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한·미 금리 격차 확대에 따른 외국자본 유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현재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연 2.829%)는 한국보다 0.448%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한 자산운용사 채권운용본부장은 “환율 변동성이 커지고 신흥국 침체가 동반된 상태에서 한·미 금리 차이가 벌어진다면 예상보다 외국자본 유출 규모가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