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안 되면 될 때까지" 수요 억제로 부동산 시장 잡겠나

정부가 급등하는 서울과 수도권 일부 지역 집값을 잡기 위해 조만간 추가 대책을 내놓기로 했다. 투기지역 지정 확대, 담보인정비율(LTV) 등 대출 규제 현장 점검, 부동산 편법 증여 및 세금탈루 단속 강화 등이 주요 내용이다.

정부는 “더 강력한 조치도 검토할 수 있다”며 또 다른 추가 대책을 예고했지만 집값 오름세는 오히려 확산되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은 이번주 0.37% 급등했다. 최근 30주 새 가장 큰 상승폭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강북균형개발계획’ 영향 등으로 도봉구 등 서울 외곽지역 아파트값도 뛰어올랐기 때문이다.정부는 지난해 ‘8·2 부동산 대책’ 이후 한두 달에 한 번꼴로 추가 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서울 집값 상승세는 1년 전보다 더 가팔라졌다. “이번에도 대책이 나오면 집값이 잠시 주춤하다 더 크게 뛸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수요는 넘치는데 공급을 틀어막으니 가격이 급등하는 것이다. 공급 부족을 해소하지 못하면 강력한 규제를 내놔도 효과가 제한적인 이유다. 노무현 정부 때 12차례나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지만 5년간 서울 집값은 56% 폭등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국민들은 ‘학습 효과’를 통해 공급 부족이 초래할 집값 급등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애써 외면하고 있다. “노무현 정부 때 투기를 확실히 잡지 못해 주거 불안이 재연되고 있다”는 생각에 사로잡힌 듯하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들도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와 대출 규제 강화 등 ‘투기와의 전쟁’에 맞추고 있다. 안 먹히면 더 강력한 추가 대책을 쏟아낸다. 이런 방식이 시장을 더욱 왜곡시키고 있다. 2008년 집값이 꺾인 것은 노무현 정부의 ‘규제’ 때문이 아니라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경기 침체라는 사실을 간과해선 곤란하다.

현상에 대한 인식과 진단이 잘못되면 처방이 효과적일 수 없다. 집값 상승의 근본 원인을 외면하면서 서울 강남과 다주택자 등 특정 지역·계층과 전쟁을 벌이는 식의 부동산 대책은 어떤 추가 조치를 내놓은들 성공하기 어렵다. 정부는 더 늦기 전에 부동산 정책 기조를 바꿔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