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거노인 등 1인가구 포함하면 빈곤층 소득 -8% → -11%

빈곤층 울린 소득주도성장

통계상 수치보다 더 심각한 소득분배

1인 가구 28%로 '대세'…50세 이상이 36%
OECD "통계 포함" 권고에도 통계청은 제외
"소득주도는 성장 아닌 복지정책" 비판 확산
< 폐업처리업체 특수 >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등의 여파로 영세 식당 등 자영업자들이 문을 닫으면서 폐업전문업체들이 때아닌 특수를 누리고 있다. 24일 서울 황학동 주방거리에 폐업 중고 주방가구들이 수북이 쌓여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문재인 정부 들어 악화되고 있는 소득 분배가 통계상 수치보다 심각성이 더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통계청 가계소득동향 조사대상에는 독거 노인 등이 몰린 1인 가구가 포함되지 않아 저소득층 소득 감소 실상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등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부작용이 겉으로 나타난 것보다 훨씬 커지면서 정책 방향을 빨리 수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나홀로 가구’ 비중 높은데…24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 1인 가구는 561만3000가구로 전체 가구의 28.4%를 차지했다. 전년 같은 기간(28.1%) 대비 0.6%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전체 가구 중 가장 높은 비율로 1인 가구가 대세가 된 지 오래다. 1인 가구는 연령별로 보면 50세 이상 중·장년이 36.6%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30~39세(23.7%), 40~49세(21.0%), 15~29세(18.8%) 등을 앞섰다. 강신욱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1인 가구는 독거 노인이 많은 만큼 저소득층 비율이 높다”며 “1인 가구를 통계에 포함하면 소득분배지표는 더 나빠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강 선임연구위원이 지난 16일 한국노동연구원 주최 ‘소득 분배의 현황과 정책대응 토론회’에서 발표한 1분기 가계소득동향 분석 결과를 보면 1인 가구를 가계소득동향 조사에 포함할 경우 저소득층 소득은 더욱 줄고, 고소득층 소득은 더욱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 수준에 따라 전체 가구를 5등급으로 나눌 때 최하위 20%(1분위) 가계는 1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명목소득이 11.5% 감소했고, 최상위 20%(5분위)는 9.9% 증가했다. 통계청이 1인 가구를 제외한 채 집계한 가계소득동향에서는 1분위가 8.0% 감소하고 5분위는 9.3% 증가했다.
OECD는 1인 가구 포함 권고통계청은 2분기 가계소득동향 조사에서 2인 이상 4594가구를 표본으로 사용하면서, 1인 가구 1818가구를 표본에 포함한 조사도 병행했다. 그러나 1인 가구를 포함한 통계는 외부에 공개하지 않고 있다. 통계청 관계자는 “1960년대에 가계소득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할 때부터 1인 가구는 제외했다”며 “1인 가구를 포함한 가계소득동향 조사 결과는 국가 정식통계가 아닌 데다 통계의 연속성을 위해 공개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세계적으로는 1인 가구를 포함한 가계소득 통계가 표준으로 통하고 있다. 강 선임연구위원은 “한국도 1인 가구가 가장 많아진 만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는 한국에 1인 가구를 포함한 가계소득동향 통계 작성을 권고하고 있는데도 정부가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비판 확산되는 소득주도성장소득주도성장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날 안민정책포럼이 연 ‘소득주도성장 논란과 향후 방향’ 세미나에서 “소득주도성장이라는 용어 자체를 쓰지 말아야 한다”며 “성장과 분배 모두 해결할 수 없는 정책”이라고 꼬집었다. 최저임금 인상이나 근로장려세제(EITC) 확대 등은 성장정책이 아니라 복지정책이라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한국 경제가 저성장 늪에서 탈출하려면 분배보다 생산성 향상을 꾀해야 한다”며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영세자영업자가 퇴출되면서 불평등은 더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임도원/성수영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