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의조차 못한 '기촉법'

진통 겪는 규제 개혁

인터넷은행法 우선순위에 밀려…9월로 넘어갈 수도
여야는 24일 ‘은산(銀産)분리’ 규제완화를 둘러싼 견해차만 확인했을 뿐 또 다른 쟁점 사안인 ‘기업구조조정 촉진법(기촉법)’의 재입법과 관련해선 논의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는 이날 회의를 열어 기촉법 재도입(유효기간 연장) 등과 관련한 의원 발의 제·개정안 6건을 심사할 예정이었다. 기촉법을 재도입하되 일몰 시한을 3~5년으로 정하는 더불어민주당안(유동수·제윤경 의원 발의)과 기촉법을 한시법에서 상설법으로 바꾸는 자유한국당안(심재철·정우택 의원 발의) 등이다.

그러나 여야는 이날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에 관한 설전을 주고받느라 기촉법 처리 논의는 시작조차 못했다. 기촉법은 채권단 주도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통해 부실 징후가 있는 기업의 회생을 지원하는 제도로, 2001년 일몰 시한이 있는 한시법으로 도입된 뒤 네 차례 실효와 재도입을 반복했다. 지난 6월 네 번째로 일몰 폐지됐다.

여야는 인터넷전문은행법만 법안심사 소위에서 통과되면 기촉법도 무난하게 처리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무위 소속 한 민주당 의원은 “정무위 여야 간사(정재호·김종석 의원)가 기촉법을 부활시키는 데 이미 합의한 만큼 통과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유효기간을 얼마로 할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채권단 100%의 동의를 얻어 구조조정에 들어가는 자율협약과 달리 워크아웃은 금융 채권자의 75%만 동의하면 진행할 수 있어 기업 위기 상황에 신속한 대응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기촉법에 따른 구조조정 절차인 만큼 강제성을 띠고 일사불란하게 이뤄진다는 것도 강점이다.

기촉법이 없으면 부실기업은 채권단자율협약을 맺거나 법정관리(회생절차)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 금융당국과 경제계는 법정관리가 채권단에 기업을 살리기 위한 신규 자금 지원을 강제할 수 없는 데다 모든 채권자가 의사결정에 참여해 신속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기촉법을 재입법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여야 공감대에도 불구하고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의 결론이 먼저 나와야 한다는 정무위의 논리가 기촉법의 발목을 잡아 9월 국회로 넘어갈 가능성도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기촉법 역시 시급히 처리돼야 하는 만큼 인터넷은행법과 분리해 처리하자는 의견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하헌형/배정철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