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립 격화'냐 '협치 강화'냐…갈림길 선 여야

이해찬 "5당 대표 회담 제안" 협치 로드맵 공개…연정 구상도 주목
'조건부 협치' 누누이 강조…대야 강경노선에 정국 급랭 우려도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신임 대표가 25일 취임 일성으로 '5당 대표 회담'을 공식 제안하며 야권에 손을 내밀었다.여당의 새 대표로서 본격적인 여야 협치의 기틀 마련에 나섰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일각에서는 그가 줄곧 대야 강경노선을 걸어왔던 점을 고려하면 정작 협치의 장이 열려도 험로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도 함께 제기한다.

이 대표는 이날 당대표로 선출된 뒤 "주제와 형식에 상관없이 5당 대표 회담을 조속히 개최하면 좋겠다.

힘을 합쳐 이번 정기국회를 일하는 국회로 만들자"며 야당 대표들에 회담을 제안했다.전날 기자간담회에서 "당대표가 되면 여야 합동 방문단을 구성해 평양에 가려고 한다"고 밝힌 것도 이 대표가 그리는 여야 협치 로드맵 중 하나로 읽힌다.

일단 객관적 상황만 놓고 보면 이전 추미애 대표 때보다는 여야 협치를 위한 환경은 좋은 편이다.

이 대표는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을 이끄는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과는 참여정부 시절 한솥밥을 먹은 사이다.이 대표가 국무총리를 지낼 당시 김 위원장은 청와대 정책실장을 역임했다.

이 대표 스스로도 지난달 29일 기자간담회에서 "저하고는 잘 알고 대화도 많이 해 좋은 관계가 될 것 같다"고 했다.

반면 추 전 대표는 집권 이후 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는 물론 다른 야당 대표와도 별도 회동이나 대화 채널을 만들지 못했었다.일단 이 대표는 여야 원내대표들이 지난 16일 청와대 오찬 회동에서 구성하기로 약속한 여·야·정 상설협의체를 구심점 삼아 여야 협치를 풀어내겠다는 방침이다.

그는 최근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협의체에서 협치 얘기를 하는 게 옳다"며 "특히 정기국회에서 개혁 입법 과제를 처리하고, 국민 삶의 질을 높이는 쪽으로 내년도 예산안을 통과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대표는 경선 과정에서 여소야대 지형상 협치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원론적으로 인정했다.

다만 '원칙 있는 협치'를 누누이 강조하며 일방적인 양보는 없을 것이라고 단언해 향후 여야 관계는 복잡한 고차방정식처럼 쉽지 않게 풀려나갈 수 있다.

특히 경선 막바지에 들어서는 합동연설에서 "야당의 거센 공세를 꺾을 수 있는 추상같은 단호함이 있어야 한다.

야당 대표들을 압도할 정치력이 필요하다"고 수차례 역설해 눈길을 끌었다.

당심(黨心) 공략을 위해 강한 리더십을 내건 것이다.

한국당이 4·27 판문점선언에 대한 국회 비준동의에 여전히 반대하는 것을 두고는 "(만약) 종전선언이 됐는데도 비준하지 않겠다는 그런 자세를 보인다면 협치할 수 없다"며 공세를 펴기도 했다.
이러한 강경한 태도 탓에 이해찬 체제 출범 이후 여야 관계가 다시 얼어붙을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이는 경선 과정에서 송영길·김진표 후보(기호순)에게 역공을 허용하는 빌미가 되기도 했다.

김 후보는 이 대표를 '싸움꾼'으로 비유했고, 인터넷에서는 노무현정부 때 그가 국무총리로 있으면서 얻은 '버럭 총리'라는 별명이 다시 회자됐다.

그러나 현재 여당 의석수(129석)로는 현실적으로 법안 하나도 처리하기 어려운 만큼 당 지휘봉을 잡고부터는 기존의 선명한 노선을 무작정 고수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여소야대 한계를 풀기 위해 연합정부(연립정부. 연정) 필요성마저 강조한 만큼 여야가 보다 높은 수준의 협치로 나아갈 수도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온다.

그는 최근 라디오 인터뷰에서 "유럽의 몇몇 나라는 협치, 연정, 사회 대통합 등을 통해 순조롭게 발전했다"며 "연정이라는 게 어느 한쪽의 견해만 갖고 되는 것은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고 했다.
다만 현재 야권의 내부 상황상 여권의 연정 제안 구상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한국당이 당분간 비대위 체제를 유지할 예정인 데다 제2야당인 바른미래당도 9월 초 새 지도부 선출을 앞두고 있는 등 야권 지도부의 지반이 단단히 다져지지 않아서다.

앞서 청와대는 '협치 내각' 구성을 야권에 제안한 바 있으나 각 야당의 강한 반발로 물꼬조차 트이지 않는 상황이다.이 대표 측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여소야대 의석 구조로 문재인정부 임기 말까지 가야 하는 게 현실이라 국정 안정을 위한 연정이 필요하다는 의미"라면서 "하지만 연정 협상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카운터파트가 필요한데 당분간 야권 내부 상황이 그렇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