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여당 천명' 이해찬, 당청관계 고삐 죄나

당정청 지렛대로 '그립' 강화할 듯…"靑과 반목하진 않을 것"
더불어민주당 내 최다선(7선)으로 막후에서 원로 역할을 해온 이해찬 의원이 25일 차기 당대표로 선출됨에 따라 그동안 청와대로 쏠려 있던 당청관계의 무게중심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이 대표는 이번 전당대회에서 '강한 리더십'을 핵심 구호로 삼았다.

그는 지난 18일 수도권 유세에서 "당이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상황의 엄중함을 모른다고 한다.냉전수구세력의 비난과 진보진영의 이탈에 흔들리고 있다.

이제 더이상 흔들려서는 안 된다"면서 당대표로서 강력한 구심점 역할을 공약했다.

이 대표는 당정청 회의를 그 지렛대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이 대표는 지난 21일 t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다른 후보와의 차별점'에 대한 사회자의 질문에 "당정청 협의를 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노무현정부에서 국무총리를 했고, 당에서 정책위의장을 세 차례나 역임했기 때문에 당정청을 동시에 컨트롤할 수 있는 사람은 후보 가운데 본인 밖에 없다는 자신감을 표출한 것으로 해석됐다.

그는 특히 노무현정부 때도 대통령을 대신해 국무회의를 주재하는 '책임총리'로서 매주 당정청 회의를 개최하는 등 정부·여당 내 의견조율을 중시한 것으로 알려졌다.문재인 대통령마저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이 대표의 무게감이 남다른 만큼 당대표의 '그립'이 전보다 강해질 것으로 보는 시각이 역시 지배적이다.

청와대와 정부가 내놓는 정책이 국민 눈높이에서 부족하다고 여겨질 때 '버럭 이해찬'이라는 별명처럼 과감히 쓴소리를 쏟아낼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있다.
더구나 문재인정부가 집권 중반으로 접어들면서 당이 점차 목소리를 키우는 것도 자연스러운 측면을 부인하기 어렵다.

이번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이 청와대를 견제하지 못하고 침묵해서는 안 된다"(조응천), "문 대통령이 '민주당정부'라고 했는데 당에서 자꾸 '문재인정부'라고 한다"(소병훈)는 등의 요구가 당내에서 터져왔다.

최근 문 대통령이 직접 나서 주문한 인터넷전문은행 규제완화를 둘러싸고 일부 의원이 사실상 반대 입장을 피력한 것은 당의 변화를 드러내는 한 단면으로 평가됐다.

다만 이 대표가 '철통 같은 단결'을 강조하고, 당의 안정적 운영을 '마지막 소임'이라고 밝힌 만큼 당청관계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무리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 대표는 경선 과정에서 '당대표가 되면 가장 먼저 할 일'에 대한 질문에 "문재인정부가 성공하도록 뒷받침하는 것이 첫번째"라고 답하면서 몸을 낮췄다.

일부 친문(친문재인) 인사가 김진표 후보를 공개 지지한 후 '이해찬은 친문이 아니다'라는 얘기를 듣자 "문 대통령과 30년 동안 같이 살아온 사람이 우리 당에 누가 있나"라고 발끈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우선 취임 초기 문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든든하게 지원하되 필요하면 물밑에서 조용히 의견조율을 시도하는 스탠스를 취할 가능성이 있다.민주당 관계자는 "우리 당이 하나일 때 승리하고 분열할 때 패배했던 기억을 모두가 갖고 있다"며 "당의 목소리를 키우더라도 당청이 갈등하는 방향으로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