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주짓수 금메달' 성기라 "엄마, 확실히 보셨죠"

"이번에 확실하게 보여드렸으니 더는 반대 안 하시겠죠."

한국 주짓수 사상 첫 금메달의 주인공이 된 성기라(22)는 딸의 선택을 반대해왔던 어머니에게 한마디 해달라고 하자 이같이 말하며 환하게 웃었다.성기라는 25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주짓수 여자 62㎏급 결승에서 싱가포르의 티안 엔 콘스탄스 리엔을 4-2로 제압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성기라는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첫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주짓수에서 한국의 사상 첫 금메달을 따내며 대한민국 주짓수 역사에 영원히 이름을 남기게 됐다.

62㎏급 치고는 큰 편인 167cm의 키에다 힘이 좋은 성기라는 미국, 유럽 등 해외에서 열린 각종 국제 대회에서 자신보다 체구가 큰 서양 선수들을 상대로 '한국의 위상'을 알려온 국내 주짓수 최강자다.올해에만 세계선수권대회 1위, 펜 아메리칸 선수권대회 1위, 유럽 선수권대회 3위를 차지하는 등 세계 최정상급 기량을 자랑해왔다.
그런 그에게 아시안게임 금메달은 떼어놓은 당상으로 보였다.

첫 경기에서 다치기 전까지는 그랬다.성기라는 1회전에서 애니 라미레스에게 21-0의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으나 이 과정에서 무릎 외측 인대를 다쳤다.

무릎이 부어올라 걷는 것은 물론 발을 구부리는 것조차 어려웠지만, 포기는 없었다.

성기라는 16강전, 8강, 4강을 거쳐 결승에서도 승리를 거두고 다리를 절뚝거리며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섰다.시상식 뒤에 만난 성기라는 "기분 좋고 영광이다"며 "많은 국제 대회에서 우승했지만, 이번 아시안게임은 한국을 대표해서 나가서 금메달을 땄잖아요.

그래서 더 특별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첫 경기에서 다쳐서 계획이 완전히 망가졌다"며 "하지만 격투기 종목 특성상 부상이 없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부상은 당연하다고 여기고 끝까지 싸웠다"고 말했다.

주짓수광들 사이에서 그의 별명은 '기라성님'이다.

성기라의 성과 이름 순서를 바꾼 뒤 '님'이라는 존칭까지 붙였다.

그 정도로 그의 기량은 정평이 나 있다.

하지만 주짓수를 시작할 때부터 성기라는 가족들의 거센 반대에 부닥쳐야 했다.

성기라는 "집에서, 특히 어머니가 반대를 많이 했다.

이번 아시안게임에 나와서 내가 이만큼 한다고 보여주고 싶어 이 악물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에 확실하게 보여드린 만큼 더는 반대하지 않겠죠"라고 환하게 웃었다.그는 앞으로 목표에 대해서 "주짓수가 아시안게임에 계속해서 정식종목으로 채택되면 꾸준히 나오고 싶고 앞으로 국제 대회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두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