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감?과욕? 페어웨이 세컨드샷 드라이버로 친 '남달라'박성현

투어 프로 선수들은 가끔 페어웨이에서 드라이버로 세컨드샷을 하곤 한다. 3번 우드로는 닿지 않는 먼 거리에서 2온을 노리는 전략 샷이다. 대개가 파5홀에서다. 하지만 티를 꽂지 않고 잔디위에 떠있는 공을 헤드가 큰 채로 바로 가격하다보니 뒤땅이나 토핑이 잘 나 성공률이 낮다. ‘모 아니면 도’식 공격성을 즐기거나 샷 자신감이 강한 선수들이 주로 시도하는 이유다. 리키 파울러,버바 왓슨,제이슨 데이 등 톱랭커 남자선수들이 드물게 시도하는 것도 그래서다.

박성현이 ‘드라이버 세컨드샷 클럽’에 합류했다. 여자선수로서는 드문 일이다. 하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박성현은 26일(한국시간) 캐나다 사스캐치완주 레지나의 와스카나 컨트리클럽(파72·6675야드)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CP여자오픈(총상금 225만달러) 3라운드에서 2언더파 70타를 쳤다. 버디 6개 보기 4개를 적어냈다. 중간합계 12언더파를 기록한 박성현은 선두 브룩 헨더슨(캐나다)에 2타 뒤진 4위를 달렸다. 2위가 하타오카 나사(일본), 3위가 엔젤 인(미국)이다.

역전우승이 가능한 상황이다. 박성현은 지난 20일 인디 위민 인 테크 챔피언십에서 시즌 3승,통산 5승을 달성했다. 이번 대회에선 시즌 4승이자 통산 6승은 물론 2주연속 우승,대회 2연패라는 위업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

전반엔 버디 2개 보기 2개를 맞바꿔 타수를 줄이지 못했다. 하지만 후반에는 보기를 2개만 내주고 버디 4개를 잡아 2타를 덜어냈다. 후반 초반 4개홀에서 3개의 버디를 잡아내 한 때 단독 선두를 달리기도 했다.바람이 강하게 분데다 그린이 딱딱해지고 빨라져 선수들이 거리를 맞추는데 애를 먹었다. 박성현도 온그린을 시도한 샷들이 상당수 홀에서 멀리 떨어지면서 곤혹스런 상황을 많이 맞았다. 버디 퍼팅 거리가 후반 11번,13번홀을 빼고는 모두 3~5m 정도로 멀었다. 그린이 갑작스럽게 빨라지면서 1m안팎의 퍼팅 거리(12번홀)에서 버디를 놓친 박성현처럼 짧은 퍼팅에서 낭패를 본 선수들도 많았다. 단독 선두 헨더슨이 17번홀(파5)에서 1m도 안되는 파퍼트를 놓쳐 2타 차 선두에서 1타 차 선두로 내려왔고, 헨더슨과 동반 경기한 엔젤 인은 무시무시한 장타를 터뜨려 2온에 성공했으면서도 2m거리에서 3퍼트를 하는 바람에 파에 그치고 말았다.

박성현은 이날 5m안팎의 버디 퍼트와 파 퍼트를 자주 성공시키는 등 안정된 퍼트감을 선보였다. 퍼팅수가 27개에 불과했다. 하지만 강해진 바람 탓이었는지 그린 적중률이 61%로 낮았다. 전날 8언더파를 치며 순위를 52위(1라운드)에서 4위로 끌어올렸을 때의 그린적중률 89%와는 정교함에서 차이가 났다.

파5 공략 결과도 아쉬웠다. 4개의 파5홀에서 타수를 줄이지 못하고 오히려 1타를 잃었다. 1,2라운드 파5홀에서는 모두 5타를 줄였다.가장 아쉬웠던 홀은 14번홀(파5·525야드)이다. 티샷이 좁은 페어웨이 정 중앙으로 잘 나온 상황에서 269야드를 남겨두고 페어웨이 우드가 아닌 드라이버를 꺼내든 것이다. 하지만 회심의 고난도 페어웨이 드라이버샷은 왼쪽 해저드 구역으로 향했고, 벌타를 받고 친 네 번째 어프로치 샷을 홀에 넣는데 실패하며 보기를 적어낸 것이다. 과감하고 자신감 넘치는 투자였지만 손실을 본 셈이다. 한희원 프로(JTBC골프 해설위원)는 “드라이버 세컨드샷은 많은 연습이 필요한 샷인데 아쉽다”고 했다.

전날까지 13언더파 단독 선두를 달렸던 양희영이 3타를 잃어 10언더파 공동 7위에 자리했다. 박성현에게 세계랭킹 1위를 내준 에리야 쭈타누깐(태국)이 1타를 잃고 9언더파 공동 12위로 밀렸다. 헨더슨은 캐나다 선수로는 45년만에 우승을 노려볼 수 있게 됐다. 박성현은 지난해 이 대회에서 선두(모 마틴,니콜 브룩 라르센)에 4타 뒤진 공동 12위로 최종일에 나서 7타를 줄인 끝에 역전우승을 차지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