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몸, 농부 되어… '가을 노래' 불러볼까

여행의 향기

국내 팜스테이

농촌의 맛과 멋이 영그는 가을

젖소·돼지·토끼·산양 뛰노는
고창 상하농원 인기

경기도 연천 새둥지마을
임진강 주변에 억새풀 가득

서울서 車로 40분이면 가는
포천 교동 장독대마을
친환경 농촌생활체험 입소문

전북 완주 오성한옥마을
대청마루서 茶 한 잔의 여유
추수의 계절이 다가왔다. 가을은 서늘한 바람을 벗 삼아 여행을 떠나기에 더없이 좋은 시기다. 수확의 기쁨으로 가득한 가을 농촌으로 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 멀지 않은 도시 근교 농촌마을의 고즈넉한 분위기 속에서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는 휴식과 치유의 시간을 가져 보는 것도 좋다. 가족이나 연인과 함께 바람이 기분좋게 불어오는 농촌으로 주말여행을 떠나보자.

◆유럽풍 농촌마을로 떠나는 가족여행
전북 고창 상하면에 있는 상하농원은 농장에서 재배한 농작물의 가공, 유통, 서비스 과정을 한 공간에 구현한 농·어촌 체험형 테마공원이다. 작은 산골마을을 모티브로 한 1만㎡ 규모의 농원은 농촌의 서정적이고 평화로운 분위기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푸른 초지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는 젖소, 자유롭게 뛰어 다니는 아기 돼지 등 이제는 동화책에서나 볼 수 있을 정겨운 농촌 풍경을 마주할 수 있다. 어머니표 요리의 온갖 비법이 담긴 장독대와 철따라 싱싱한 채소와 과일을 공급해 주던 텃밭 풍경도 만나 볼 수 있다. 최근 농부의 집을 콘셉트로 한 다목적 호텔인 파머스빌리지가 문을 열면서 카페, 뷔페, 회의실 등 각종 편의시설도 추가됐다.

상하농원에서 가장 인기 있는 코스는 농원식당(한식)과 상하키친(양식) 등 레스토랑 두 곳이다. 농원 텃밭에서 재배한 농작물을 식재료로 이용하는 팜투테이블 시스템을 구현한 곳으로 고급 한식당, 레스토랑 급의 다양한 요리를 맛볼 수 있다.아이들과 함께라면 다양한 체험·견학 프로그램을 이용해 보는 것도 좋다. 오감으로 체험해 보는 유기농 먹거리 체험교실과 미니돼지, 토끼, 산양, 젖소, 당나귀 등 농장에서 사육 중인 가축들에게 먹이를 주는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주변 볼거리] 학원농장, 장호 어촌 체험마을, 문수사, 고인돌, 구시포해수욕장, 선운산, 고창읍성 등

◆무공해 청정지역에서 즐긴다
새둥지마을 벼 나락털기 체험.
경기 연천 백학면의 새둥지마을은 임진강이 내려다 보이는 경기 최북단의 전형적인 농촌마을이다. 지금은 44가구 100명이 채 안 되는 주민이 모여 사는 작은 농촌마을이지만 마을 주변을 산이 둘러싸고 있고 앞으로 임진강이 흘러 풍수지리적으로는 배산임수(背山臨水)의 최고 명당으로 꼽히는 곳이다.

새둥지마을은 20년 전까지 민간인 통제선 안에 포함돼 외부인의 출입이 자유롭지 못했다. 그 덕분에 사람들의 손을 타지 않은 무공해 청정 자연환경을 간직하고 있다. 억새 가득한 넓은 새둔지 들판이 철새들의 둥지 역할을 하는 새둥지마을은 각박한 콘크리트 도시 빌딩숲 생활에 지친 도시민을 위한 휴식과 치유의 공간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교동 장독대마을 농작물 수확체험.
새둥지마을은 규모는 작지만 운영 시스템과 프로그램은 알차게 구성돼 있다. 청정 자연환경 속에서 주민들이 재배한 각종 제철 농산물을 이용한 요리를 맛볼 수 있고 현장에서 구매할 수도 있다. 농협의 후원을 받아 마을 주민들이 운영하고 있는 ‘식(食)교육장’은 전국 농촌마을 중 유일한 먹거리 체험장이다. 계절마다 제철 농산물을 이용하는 10~12개의 다양한 바른 먹거리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9~11월까지는 깻잎김치, 콩두부, 찹쌀 주먹떡, 데코파주, 가지선 등 12종의 가을 요리 만들기 외에 감자 캐기, 옥수수 따기, 도토리 줍기, 임진강 참게잡이 등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마을 수영장에선 물놀이와 더불어 민물고기와 장어잡기 체험도 즐길 수 있다.

[주변 볼거리] 숭의전(고려조의사당), 경순왕릉, 호로고루지(고구려성터), 전곡리 선사유적지, 임진강 등

◆서울서 40분 수도권 인근 농촌마을

경기 포천은 2016년 구리~포천 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서울, 인천 등 수도권 지역과의 교통 여건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이 고속도로를 이용하면 평일, 주말 상관없이 40~50분 정도면 닿을 수 있다.

포천시 관인면 교동 장독대마을은 수도권에서 시간 부담을 줄이며 친환경 농촌생활을 체험해 볼 수 있는 곳이다. 접근성이 좋아지면서 흙을 벗삼아 자연 속 농촌마을 농부들의 훈훈한 인심을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 도시민은 물론 외국인 관광객 사이에서도 인기가 올라가고 있다. 지난해 뜨거운 해외여행 열풍 속에서도 1만 명이 넘는 여행객이 마을을 찾았다.

한탄강과 지장산 등 수려한 자연경관을 갖춘 교동 장독대 마을은 30여 명의 주민이 공동 협의체를 구성해 운영한다. 전체 7동의 펜션은 물론 방문객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각종 체험 프로그램 모두 주민 공동체가 운영해 시설과 서비스 등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하루 당일치기, 1박2일짜리 등 마을 체험여행 패키지 프로그램을 유아·어린이, 청소년, 성인, 외국인 등 취향에 맞춰 골라 즐길 수 있다. 마을 주민들이 20년 이상 체험마을을 운영하면서 여행객의 반응과 취향을 고려해 개발한 프로그램들이다.

교동 장독대마을을 지나는 한탄강 상류지역은 특이한 풍경으로도 유명하다. 제주도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구멍이 숭숭 뚫린 현무암이 계곡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풀피리 명인 오세철 씨의 민요 연주, 주부대학의 사물놀이 등 수준급 공연도 펼쳐진다. 마을 저수지에선 지장산의 수려한 경관을 감상하면서 낚시도 즐길 수 있다.

[주변 볼거리] 비둘기낭 폭포, 포천 화적연, 담터계곡, 심원사, 동막골 유원지, 재인폭포 등

◆전통한옥에서 1박2일

고즈넉한 분위기의 가을여행을 만끽하고 싶다면 한옥여행이 제격이다. 주변 환경과 경관을 최대한 활용하는 건축기법과 삶의 지혜가 깃든 가옥 구조 등 볼거리도 많지만 무엇보다 대청마루에 앉아 청명한 가을하늘을 바라보며 즐기는 차 한 잔의 여유가 매력적이다.

전북 완주군 소양면 오성한옥마을은 전통 가옥인 한옥을 테마로 한 휴양 치유마을로 알려진 곳이다. 소양고택과 아원고택 두 곳에서 머무르며 지친 몸과 마음의 피로를 푸는 한옥 스테이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오성한옥마을의 소양고택 전경.
소양고택은 전북 고창과 전남 무안에 있던 130년 된 고택 3채를 해체해 소양면으로 이축(移築)했다. 문화재 장인들이 전통방식으로 복원한 소양고택은 독채인 별채와 가희당 외에 3개 객실을 갖춘 후연당에서 한옥 스테이를 즐길 수 있다. 천연발효 오디스무디와 레인보 케이크 등 이색 먹거리를 맛볼 수 있는 두베카페도 운영한다.

아원고택은 경남 진주의 250년 된 한옥을 마을로 이축한 것으로 한옥과 현대식 건물, 뮤지엄 등이 있는 복합 문화공간이다. 태백산맥 끝자락인 종남산이 병풍처럼을 펼쳐진 풍경이 계절마다 눈부신 풍광을 자랑한다. 한옥 옆으로 난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나오는 뮤지엄은 갤러리와 카페, 음악감상실 등을 갖춘 문화공간이다. 갤러리에선 회화와 설치미술, 도자기 등 다양한 전시가 열리며 카페에선 맛은 물론 향도 좋은 전통차와 핸드드립 커피를 맛볼 수 있다.

고풍스러운 가을 한옥여행은 경북 청송군 한옥민예촌, 송정고택, 송소고택에서도 즐길 수 있다. 청송한옥민예촌은 대감댁, 영감댁, 정승댁, 훈장댁, 참봉댁, 교수댁, 생원댁, 주막 등 8채의 전통가옥을 옛 농촌마을 형태로 재현해 볼거리를 더한다.[주변 볼거리] (소양·아원고택)삼례문화예술촌, 위봉사, 위봉폭포, 위봉산성, 동상운장산 계곡, 송광사, 대둔산도립공원, 고산자연휴양림, 대아수목원 등 (청송한옥민예촌)주왕산국립공원, 청송백자·심수관·도예전시관, 석꽃돌박물관 등

이선우 기자 seonwoo.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