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경쟁법] 김상조 "특정 기업 겨냥 법률 규제는 지속 불가"

"경직적 사전 규제로 30년간 경제민주화 실패…공정위 '모두 해결' 인식 버려야"
"개정안에 상반된 비판 제기될 것…지속 가능한 개혁 고민해야"
사진=연합뉴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삼성그룹 등 특정 기업그룹을 겨냥한 규제가 제외된 데 대해 "모든 문제를 공정위가 해결해야 한다는 기존의 인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설명했다.김 위원장은 지난 2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연 공정거래법 전면 개편 사전 브리핑에서 사회 공론화 과정이나 국회 심의에서 벌어질 논란을 예상하며 이같이 말했다.

공정거래법 전면개편 특별위원회는 총수의 지배력 강화를 막기 위해 금융보험사만의 단독 의결권 행사 한도를 5%로 설정하도록 권고했지만, 공정위는 최종 개편안에서 이를 제외했다.

이 규제를 도입했을 때 실제 의결권 제한 효과가 발생하는 사례는 삼성그룹 딱 한 곳이기 때문이다.그는 "국민이 생각하는 대표적인 재벌 폐해 사례를 실태 조사해보면 일반적인 현상이 아닌 예외적인 현상이 많다"면서 "이런 예외적 사례를 규율하기 위해 공정거래법에 일반 규율 장치를 두는 것은 비효율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예외적 사례가 개혁의 중요 대상이자 포인트지만 그동안 이를 딱딱한 법률로 해결하려고 했기에 지난 30년간 한국 경제민주화가 실패를 반복했던 것"이라며 "매우 예외적인 사례를 해결하고자 경직적인 사전 규제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모든 문제를 공정위가 공정거래법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기존 인식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며 "법무부의 상법 집단소송제, 금융위원회의 금융통합감독시스템, 보건복지부의 스튜어드십 코드, 기획재정부의 세법 개정을 통한 유인구조 설계 등 다양한 부처의 법률 수단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며 체계적 합리성을 높이는 것이 지속 가능한 방향"이라고 덧붙였다.그는 "개편안을 두고 '너무 기업을 옥죈다', '너무 약하다'와 같은 상반된 비판이 제기될 것"이라며 "하지만 선거 한 번 치른 후 뒤바뀔 개혁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입법예고안은 어디까지나 정부의 안일뿐"이라며 "법률 재개정은 오로지 국회의 권한이기에 심도 깊은 심의가 이뤄지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국민이 지속 가능한 개혁이 무엇일까 진지하게 토론하고 협의하는 열린 자세를 가져야 한다"면서 "이를 통해 공정경제와 혁신성장의 토대가 될 수 있는 21세기 한국 경쟁법이 마련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고 덧붙였다.다음은 김상조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은 국내총생산(GDP) 연동으로 하겠다고 했는데, 공시대상기업집단 기준인 자산 5조원은 그대로 가는가.

▲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규제는 상대적으로 강하고 사전 규제 성격이기에 예측 가능성이 필요하다.

반면 공시대상기업집단은 시장에 정보를 제공하는 측면과 함께 일감몰아주기와 관련한 사익편취 부분이 추가로 적용되는 영역이라 당분간은 5조원으로 계속 적용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본다.

-- 금융보험사 단독 의결권 행사 한도 규제는 현행을 유지했다.

삼성을 대상으로 했다는 오해를 살 수 있다.

▲ 삼성의 금융보험사 지분을 매각하라는 압박으로 볼 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금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지분 보유 제한)를 합리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서는 공정거래법 규정만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시장과 주주의 동의를 받기 어려운 그룹조직의 변화로 계열사 분할합병은 점점 더 추진하기 어려워질 것으로 본다.

근래 모 그룹 지배구조 개편이 중간에 중단됐다.

최근 국민연금 스튜어드십 코드로 수탁자가 공정하고 엄정하게 행사하도록 규정이 마련됐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규제 체계가 훨씬 중요하고 더 나아가 한국의 금산분리의 제도적 인프라를 형성할 것으로 생각한다.

해당 그룹도 사회변화에 부응하는 자발적인 노력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 한두 개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예외적 사례'가 법률 규제 대상에서 빠진 것이 보인다.

일각에서는 이번 기회에 확실히 규제하라는 말이 나올 것이다.

▲ 아니다.

한두 개 예외적 사례는 일반 국민에게 잘 알려진 한국 대표 기업이다.

물론 개혁 중요 대상이자 포인트지만 그 문제 해결 위해 딱딱한 법률적 수단에 의존하면 경제적 비용과 정치적 저항이 커질 것이다.

딱딱한 법률로 해결하려고 했기에 지난 30년간 한국 경제민주화가 소기의 성과 못 내고 실패를 반복했다는 것이 공정위 판단이다.

예외적 사례는 분명 개선돼야 하지만 그보다 더 효과적인 방법이 더 있을 것이다.

매우 예외적인 사례를 해결하고자 경직적인 사전 규제를 하는 것은 개혁 지속가능성의 가장 큰 위협요소라 생각한다.

-- 지주회사 관련 기획재정부와 논의하기로 한 과세이연 일몰은 2021년까지다.

그 전에도 변화가 있을 수 있나.

▲ (올해 세법개정안이 통과된다면) 3년간 유지되지만, 그 이후에는 지금과 같은 수준으로 유지할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 게 합리적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3년 후에는 개편된다.
-- 전속고발제 폐지와 비상임위원 상임위원화 등은 특위안과 다르다.

▲ 특위가 출범하는 첫 회의에서 분명히 말했다.

권고안은 공정위로서 매우 중요한 참고사항이지만 참고사항이라고. 최종 판단은 공정위가 내리고 그 책임 회피 안 하겠다, 특위 뒤에 숨지 않겠다고 출범부터 말했다.

두 사안은 특위 안에서도 의견이 크게 갈렸던 사안이다.

그렇다고 공정위가 판단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기에 현시점에서 결정하지 않을 수 없는 사안이었다.

그 책임은 역시 공정위가 진다.

-- 경쟁법제에서 시장 지배적 지위 추정 기준은 특위안에서 상당히 합의됐지만, 개정안에는 들어가지 않았다.

▲ 특위 위원들도 구체적인 기준 확정에 상당히 부담이 있다고 했다.

조정하기에는 이론적 근거와 실증적 판단 기준이 부족하다.

아직 더 많은 연구와 검토가 필요하다.

-- 외부 상임위원 4인 추천 직능단체 중 대기업 단체가 보이지 않는다.

▲ 위원 숫자가 많다면 여러 단체를 넣을 수도 있다.

이 내용은 국회에서 더 논의가 필요하다고 판단한다.

대한변호사협회, 대한상공회의소, 중소기업중앙회, 소비자단체협의회를 열거한 것은 해당 분야에서 가장 대표적인 법정 단체를 찾고자 했기 때문이다.

어쨌든 공정위 판단으로는 네 분의 비상임위원 체제로는 업무 부담을 해소하고 투명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 한계가 있다.

국회 논의를 통해 합리적 방안이 결정됐으면 한다.

-- 전속고발제 폐지와 관련한 검찰 우선 사건 선정기준으로 주요 사건을 공정위가 검찰에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 검찰 우선 사건 선정기준을 자세히 말하기는 어렵다.

기관 간 문제이기 때문이다.

합의문 표현보다는 구체적인 논의가 실무 협의에서 오갔지만 여러 우려로 추상적으로 표현됐다.

검찰 우선 사건 선정기준에 양 기관의 기본적인 이해는 마련돼 있다.

-- 사인의 금지청구제 적용 범위를 자세히 설명해 달라.
▲ 공정위가 무혐의 처리한 사건과 관련해 이해관계자가 법원에 직접 침해행위 금지를 청구하는 제도로 불공정행위 근절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모든 공정거래법에 다 도입하기보다는 불공정거래행위에만 먼저 도입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봤다.

이후 범위 확대로 단계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금지 청구 효과가 소송 원고 당사자에게만 미치느냐, 유사한 다른 사건으로 확대 적용되느냐의 문제도 마찬가지다.

도입 초기에는 원고에게만 적용하는 방식으로 했다.

이 제도 논의는 지난 정부에서도 있었다.

많은 분이 이 제도 필요성을 주장하고 공감하지만 생소한 제도일 수 있어 점진적으로 가는 것이 옳다고 판단했다.

-- 야당 반대 등으로 개정안 전체가 국회를 통과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일부만 논의해서 통과하는 방안도 고려하나.

▲ 1조부터 부칙까지 다 담은 전부 개정안을 제출하기에 무거운 법률은 틀림없다.

국회 심의가 쉬우리라 생각하지 않는다.

입법심의 통과를 위해 여러 방안을 고민 중인데 기본적 결정은 상임위와 법안심사 소위 위원들의 판단에 적극적으로 응하면서 협의를 진행해나갈 것이다.국회와 긴밀한 협의와 협조를 하겠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