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폐청산" vs "종단안정"… 두 갈래 나뉜 조계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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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려대회·교권수호대회 세 대결26일 오후 서울 견지동 조계사 앞 우정국로. 청량한 법음 대신 귀를 찢을 듯한 확성기 소리가 난무했다. 조계사 안에서는 조계종 중앙종회와 교구본사주지협의회 등이 주최한 교권수호 결의대회가, 조계사 밖에서는 전국선원수좌회와 불교개혁행동 등이 주도한 전국승려대회가 열렸다.
한 달 뒤 총무원장 선거 주목
교권수호 결의대회는 ‘참회와 성찰, 종단 안정’을, 승려대회는 ‘대국민 참회와 종단개혁’을 목표로 내걸었다. 비슷한 듯하지만 방점이 달랐다. 결의대회는 설정 총무원장 퇴진 후 종단 안정에, 승려대회는 종단 개혁에 방점을 찍었다.먼저 행사를 계획한 쪽은 승려대회 측이다. 하지만 중앙종회 등이 승려대회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조계사 내 집회를 불허했다. 아울러 같은 날 종단 차원의 교권수호 결의대회를 조계사에서 열기로 했다. 이 때문에 이날 승려대회는 오후 2시쯤부터 조계사 맞은 편 우정국로의 2개 차로를 확보해 도로에서 열렸다.
승려대회에서 참석자들은 종단 적폐청산을 요구했다. 총무원장을 중심으로 한 적폐 세력과 종권 카르텔을 척결하지 않으면 혁신을 이뤄낼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참석자들은 총무원장 직선제 선출, 재정의 투명화와 완전한 승가복지 실현을 위한 수행 보조비 지급, 사부대중의 종단 운영 참여를 결의했다. 또 이를 실현하기 위해 원로회의는 중앙종회와 총무원 집행부를 해산하고 비상종단개혁위원회를 구성해 제도개혁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스님과 신도 등 3000여 명이 참석한 교권수호 결의대회에서 참석자들은 종단 혁신, 종단 운영의 투명화, 승가복지 확대 발전 등과 함께 정치권과 이교도, 일부 편향된 시민단체 등 외부세력으로부터 교권을 수호하고 이에 동조하는 해종 세력에 대한 단호한 조치를 통해 종헌 질서를 확립할 것을 결의했다.양측의 주장은 현 종헌·종법 질서 내에서의 사태 수습을 통한 종단 안정이냐, 오랫동안 누적된 모순을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위한 대대적 개혁이냐로 모아진다. 종정, 중앙종회, 교구본사 주지 등이 포함된 종단 주류 측은 조속한 안정을 위해 내달 28일 새 총무원장 선거를 치르기로 하고 선거 절차에 들어갔다. 재야·개혁 세력이 주류 세력의 이 같은 행보에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된다.
서화동 문화선임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