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7주 만에 진화 나섰지만… "집값 상승 기대감 꺾기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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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용산 개발案 전면 보류박원순 서울시장(사진)이 여의도와 용산 마스터플랜에 대한 발표와 추진을 연기하겠다고 밝히면서 서울 집값 급등 진화에 나섰다. 최근 서울 집값이 이상 과열 조짐을 보이자 한발 물러선 것이다. 이번 발표로 정부와 힘을 합쳐 부동산 시장 안정화에 나선다는 모양새는 갖추게 됐지만 개발계획 자체를 철회한 것은 아니어서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핵심 지역의 부동산 개발계획을 언급해 혼란을 일으켰다는 비판도 피할 수 없게 됐다.
2022년까지 임대 24만가구 공급에 주력
공시가 현실화 등 정부와 집값 안정 협력키로
전문가 "갑작스런 번복에 시장 혼란만 부추겨"
◆집값 급등 진화 나선 박원순여의도 마스터플랜은 여의도를 수변 도심형 복합지역으로 개발해 국제금융도시로 거듭나게 한다는 계획이다. 기존 일반주거지역을 상업지역으로 용도 변경해 50층 이상 초고층으로 재건축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여의도동 일대 55만734㎡ 규모 11개 단지를 포함한 여의도 전체가 그 대상이다.
용산마스터플랜은 서울역과 용산역 구간 철도를 지하화하고 주변을 개발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코레일 정비창 부지 일대에 국제업무지구와 종합의료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당초 서울시는 6월 지방선거 이후 여의도와 용산 마스터플랜을 발표하기로 가닥을 잡고 있었다. 하지만 주택시장이 과열 조짐을 보이고 이에 대해 국토교통부 등도 우려를 나타내면서 제동이 걸렸다. 결국 박 시장은 주택시장이 안정화될 때까지 무기한 보류하기로 결정했다.서울시는 이날 집값 안정화를 위해 개발보다 공공임대주택 공급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2월 발표한 ‘2022년까지 임대주택 24만 가구 공급’을 차질없이 준비하겠다”며 “서민 주거안정 강화와 부동산 시장 가격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빈집을 활용해 주택 공급에 숨통을 틔우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박 시장은 최근 강북지역 빈집 1000가구를 매입해 임대주택으로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는 “정부의 기금지원 및 법령과 제도개선을 통해 빈집 매입을 통한 공공주택 공급을 추가로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공시가격 현실화를 통해 실질과세의 원칙이 실현될 수 있도록 정부와 협력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박 시장은 “공시가격 현실화는 부동산 취득과 보유로 인한 불로소득을 조세로 환수할 중요한 수단”이라며 “서울지역 실거래가를 파악해 실질과세 원칙이 실현될 수 있도록 정부와 협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부동산 과열이 의심되는 지역을 중심으로 불법행위 단속도 꾸준하게 시행한다. 이를 위해 행정2부시장 직속 ‘부동산 상황 점검반’을 설치하고 시장 안정화에 힘을 쏟기로 했다. 박 시장은 “불법 부동산거래를 단속하고 대규모 개발로 발생하는 개발이익을 철저히 환수하겠다”며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장기적인 효과는 제한적일 것”전문가들은 대규모 개발계획 발표 여부가 단기간에 뒤바뀌면서 당분간 부동산 시장의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양지영 양지영R&C연구소 소장은 “대규모 개발사업은 모든 준비가 됐을 때 발표해야 한다”며 “갑작스러운 발표로 시장에 혼란만 줬다”고 지적했다.
박원갑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집값 급등에 대해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호흡을 같이하기로 한 것은 긍정적”이라며 “과열된 부동산 시장에 일정 부분 안정 효과를 줄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박 위원은 이어 “하지만 용산과 여의도 개발 기대감은 여전히 살아 있다”며 “단기적인 매수세가 위축될 순 있지만 장기적인 안정 효과는 적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 부장도 “이번 발표로 부동산 시장이 심리적으로 잠시 주춤하는 효과는 있겠지만 공급이 부족하다는 근본적인 시장 상황이 달라진 것은 아니어서 집값이 안정될지는 불확실하다”고 내다봤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