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글와글] 이혼한 전 남편 만나고 나니 기분이 최고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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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한 후 전 배우자의 소식을 듣게 되거나 만나야 하는 경우가 있다.
극히 드물지만 이혼 후에도 연락을 주고받거나 자녀 문제 등으로 서로 협조하에 지내던 이혼 부부들을 재결합을 선택하기도 한다.하지만 이런 상황도 애정이 서로 남아 있을 경우에 한한다.
1년 여간의 결혼 생활을 유지하다 남편의 폭언과 온당치 못한 대우에 이혼을 단행한 A씨는 자신의 이혼 결심 과정과 이혼 이후 근황까지 한 포털사이트 게시판에 게재해 많은 네티즌들의 관심을 끌었다.
A씨의 전 남편은 이들 부부가 맞벌이임에도 불구하고 A씨에게 전업주부 수준의 집안일을 요구했다.A씨가 야근이 많은 직업이라 늦게 귀가하면 "우리 회사 동료 여직원들은 맞벌이하면서도 집안일에 육아까지 완벽히 해내는데 넌 너무 게으르다"고 비난했다.
아무리 늦어져도 A씨가 귀가해서 저녁을 차려줄 때까지 저녁을 먹지 않고 기다렸음은 물론이다.
자신의 평생 꿈은 저녁에 아내가 차려주는 따뜻한 식탁 받는 것이었다고 늘 말했다. 이어 "네가 야근하고 늦게 오는 바람에 내가 저녁을 지금 굶고 있다"고 짜증을 내기까지 했다.A씨는 이런 상태로 임신하면 살림은 물론 육아도 다 자신의 차지가 될 게 뻔하다고 생각했다.
상황을 대화로 해결하려고 해도 '여자는 맞벌이 필수 + 집안일도 전담'이라는 생각이 머리에 꽉 박혀 있어서 전혀 말이 통하지 않았다.
A씨 또한 남편에 대한 불만으로 폭발 직전이지만, 남편 입장에서도 '게을러빠져서' '해야 할 것도 제대로 안 하는' '개념 없는' 마누라인 A씨가 불만스러워 견딜 수 없는 상태가 지속됐다.남편은 A씨가 야근 때문에 저녁밥을 못해주면 '저녁 못 차려줘서 미안해.'라고 말해야 하는데 너무나도 당연하게 '반찬이랑 밥해놨으니까 차려 먹어라'라고 말하는 것에 불만을 가졌다.
집안일, 며느리 노릇, 남편 뒷바라지는 다 아내의 몫인데, 이것들을 제대로 하지도 않으면서 돈을 버니까 덜 해도 된다는 식의 자기 합리화를 하는 게 싫었다는 것.
이들은 집을 장만하는데 보탠 돈을 정확히 나눠서 결국 이혼했다.
이혼 후에도 전 시어머니는 전화해서 "내가 아들을 잘못 키웠다. 이혼한 뒤 20살짜리 빵집 아르바이트생을 임신시켜서 결혼하게 될 것 같다" 등의 근황을 전하곤 했다.
그런데 어느 날 퇴근하는 A씨를 전 남편이 찾아왔다.
어떤 지하철역에서 내릴지는 아는데 정확한 주소는 모르니 무작정 퇴근시간 맞춰 지하철역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30분만 시간을 내달라고 사정한 전 남편은 "우리 다시 합치면 어때"라고 말했다.
A씨가 1초도 망설이지 않고 "싫다"고 하자 당황하면서 "만나는 사람 있어?"라 물었다.
A씨가 "없다"고 하자 "나도 없어"라는 답이 돌아왔다.
"어머님께 들었는데 20살짜리 만나서 임신시켰다고 하던데"라고 하자 놀라면서 "진지한 만남은 아니었다"고 둘러댔다.
그러자 전 남편은 "네가 두고 간 반지를 돌려주려 찾아온 것이다"라며 결혼반지를 내밀었다.
하지만 금반지도 아닌 티타늄이었을 뿐 아니라 A씨에게는 그 반지가 전혀 필요 없었다.
전 남편은 카페 테이블에 반지를 두고 갔고 A씨는 이 반지를 재떨이 쓰레기통에 버려 버렸다.
A씨는 긴 이혼의 과정과 전 남편과의 재회까지 전하면서 "늘 나한테 '내가 아는 여자 중 가장 떨어진다', '너 아니어도 나 좋다고 할 여자는 많다'고 자신만만해 하던 전 남편이 이렇게 찾아와서 아쉬운 소리했다는 걸 생각하니 기분이 좋다. 이런 생각한다는 게 못된 생각인 건 알지만 전남편 솔직히 너무 웃기다"고 말했다.
네티즌들은 "혼자 살아 보니 돈벌이도 둘이 벌던 때보다 못하고 집 개판이고 퇴근하고 돌아오면 밥 차려줄 사람 없으니 급히 전 부인 찾는 것 같다. 진짜 소름 돋는다. 아이 없을 때 헤어져서 정말 다행", "결혼반지, 금이었으면 돌려주러 오지 않았을 듯", "여자도 내 생각 하며 날 그리워하겠지? 하면서 찾아왔을 것 같다. 저 근거 없는 자존감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사회에 방생된 그 남자분을 다른 여자들이 피해 갈 수 있게 작은 힌트라도 하나 부탁한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이혼전문 이인철 법무법인리 대표변호사는 "이 사례에서 남편 측은 전 부인과의 재결합을 꿈꾸고 있지만 이혼 후 재결합 성공 여부는 이혼을 하는 이유와 과정 그리고 이혼 후의 상황에 따라서 결정된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아직 애정이 남아있고 단순한 성격차이로 이혼을 했으며 그 과정에서 신사적으로 상대방에게 양보하고 배려한 경우, 또는 이혼 후에도 자녀 문제 등으로 서로 협조하면서 왕래가 잦은 경우에는 재결합의 가능성이 있다"면서 "그러나 이혼 사유가 도저히 돌이킬 수 없는 사유 예컨대 폭력이나 인격 무시가 심해서 이혼한 경우, 이혼 과정에서 그나마 남아있던 정나미가 떨어지고 치사함의 극치를 보이는 경우는 재결합이 쉽지 않다"고 조언했다.
특히 우리나라는 선진국의 파탄주의와 달리 유책주의 이혼이라서 상대방을 아주 나쁜 사람으로 몰아붙여야 이혼이 되므로 서로 원수처럼 헤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변호사는 "선진국은 파탄주의 이혼이라 상대방을 비난하지 않아도 이혼이 될 수 있고 이혼 후에 서로 협력하는 관계로 되어 재결합의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면서 "이제 우리나라도 이혼의 패러다임이 변해야 한다. 재결합이 되면 좋고 재결합이 되지 않더라도 원수처럼 헤어지는 일은 막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극히 드물지만 이혼 후에도 연락을 주고받거나 자녀 문제 등으로 서로 협조하에 지내던 이혼 부부들을 재결합을 선택하기도 한다.하지만 이런 상황도 애정이 서로 남아 있을 경우에 한한다.
1년 여간의 결혼 생활을 유지하다 남편의 폭언과 온당치 못한 대우에 이혼을 단행한 A씨는 자신의 이혼 결심 과정과 이혼 이후 근황까지 한 포털사이트 게시판에 게재해 많은 네티즌들의 관심을 끌었다.
A씨의 전 남편은 이들 부부가 맞벌이임에도 불구하고 A씨에게 전업주부 수준의 집안일을 요구했다.A씨가 야근이 많은 직업이라 늦게 귀가하면 "우리 회사 동료 여직원들은 맞벌이하면서도 집안일에 육아까지 완벽히 해내는데 넌 너무 게으르다"고 비난했다.
아무리 늦어져도 A씨가 귀가해서 저녁을 차려줄 때까지 저녁을 먹지 않고 기다렸음은 물론이다.
자신의 평생 꿈은 저녁에 아내가 차려주는 따뜻한 식탁 받는 것이었다고 늘 말했다. 이어 "네가 야근하고 늦게 오는 바람에 내가 저녁을 지금 굶고 있다"고 짜증을 내기까지 했다.A씨는 이런 상태로 임신하면 살림은 물론 육아도 다 자신의 차지가 될 게 뻔하다고 생각했다.
상황을 대화로 해결하려고 해도 '여자는 맞벌이 필수 + 집안일도 전담'이라는 생각이 머리에 꽉 박혀 있어서 전혀 말이 통하지 않았다.
A씨 또한 남편에 대한 불만으로 폭발 직전이지만, 남편 입장에서도 '게을러빠져서' '해야 할 것도 제대로 안 하는' '개념 없는' 마누라인 A씨가 불만스러워 견딜 수 없는 상태가 지속됐다.남편은 A씨가 야근 때문에 저녁밥을 못해주면 '저녁 못 차려줘서 미안해.'라고 말해야 하는데 너무나도 당연하게 '반찬이랑 밥해놨으니까 차려 먹어라'라고 말하는 것에 불만을 가졌다.
집안일, 며느리 노릇, 남편 뒷바라지는 다 아내의 몫인데, 이것들을 제대로 하지도 않으면서 돈을 버니까 덜 해도 된다는 식의 자기 합리화를 하는 게 싫었다는 것.
이들은 집을 장만하는데 보탠 돈을 정확히 나눠서 결국 이혼했다.
이혼 후에도 전 시어머니는 전화해서 "내가 아들을 잘못 키웠다. 이혼한 뒤 20살짜리 빵집 아르바이트생을 임신시켜서 결혼하게 될 것 같다" 등의 근황을 전하곤 했다.
그런데 어느 날 퇴근하는 A씨를 전 남편이 찾아왔다.
어떤 지하철역에서 내릴지는 아는데 정확한 주소는 모르니 무작정 퇴근시간 맞춰 지하철역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30분만 시간을 내달라고 사정한 전 남편은 "우리 다시 합치면 어때"라고 말했다.
A씨가 1초도 망설이지 않고 "싫다"고 하자 당황하면서 "만나는 사람 있어?"라 물었다.
A씨가 "없다"고 하자 "나도 없어"라는 답이 돌아왔다.
"어머님께 들었는데 20살짜리 만나서 임신시켰다고 하던데"라고 하자 놀라면서 "진지한 만남은 아니었다"고 둘러댔다.
그러자 전 남편은 "네가 두고 간 반지를 돌려주려 찾아온 것이다"라며 결혼반지를 내밀었다.
하지만 금반지도 아닌 티타늄이었을 뿐 아니라 A씨에게는 그 반지가 전혀 필요 없었다.
전 남편은 카페 테이블에 반지를 두고 갔고 A씨는 이 반지를 재떨이 쓰레기통에 버려 버렸다.
A씨는 긴 이혼의 과정과 전 남편과의 재회까지 전하면서 "늘 나한테 '내가 아는 여자 중 가장 떨어진다', '너 아니어도 나 좋다고 할 여자는 많다'고 자신만만해 하던 전 남편이 이렇게 찾아와서 아쉬운 소리했다는 걸 생각하니 기분이 좋다. 이런 생각한다는 게 못된 생각인 건 알지만 전남편 솔직히 너무 웃기다"고 말했다.
네티즌들은 "혼자 살아 보니 돈벌이도 둘이 벌던 때보다 못하고 집 개판이고 퇴근하고 돌아오면 밥 차려줄 사람 없으니 급히 전 부인 찾는 것 같다. 진짜 소름 돋는다. 아이 없을 때 헤어져서 정말 다행", "결혼반지, 금이었으면 돌려주러 오지 않았을 듯", "여자도 내 생각 하며 날 그리워하겠지? 하면서 찾아왔을 것 같다. 저 근거 없는 자존감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사회에 방생된 그 남자분을 다른 여자들이 피해 갈 수 있게 작은 힌트라도 하나 부탁한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이혼전문 이인철 법무법인리 대표변호사는 "이 사례에서 남편 측은 전 부인과의 재결합을 꿈꾸고 있지만 이혼 후 재결합 성공 여부는 이혼을 하는 이유와 과정 그리고 이혼 후의 상황에 따라서 결정된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아직 애정이 남아있고 단순한 성격차이로 이혼을 했으며 그 과정에서 신사적으로 상대방에게 양보하고 배려한 경우, 또는 이혼 후에도 자녀 문제 등으로 서로 협조하면서 왕래가 잦은 경우에는 재결합의 가능성이 있다"면서 "그러나 이혼 사유가 도저히 돌이킬 수 없는 사유 예컨대 폭력이나 인격 무시가 심해서 이혼한 경우, 이혼 과정에서 그나마 남아있던 정나미가 떨어지고 치사함의 극치를 보이는 경우는 재결합이 쉽지 않다"고 조언했다.
특히 우리나라는 선진국의 파탄주의와 달리 유책주의 이혼이라서 상대방을 아주 나쁜 사람으로 몰아붙여야 이혼이 되므로 서로 원수처럼 헤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변호사는 "선진국은 파탄주의 이혼이라 상대방을 비난하지 않아도 이혼이 될 수 있고 이혼 후에 서로 협력하는 관계로 되어 재결합의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면서 "이제 우리나라도 이혼의 패러다임이 변해야 한다. 재결합이 되면 좋고 재결합이 되지 않더라도 원수처럼 헤어지는 일은 막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