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우 "스마트경제 중심지 경북… 스마트공장 이어 스마트팜·양식기술 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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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선 7기 지자체장이 뛴다이철우 경북지사는 “경북은 그동안 철(鐵)·전(電)·차(車)로 먹고살았지만 앞으로는 고부가가치 철강소재, 탄소·아라미드 섬유, 첨단자동차, 백신의료, 화장품 등 융합산업을 선도해야 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철우 경북지사
4개 권역 융합사업 거점 육성
제조업 분야 혁신 노하우로
농·어업에도 첨단기술 접목
스마트팜혁신밸리도 유치
일자리 10만 개 만들어
청년 돌아오는 경북 만들 것
경상북도 정무부지사를 거쳐 3선 국회의원을 지내고 10년 만에 도백으로 돌아온 이 지사는 27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경북 도민에게는 나라가 어려울 때마다 이를 극복해온 DNA가 있다”며 “경북이 처한 위기에서 대한민국의 살길을 찾아내 경북을 다시 대한민국의 중심으로 만들어내겠다”고 말했다.이 지사는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사이먼 쿠즈네츠는 ‘후진국이 공업 발전을 통해 중진국까지 발전할 수 있지만 농업 발전 없이 선진국이 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했다”며 “경북도가 제조는 물론 농·어업 분야에도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선도적으로 도입하겠다”고 말했다.
이 지사는 도청 안팎의 허례허식을 과감하게 걷어내고 있다. 양복을 벗고 운동화 차림으로 경북 곳곳을 다니며 경북을 살릴 아이디어를 구하고 있다. 실·국장만 참석하던 간부회의에 5급 팀장도 참석한다. 공무원들과 단체카톡방을 만들고 피자 점심, 자전거 함께 타기 등 격식을 파괴하고 있다. 일 잘하는 조직, 소통하는 조직이면 된다는 게 그의 실용노선이다.
하지만 위기에 처한 경북을 구하기 위해 공무원에게 내린 요구는 준엄하다. “농업 현장에서는 농부보다, 이론에서는 교수보다 뛰어나야 한다”고 주문했다. 열심히 일하는 공무원들은 변화를 ‘기회’로 받아들이고 있다.▶10년 만에 경상북도로 돌아왔는데 지금의 경북 경제를 어떻게 진단합니까.
“경북은 제조업 비중이 44%로 높지만 제조업 총생산(GRDP) 비중은 2008년 47.2%에서 2016년 43.2%로 매년 하락하고 있죠. 전통적 산업도시이던 구미의 수출 비중은 2009년 전국 1위(6.3%)에서 올해 5위(3.5%)로 떨어졌고 포항은 같은 기간 9위(1.7%)에서 17위(1.9%)로 추락했습니다.”
▶경북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나요.“4차 산업혁명 패러다임 변화는 위기이자 기회입니다. 경북 4개 권역을 신산업 거점으로 육성해 경북을 4차 산업혁명 플랫폼이자 선도지역으로 만들 생각입니다. 경북은 대한민국의 산업화를 견인하며 축적한 인프라와 경험이 있습니다. 경북도, 경북창조경제혁신센터, 삼성이 협력해 스마트 팩토리를 545곳에 보급하고 인공지능(AI)에 기반한 스마트 팩토리 고도화를 추진했습니다.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지난 15일 이 모델을 벤치마킹해 삼성과 함께 전국에 2500곳의 스마트 팩토리를 확산하기로 했죠. 포스텍의 정보통신연구소와 경북AI거점센터는 경북 기업의 애로기술 해결에 본격 나섰습니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보유한 3대 가속기(포항 경주)를 기반으로 신약바이오산업도 육성하고 탄소·티타늄 시대에 대비해 경량소재벨트를 구축할 것입니다.”
▶투자 유치 20조원, 일자리 10만 개 창출을 공약했는데 구체적인 계획은 무엇입니까.
“기업 투자 유치를 활성화하기 위해 KOTRA와 기업체, 은행 출신 인사로 구성된 투자유치특별위원회를 출범시켰습니다.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할 신소재, 바이오헬스, 융복합소재, 산업용센서, 신재생에너지 등 신성장산업 분야를 중심으로 대기업과 중견·중소기업이 상생하는 신산업 생태계를 조성해 투자 유치를 활성화할 계획입니다.”▶지난 2일 사업권을 확보한 1600억원 규모의 스마트팜혁신밸리 사업을 발판으로 스마트경제를 구체화하기로 했습니다.
“제조 분야에서의 4차 산업혁명은 경북이 스마트 팩토리를 통해 앞서가고 있습니다. 농업 분야의 4차 산업혁명은 스마트팜에서, 어업 분야에서는 스마트어장(양식)을 추진해 농어촌을 살리고 기업도 육성할 것입니다. 4차 산업혁명은 농어촌에서도 예외가 아니죠.”
▶베트남 삼성공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의 단체관광을 유치하면 지역 경제 발전에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됩니다.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기업이 2746개입니다. 5000명 이상 현지인을 채용한 기업은 26개로 근로자만 37만 명입니다. 삼성전자의 베트남 법인 현지 직원도 11만 명이나 됩니다. 한국을 찾는 베트남인은 최근 3년간 18만 명 늘었습니다. ‘휴대폰 성지’ 구미와 경북의 관광콘텐츠를 융합해 맞춤형 관광프로그램으로 경북 관광을 도약시키겠습니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해 경북도는 민감할 수밖에 없을 텐데요.
“곽대훈 자유한국당 의원은 탈원전으로 인한 피해가 고용 감소 1300명, 경제 손실 9조5000억원에 달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미국 일본 프랑스 영국 등 선진국들은 탈원전에서 원전유지 에너지전략으로 선회하고 있습니다. 경북에 국내 원전 24기 가운데 12기가 있습니다. 원전해체연구소, 원자력안전연구센터, 방사선융합기술원 등을 반드시 경북에 유치해 원전산업을 안전산업으로 발전시켜야 합니다. 경북은 신재생에너지 발전량도 860만㎿h로 전국 2위입니다. 신재생에너지산업도 미래산업으로 육성하겠습니다.”
▶경북 시·군 23곳 중 인구소멸위험지역이 19곳이나 됩니다.
“아이 낳기 좋은 경북, 청년이 돌아오는 경북을 만들어야 합니다. 이웃사촌복지공동체시범마을을 추진 중입니다. 교육 의료 문화 복지 돌봄기능을 개선하고 마을 주민 2000명을 이웃사촌 행복도우미로 뽑아 일자리 창출과 연계시킨 사업입니다. ‘사라지는’ 경북을 ‘살아나는’ 경북으로 바꾸겠습니다.”
▶신북방경제협력시대를 맞아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수립하고 있습니까.
“동해안 시대가 열려야 대한민국이 1인당 소득 5만달러 시대를 맞이할 수 있습니다. 동해중부선(포항~영덕~삼척) 조기 완공과 복선전철화, 영일만 신항의 해양물류 전략항 사업을 추진해 신북방경제 시대에 대비하겠습니다. 동해안을 중심으로 한 동북아 관광해양벨트도 구축할 계획입니다.”
■이철우 경북지사는
경북에 100만 도시 조성
이웃사촌복지공동체 등… 인구절벽 위기 구원 나선 정책 '아이디어 뱅크'
《출근하지 마라 답은 현장에 있다》, 《지방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변해야 산다》. 이철우 경북지사가 낸 책의 제목이다. 2008년 총선 전 낸 《출근하지 마라 답은 현장에 있다》는 경북에 인구 100만 도시 두 곳을 만들어 광역전철망으로 대구와 연결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10년 전 낸 이 제안은 지난 13일 대구시와 경상북도가 개최한 대구경북 한뿌리상생위원회에서 경제공동체 건설 계획으로 다시 부각됐다.
대기업 생산기지 해외 이전과 인구 감소로 위기에 처한 경북을 구하고 대구와 함께 살기 위해서는 포항·경주·영천, 구미·김천·상주를 묶어 100만 인구 도시 두 곳을 만든 뒤 대구와 연결하자는 구상이다. 2006년 경북도 정부부지사 때는 영남권 5개 지방자치단체 부단체장들과 모여 5개 지자체가 2000억원씩 내 영남권 공항을 건설하자는 제안도 했다. 이 지사는 “주장이 현실화됐다면 대구·경북과 영남권은 지금과 달라졌을 것”이라며 “대구·경북 경제통합을 확실히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 지사는 눈물이 많은 사람이다. 타인의 슬픈 얘기를 듣거나 연속극을 보다가도 눈물을 흘릴 정도로 감수성이 풍부하다. 공감 능력은 경북도민과 기업인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정책을 세우는 바탕이 되고 있다. 소멸 위기에 처한 농촌마을을 출향인사들과 함께 살리겠다는 이웃사촌복지공동체 시범마을 정책이 탄생한 배경이다. 구미국가산업단지의 중소기업 가동률 41%를 ‘숫자’로 받아들이지 않고 기업인들의 ‘아픔’으로 새긴다. 그는 공무원들에게 “내 가족의 일처럼 여기자”, “도지사에게 충성하지 말고 도민에게 충성해 달라”고 주문한다. 이 지사는 중앙정부에서 20년, 지방정부에서 20년 일한 경험이 있는 3선 국회의원 출신이다.△1955년 김천 출생
△1974년 김천고 졸업
△1978년 경북대 수학교육과 졸업
△1978~1985년 중·고교 교사
△1985~2005년 국가정보원
△2005년 연세대 대학원 정치학석사
△2005~2008년 경상북도 정무부지사
△2008~2018년 3선 국회의원(18~20대)
△2016~2018년 국회 정보위원회 위원장
△2017년 자유한국당 최고위원
△2018년 7월~ 경북지사
안동=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