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바이오 기술·기업들 한국으로 속속 몰려오는 까닭

바이오벤처에 돈 몰린다

자금조달 쉽고 R&D 역량 갖춰
바이오 기술 상업화에 '최적지'

이스라엘 요즈마·러 곤충硏 등
한국 기업과 제휴 잇따라
코스닥 상장 추진도 늘어

최근 해외 바이오 기술과 기업들이 한국으로 속속 몰려들고 있다. 국내 바이오기업과 협업해 기술 상용화를 추진하거나 자금 조달에 나서는 사례가 늘고 있다. 바이오 투자가 활발한 데다 국내 기업의 연구개발(R&D) 역량이 높아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에 설립된 요즈마바이오사이언스홀딩스는 이스라엘의 제약·바이오 기술을 한국에 들여와 상업화할 계획이다. 요즈마바이오사이언스홀딩스는 세계적 창업투자회사인 이스라엘 요즈마그룹의 한국법인 요즈마그룹코리아와 국내 석유화학업체 미래SCI가 세운 합작회사다. 요즈마그룹코리아는 세계 5대 기초과학연구소인 이스라엘 와이즈만연구소의 바이오 기술을 한국으로 이전할 권리를 갖고 있다. 와이즈만연구소가 보유한 바이오 기술을 국내 바이오기업이 상업화할 수 있도록 중개할 계획이다.

이원재 요즈마그룹코리아 대표는 “제약·바이오 분야 투자 열기가 뜨거운 한국은 자금 유치가 상대적으로 수월하다”며 “의약품 임상에 최적의 조건을 갖춘 우수한 병원시스템도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해외 바이오기업을 인수하거나 기술을 들여와 상업화에 나서는 국내 기업도 늘고 있다. 정보기술(IT) 업체인 투비소프트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대 곤충연구소와 함께 신약 공동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곤충연구소가 발견한 초파리에서 유래된 면역물질 ‘알로페론’의 국내 및 미국 임상을 진행할 계획이다. 알로페론이 헤르페스바이러스(HSV), 급성 B형 간염, 인유두종바이러스(HPV) 등의 치료제로 러시아에서 승인된 만큼 빠른 상업화를 기대하고 있다.

동양네트웍스는 지난 5월 독일 바이오벤처 메디진을 인수했다. 메디진이 개발 중인 면역항암제의 아시아 권리를 확보해 상업화에 나설 계획이다. 메디진은 미국 블루버드바이오와 6개 암종에 대해 총 1조5000억원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을 맺기도 했다. 에스에프씨도 미국 면역세포치료제 개발 업체인 에이비타에 투자하고 뇌질환 치료제 개발을 추진 중이다.

한국 증시 상장을 시도하는 해외 바이오 기업도 늘고 있다. 싱가포르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와 미국 아벨리노랩은 삼성증권을 상장 주관사로 선정하고 코스닥시장 상장을 추진 중이다. 베트남 1위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기업 나노젠도 코스닥 상장을 계획하고 있다.

해외 바이오기업이 한국 증시 상장을 추진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기업가치를 높게 쳐주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 유가증권시장 의약품지수의 12개월 선행 예상실적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은 65배다. 제약·바이오기업에 앞으로 1년간 예상되는 순이익의 65배 가치를 인정한다는 의미다. MSCI 일본제약바이오지수는 26.9배, MSCI 유럽제약지수는 21.4배, 미국 S&P 제약지수는 20.4배로 한국이 더 높다.

한민수 한경닷컴 기자 hm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