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효과는 있겠지만… 집값 잡기엔 역부족"
입력
수정
지면A27
'8·27 대책' 전문가 평가부동산 전문가들은 정부의 ‘8·27 부동산 대책’이 미흡하다고 평가했다. 공급 확대책이 나오기는 했지만 구체적인 입지가 공개되지 않아서다. 전문가들은 “요즘 서울을 중심으로 수도권 아파트값이 뛰고 있는 것은 수급불균형 탓”이라며 “실제 수요자들이 원하는 지역에 새 아파트를 공급하겠다는 신호를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반짝 효과’만 있을 것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의 효과가 단기간에 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대책 내용이 시장이 예상한 정도에 그친 데다 실제 규제 영향이 미미해서다. 홍춘욱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시장 분위기를 바꿀 만한 내용이 없다”며 “잠시 ‘눈치 보기 장세’가 나타날 수는 있겠지만 중장기적으로 집값 오름세를 확 잠재우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장 분위기 돌릴 내용 없어
산발적 대책…내성만 키워
공급 '액션 플랜' 내용이 관건
서울 주요 지역은 이미 이날 발표된 규제를 모두 적용받고 있는 점도 한계다. 이상우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집값이 많이 오른 강남권과 ‘마·용·성(마포 용산 성동구)’ 등에 실제로 추가되는 규제가 없다”며 “시장에서 가장 인기 있는 지역에 대한 대책은 없고 주변 지역을 규제권에 추가하는 정도여서 대책의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인기 주거지역은 투기지역이나 투기과열지구, 조정대상지역 등에 신규 지정되더라도 거래에 별 타격이 없다고 지적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작년 8월 투기지역으로 지정된 양천구는 지난 넉 달간 34.8%나 뛰었다”며 “실수요자들은 기존 규제를 무서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시장 내성 우려
이번 대책의 부작용으로 집값이 되레 더 오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양지영 R&C연구소장은 “서울은 이미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며 “투기지역 신규 지정 등으로 거래 부담감이 커져 수요자들이 매물을 거둬들이면 공급이 더욱 줄어 장기적으로 가격이 더 상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홍춘욱 팀장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정책으로 매물이 잠기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며 “집값 안정을 위해선 세금 제도를 조정해 매물이 시장에 더 많이 나올 수 있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각종 부동산 규제를 산발적으로 내놓으면서 시장에 내성이 생기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번 대책은 문재인 정부 들어 여덟 번째 부동산 관련 대책이다. 함영진 랩장은 “정부로선 호가가 오르는 것이 당장은 무섭겠으나, 가격이 너무 높아지면 시장이 알아서 자정한다”며 “전국적 현상도 아니고 전세가는 매우 안정돼 있는 상태인 만큼 시간을 두고 기다려보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관건은 공급량”
전문가들은 서울을 비롯해 수도권 공급을 늘리는 것이 관건이라고 조언했다. 홍 팀장은 “가구 수 대비 내년 입주량을 보면 공급 물량이 많지 않다”며 “주택에 40년 감가상각을 적용하면 매년 전체 가구 수의 2.5% 정도가 신규 공급돼야 하는데 서울 기존 공급량은 1% 미만”이라고 지적했다. 이상우 애널리스트는 “국토교통부 공급량 통계는 아파트만이 아니라 다세대·단독주택을 포함한 수치”라며 “시장에서 실수요자들이 원하는 건 새 아파트이므로 통계 숫자만 봐서는 공급량을 맞출 수 없다”고 말했다.
양지영 소장은 “신도시 개발 당시 서울 외부로 빠져나갔던 수요가 유턴하는 회귀 수요, 정부의 수요 억제책으로 똘똘한 한 채로 수요가 집중되는 현상 등을 보면 기존 데이터보다 수요가 확 늘었다”며 “이를 감안하면 기존 공급량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우려했다.정부가 내놓은 수도권 신규 공급 방안에 대해서도 시장 안정에 큰 도움이 되긴 어렵다는 전망이 잇달았다. 정부는 수도권에 총 24만여 가구를 공급할 수 있는 공공택지 14곳을 개발키로 했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 투자자문센터장은 “일자리에 근접해 사람들이 살고 싶어 하는 지역에 신규 공급을 하는 것이 관건”이라며 “신규 공급에 대한 구체적인 ‘액션 플랜’이 나와야 시장이 반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