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웅, 경영권 분쟁 '불씨' 살아나나
입력
수정
지면A23
'욕설 파문' 윤재승 회장, 경영 일선 퇴진윤재승 대웅제약 회장이 직원들에게 상습적으로 폭언과 욕설 등을 해온 사실이 알려지면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기로 했다. 창업주 윤영환 명예회장의 셋째 아들로 형제간 분쟁 끝에 경영권을 손에 쥔 그가 갑질 논란에 휘말리면서 일각에선 경영권 분쟁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대주주 지분율 높지 않아
형제간 경영권 분쟁 배제 못해
대웅, 장중 4% 하락했다 반등
27일 유가증권시장에서 대웅제약은 4500원(2.26%) 하락한 19만4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개장 전 한 방송사는 윤 회장이 업무 보고를 받는 과정에서 직원에게 “정신병자 ××아니야” “미친 ××네” 등의 폭언을 한 녹취록을 공개했다.
이에 따라 기업 신인도가 악화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면서 대웅제약 주가가 떨어졌다. 파장이 커질 조짐을 보이자 윤 회장은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다”며 “즉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자숙의 시간을 갖겠다”고 밝혔다.
대웅제약과 달리 지주회사인 대웅 주가는 이날 꿋꿋하게 버텼다. 장중 4%대까지 떨어졌다가 회복해 100원(0.57%) 오른 1만7600원에 마감했다. 수년 전 벌어진 형제간 분쟁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가능성이 있다는 일말의 기대가 작용했기 때문이란 게 증권업계 분석이다.과거 대웅제약 경영권을 둘러싼 형제간 다툼은 치열했다. 검사 출신인 윤 회장은 1995년 대웅제약에 부사장으로 입사해 2년 뒤인 1997년 대웅제약 대표이사 사장에 취임했다. 하지만 2009년 바로 위 형인 윤재훈 당시 부사장에게 대웅제약 대표직을 넘기고 지주사인 대웅 대표로 이동했다. 이후 2012년 대웅제약 대표이사로 복귀하면서 경영권 승계를 마무리지었다. 윤 회장은 2014년 대웅제약 회장에 올랐다.
윤재훈 전 대웅제약 대표가 2015년 알피그룹을 꾸려 회장을 맡아 독립한 뒤 형제 사이는 더 멀어졌다. 알피그룹의 국내 1위 연질캡슐 생산 계열사 알피코프는 대웅제약으로부터 수백억원 규모의 물량을 받아왔는데 계열 분리 이후 일감이 급감했다. 형인 윤재훈 회장이 2016년 10%에 달하던 대웅 지분 상당수를 정리하면서 형제간 분쟁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시장에선 대웅의 대주주 지분율이 높지 않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윤재승 회장의 대웅 지분율은 11.61%에 불과하다. 차남 지분은 없고, 장남인 윤재용 씨(6.97%)와 막내 딸인 윤영씨(5.42%)가 일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경영권 분쟁이 다시 벌어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게 상당수 전문가의 분석이다. 한 애널리스트는 “윤재승 회장이 경영권을 잡은 뒤 개인 회사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지분을 늘려왔다”며 “경영 일선에 물러난다는 게 등기임원 자리를 포기한다는 의미가 아닌 만큼 분쟁 재발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말했다.
조진형/전예진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