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팔에 떼인 돈 찾아줄게"… 사기 피해자 또 등친 시민단체 대표

피해자 5000여명에 접근
은닉자금 찾았다며 꼬드겨
기부금 명목으로 20억 '꿀꺽'

투자사기 피해금을 되찾아준다며 기부금을 받아 20억원을 챙긴 시민단체 대표가 경찰에 붙잡혔다. 조사 결과 피해금을 되찾으려는 노력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바른가정경제실천을위한시민연대(바실련)’ 대표 A씨(50)를 사기, 상습사기 혐의로 불구속 입건해 수사 중이며 조만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27일 밝혔다.

A씨는 2008년 바실련을 설립해 10년 동안 피해자 5000여 명으로부터 총 20억원가량의 기부금을 부당하게 챙긴 혐의를 받는다. 그는 2008년 11월 국내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피라미드형 사기 사건인 ‘조희팔 사건’으로 5조원대 피해가 발생하자 시민단체를 세워 피해자들에게 접근했다. 2015년 6월에는 또 다른 투자 사기이던 ‘해피소닉글로벌’ 유사수신 사건 피해자들도 비슷한 방법으로 끌어들였다.

바실련 설립 이후 A씨는 투자사기 분야 전문가로 행세해 방송에 출연하거나 기자회견을 하면서 이름을 알렸다. A씨는 전국을 돌며 매주 피해자 모임을 열어 피해자들에게 “조희팔이 은닉한 자금이 2200억원에 달하는데, 내가 600억~700억원을 확보했다”며 사무실 운영비, 연수원 건립비, 활동비 등의 명목으로 기부금을 내라고 꼬드겼다. 피해자들은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는 기대에 1인당 적게는 1000원에서 많게는 500만원을 기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경찰 압수수색 결과 A씨는 투자 피해금 회수를 위한 소송을 진행하거나 준비한 적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조씨의 은닉 자금을 확보하지 않았고, 연수원을 건립할 계획도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시민단체를 운영하면서 체크카드로 노래방, 병원, 마트에서 총 9000여만원을 결제하고 4억8000만원을 현금으로 인출하는 등 기부금을 개인적으로 사용한 정황도 파악됐다.

경찰 관계자는 “A씨의 사기 행각을 설명해도 여전히 믿지 않는 피해자들이 있다”며 “추가 피해자 및 이와 비슷한 다른 범죄행위가 있는지 면밀히 조사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