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차손 탓 브라질 국채 17% 손실… "10월까지 헤알화 하락 가능성"

브라질 채권 투자자 '패닉'

작년부터 5조원대 팔려

"年10% 이자수익 보장"
투기 등급에도 경쟁적 판매
전문가 "사실상 위험 상품"

브라질 대선 1·2위 후보
재정확대 '포퓰리즘' 주창
"투자 결정 10월 이후로"
한 중소기업에 다니는 조모 차장은 작년 9월 증권사 프라이빗뱅커(PB)의 추천을 받고 종잣돈 3000만원을 브라질채권에 투자했다. “남미 최대 경제대국인 브라질이 망하지 않는 한 원금을 보장받을 수 있고, 연 10%의 이자소득에 비과세 혜택도 받을 수 있다”는 PB의 설명에 귀가 솔깃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브라질 헤알화 가치가 폭락하면서 평가손실률이 30%를 넘었다. 조 차장처럼 브라질 국채 투자자들은 지금이라도 환매해야 할지, 회복되길 기다리며 들고 있어야 할지, 오히려 투자를 늘려야 할지 고민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헤알화 가치가 역사적 저점인 만큼 추가 하락성은 크지 않지만 오는 10월 브라질 대통령 선거 때까지는 환율이 급등락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당분간 환매든, 신규 투자든 자제하는 게 좋다고 말한다.
◆환율에 수익률 좌우27일 헤알화 가치가 원화 대비 역대 최저인 헤알당 271원27전으로 하락하면서 증권사 PB센터 등엔 투자자들의 항의성 환매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브라질 채권은 비용 등을 감안해 대부분 환헤지(위험회피)를 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연 10%의 채권 이자를 받더라도 환차손을 감안하면 올 들어 브라질 채권 투자수익률이 -17%인 것으로 추정된다. 유재흥 얼라이언스번스틴자산운용 채권부문 매니저는 “브라질 국채의 투자 성과는 사실상 환율에 달려 있다”며 “브라질 같은 신흥국의 통화는 글로벌 금융시장 움직임에 따라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브라질 채권은 이름만 채권이지 ‘안전자산’으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브라질 채권은 지난해 NH투자증권,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KB증권, 신한금융투자, 하나금융투자 등 주요 7개 증권사에서 4조1885억원어치 넘게 팔렸다. 올해 들어서도 현재까지 1조2921억원어치가 판매됐다.지난해와 올해 국내 주식형펀드 전체 순유입액(2조3251억원)의 두 배가 넘는다.

◆투자 결정은 10월 이후로헤알화 가치가 역사적 저점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일각에선 지금이 브라질 국채를 저가 매입할 기회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하지만 대다수 전문가는 오히려 추가 손실 위험이 크다고 경고한다. 오는 10월 브라질 대선을 앞두고 불확실성이 더 커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여론조사 결과 현재 지지율이 가장 높은 후보는 수감 중인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전 대통령이다. 지지율 2위를 달리고 있는 자이르 보우소나루 연방 하원 의원은 극우성향 ‘포퓰리스트’로 꼽힌다. 공공부채가 브라질 경제의 최대 난관인 상황에서 두 후보 모두 재정을 더욱 악화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환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신규 투자, 중도 매도 결정은 10월 대선 이후로 미루는 편이 좋다”며 “환율이 역사적 저점에 있지만 지금은 보수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리 인상에 따른 채권 가격 하락 가능성도 있다. 김민형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헤알화 약세를 방어하기 위해 브라질 중앙은행이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증권사 책임론도 제기

위험 상품을 경쟁적으로 판매한 증권사들에 대한 비판도 커지고 있다. 자본시장법상 미국 등 A등급 이상 우량신용등급 국가에서 발행한 국채는 증권신고서 제출 의무가 면제돼 금융회사에서 투자를 권유할 수 있다. 하지만 투기등급 채권은 증권신고서 면제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50인 이상에게 투자 권유를 하게 되면 채권발행주체가 증권신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즉 국가신용등급이 ‘BB-’(투기등급)인 브라질 국채의 경우 다수에게 투자권유가 있었다면 브라질 정부가 금융감독원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 같은 현실적 문제 때문에 금융회사들은 브라질 국채를 창구에서 권유해 판매할 수 없다. 금감원 관계자는 “투자적격등급이 아닌 국가의 채권을 금융회사에서 적극적으로 권유해 판매했다면 법 위반 소지가 있다”며 “최근 신흥국 위기에 대한 우려가 커져 관련 상품을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만수/하수정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