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회계사 3명 중 1명꼴 이상으로 '휴업'인 상태에서 정부가 회계개혁에 따른 수요증가 전망을 이유로 선발 인원 확대를 검토 중이어서 주목된다.27일 한국공인회계사회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회계사 2만75명 중 휴업 신고를 한 회계사는 36.1%인 7천256명에 달했다.
휴업 회계사는 회계사 시험에 합격해 공인 자격증을 취득했지만, 회계법인이나 감사반에 들어가서 기업 회계감사라는 본업을 하는 대신 일반 직장에 취직한 경우 등이 많다.
휴업 회계사는 10년 전인 2008년 6월 말에는 3천364명으로 전체 회계사의 29.6% 수준이었다.그러나 지난 10년간 휴업자가 2배 이상으로 늘었고 비중 역시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처럼 휴업 회계사가 늘어난 것은 일단 선발 인원이 많이 증가한 데에 원인이 있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겪은 이후 기업의 회계 투명성 제고에 대한 요구가 커지면서 2000년까지 한해 400~500명 선이던 선발 인원은 2001년부터 1천명을 웃돌았으며 2009년 이후에도 900명 이상을 뽑고 있다.이런 상황에서 과당 경쟁으로 회계사의 업무 강도는 세진 데다 처우 개선이 미미하다 보니 회계법인 이탈자가 속출했다.
기업 등에서 회계감사의 중요성이 부각되며 회계사 채용이 늘어난 측면도 있다.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수습 끝내고 4~5년쯤 지나면 퇴사해 다른 직장으로 옮기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그러나 국가 자격증 남발이라는 지적을 피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국가가 시험을 통해 기업 회계감사 업무를 수행할 인원을 뽑아 자격증을 발급했는데 정작 자격증을 받은 회계사들은 본업과 다른 업무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휴업 회계사 비중이 높아지고 회계법인의 수습회계사 수용 능력에 한계가 있다 보니 한동안은 회계사 선발 인원을 단계적으로 줄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하지만 2009년 이후에도 선발 예정 인원이 최소 850명 이상으로 공지돼왔고 실제로는 매년 900명 이상을 뽑았다.
최근에는 분위기도 완전히 바뀌었다.
금융위원회는 회계사 선발 규모를 오히려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정부의 회계개혁 추진으로 외부감사법이 개정됨에 따라 향후 외부감사 대상이 확대되고 기업과 회계법인의 내부 회계관리 및 감사품질에 대한 규율이 강화되면서 회계사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회계법인들은 당장 11월 감사업무 품질 제고를 위한 '표준감사시간제'가 도입됨에 따라 회계사 충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회개개혁 추진으로 회계사를 더 뽑아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돼 선발 인원 증원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회계법인들이 수습회계사를 소화하는 데 한계가 있어 갑자기 늘릴 수 없는 만큼 완만하게 늘리는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7천명이 넘는 휴업 회계사를 그대로 둔 채 회계사 선발 규모를 늘리는 것은 국가 자격증 남발이라는 지적도 있다.우선 휴업 회계사가 본업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유인책을 써야 한다는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