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 된 나프타 운명의 일주일… 미-멕 개정합의에 공은 캐나다로

美 최후통첩에 캐나다 협상 재개…캐나다 총리 "트럼프와 건설적 대화"
멕시코·캐나다, 3자 협정체제 유지 입장…무역분쟁절차 폐지 등 쟁점
미국과 멕시코가 24년 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ㆍ나프타) 개정에 27일(현지시간) 사실상 합의함에 따라 이제 공은 캐나다의 손으로 넘어갔다.1994년 정식 발효된 나프타는 미국과 멕시코, 캐나다 등 북미 3개국이 참여하는 무관세 무역협정인 만큼 미국과 캐나다 간의 추가 협상 결과가 나프타의 존속 여부를 결정짓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그러나 캐나다 없이도 협정을 개정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내비쳤다.

캐나다와의 협상이 결렬되면 멕시코와의 양자 협정으로 전환하겠다는 구상이다.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캐나다와) 별도의 협정을 체결할 수도 있고, (나프타라는) 같은 방식으로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그러면서 캐나다와 협상이 잘 진행되지 않을 경우 캐나다산 자동차와 낙농제품에 관세를 부과하겠다며 으름장을 놓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일 트위터를 통해 "그들(캐나다)의 관세와 무역 장벽은 너무 높다.만약 합의에 이르지 못한다면 (캐나다에서 생산되는) 자동차에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캐나다에 불만을 피력한 바 있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도 "백악관은 (미-멕 나프타 개정 협정 잠정 타결안을) 금요일(31일)까지 의회에 통보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도 "아직 캐나다가 협정에 참여할 길은 열려 있다"고 밝혔다.

멕시코와 잠정 합의를 끌어낸 미국이 나프타의 한 축인 캐나다를 향해 협정 개정에 동참하도록 최후통첩을 한 것이다.미국의 압박에 캐나다는 개정협상을 재개하기로 했다.

그러나 캐나다가 미국과의 양자 협상이나 미국, 멕시코와의 3자 협상에서 긍정적인 합의에 이를지는 미지수다.

28일 워싱턴DC에 도착해 협상 테이블에 앉을 예정인 캐나다 측은 자국의 이익 수호를 위해 쉽게 양보하지 않을 태세다.

캐나다 외교부는 "우리는 나프타가 캐나다와 중산층에 유리할 경우에만 서명할 것"이라며 국익 극대화를 위해 한발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확인했다.

다만,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실은 성명을 내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이 나프타에 대해 건설적인 대화를 했다"고 밝혀 의외로 합의가 손쉽게 도출될 가능성도 있다.

멕시코와 캐나다는 나프타가 3자 협정으로 존속되기를 강력히 지지하고 있다.

두 나라는 미국과 체결한 양자 합의에 캐나다도 동의해 3자 체제라는 골간이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엔리케 페냐 니에토 멕시코 대통령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 스피커폰으로 한 통화에서 "이제 캐나다도 개정 합의안에 동참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니에토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캐나다가 금주 내에 나프타 개정협상을 마무리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신속하게 협상에 복귀해달라고 트뤼도 캐나다 총리에게 요청했다고 적었다.

미국과 캐나다의 향후 협상에서는 무역분쟁 분야가 최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멕시코는 미국의 요구를 수용해 협정 19조에 명시된 무역분쟁 해결절차의 폐지에 합의했으나 캐나다는 절차 존속을 주장해왔다.

일몰조항의 경우 미국과 멕시코가 6년마다 협정을 재검토하되, 이견이 없으면 16년간 존속하기로 합의한 만큼 캐나다도 큰 무리 없이 동의할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은 5년마다 재검토한 뒤 협상을 통해 새로운 협정을 체결해야 한다고 주장해왔지만 기존 주장에서 한 발짝 물러섰다.

캐나다와 멕시코는 투자 불확실성을 초래한다며 기간을 더 늘려잡거나 아예 적용해서는 안 된다며 맞서왔다.

미국과 멕시코가 최저임금 노동자 생산 비중을 상향하기로 합의한 대목도 캐나다가 반대할 이유가 없다.

이는 미국에 있는 공장이 인건비가 싼 멕시코로 이전하는 현상을 막으려고 미국이 제시한 협상 카드였고, 멕시코와 비교하면 인건비가 상대적으로 비싼 캐나다도 미국에 동조하는 쟁점이었다.

나프타 개정협상은 트럼프 대통령의 강한 불만을 토대로 시작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캠페인 시절부터 나프타를 일자리를 없애고 무역적자를 안기는 최악의 협정이라며 폐기하거나 수정하겠다는 방침을 밝혀왔다.

취임 후에는 구체적인 폐기 수순을 밝히며 압박에 나서기도 했다.

이에 3국은 작년 8월부터 개정협상을 시작했으나 이해관계가 극명히 엇갈려 협상이 1년 넘게 진통을 겪었다.멕시코는 7월 1일 대선 이후 새 정권이 들어서는 12월 이전에 협상을 마무리 짓겠다는 내부 방침에 따라 미국과 협상 테이블에 다시 마주 앉았고 주요 쟁점에서 합의를 끌어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