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 재정사업 추진 '공약' 넘치는데… 예산은 되레 줄어 '희망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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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시장 들쑤시고…실현 가능성은 낮아
남부내륙철도·서울 4개 경전철 등 "예산 투입하겠다"
"혈세낭비" 논란에 예비타당성 '문턱' 넘기도 힘들어
◆줄줄이 재정사업 전환
경상남도는 지역균형발전 차원에서 재정사업으로 재검토한다는 입장이다. 김 지사는 지난달 17일 기자간담회에서 “국토교통부에서 필요성을 공감하고 있으며 협의가 잘 되고 있다”며 재정사업 추진을 재차 강조했다.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19일 4개 도시철도(경전철) 사업을 재정사업으로 전환 추진해 2022년 착공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면목선(청량리~신내동), 우이신설연장선(우이동~방학동), 목동선(신월동~2호선 당산역), 난곡선(보라매공원~난향동) 등이다. 2015년 ‘제2차 서울시 10개년 도시철도망 계획’에 포함됐으나 3년째 민간사업자를 유치하지 못한 사업들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실제 재정사업으로 전환되는 사업은 많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무엇보다 정부 SOC 예산이 계속 줄고 있어서다. 이날 정부가 발표한 내년 SOC 예산은 18조5000억원이다. 올해 예산(19조원)보다 5000억원 줄어든다. 철도·도시철도 부문 예산만 놓고 보면 올해 5조1969억원에서 내년 4조9610억원으로 감소한다. 게다가 정부는 이 예산을 신규 사업이 아니라 진행 중인 사업에 주로 투입할 계획임을 분명히 했다. 또 주요 간선망 구축사업(서해선전철, 보성~임성리철도, 안성~구리고속도로, 새만금~전주고속도로)과 대도시권 교통 혼잡 완화(5개 대도시권 순환도로,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A노선)에 예산을 집중키로 했다. 신규 사업에 투자할 예산이 거의 없는 셈이다.
김훈 한국교통연구원 철도교통연구본부장은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SOC 예산은 2021년 16조2000억원까지 감소한다”며 “신규 사업을 할 수 있는 여지가 갈수록 줄고 있다”고 설명했다.예비타당성 조사 문턱을 넘기도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국가 재정사업으로 바뀌더라도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 문턱을 넘지 못하면 원칙상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없다. 다만 지역균형발전 등의 명분이 있으면 사업성이 낮아도 추진할 수 있다. 남부내륙철도는 과거에 재정사업으로 시행하려다 두 차례나 실패했다. 이명박 정부 당시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B/C가 0.3으로 나와 무산됐다. 2014년에도 예비타당성 조사가 이뤄졌으나 지난해 5월 B/C가 0.72로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철도업계 관계자는 “지난해에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떨어진 사업을 무슨 수로 재정사업으로 재추진할지 의문”이라며 “노선 변경이나 부대 사업 개발 같은 획기적인 대안이 없으면 선심성 공약에 그칠 수 있다”고 꼬집었다. 곽창석 도시와공간 대표는 “일부 힘 있는 정치인이 주도하는 사업만 간신히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이유 때문에 국토부는 일부 사업에 대해 벌써 제동을 걸고 있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서울시 경전철 사업을 재정사업으로 전환하려면 도시철도망구축계획으로 확정고시가 내려져야 하는데 이것을 확정하는 것은 서울시가 아니라 국토부가 하는 것”이라며 “이후 기재부 예비타당성 조사도 통과해야 하고 기본계획 확정, 사업계획 수립 등 다양한 절차를 거쳐야 착공할 수 있기 때문에 철도사업이 가시화되려면 상당히 긴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김 장관은 이어 “도시철도사업에 대한 과도한 기대를 가지고 해당 지역에 달려간 서민들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기 때문에 이런 상황을 객관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