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카 퍼스트' 또 통했다… 美, 멕시코와 NAFTA 개정 합의

무역전쟁 승기 잡은 트럼프

美 자동차 일자리 지킨 트럼프

역내 車부품 비율 75%로 상향
노동자 45% 최저시급도 올려
멕시코 車제조 경쟁력 하락

3자 협정 NAFTA 변수는 캐나다
동의 안 하면 美와 양자협정해야
미국과 멕시코가 27일(현지시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개정을 위한 양자 협상을 타결했다. 2016년 대통령선거 때부터 “NAFTA는 재앙”이라고 비난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로 미 정부가 재협상에 착수한 지 1년 만이다.

강력한 힘의 논리를 앞세운 트럼프 대통령의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가 멕시코를 상대로도 먹혀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은 NAFTA의 또 다른 당사자인 캐나다와 추가 협상을 하되 타협이 이뤄지지 않으면 NAFTA를 폐기하고 멕시코와 양자 협정을 체결할 계획이다.◆“철저하게 미국에 유리한 협정”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엔리케 페냐 니에토 멕시코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NAFTA 개정 합의를 공식 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 결과에 대해 “훨씬 더 공정해진 거래”라며 “오늘은 무역에서 빅데이(중요한 날)”라고 말했다. 트위터에도 “멕시코와의 멋진 빅딜”이라고 적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철저하게 미국에 유리한 합의를 이끌어냈다. 자동차를 미국에 무관세로 수출하기 위한 조건의 하나로 최저임금(시간당 16달러) 노동자 비중을 40∼45%로 못 박은 게 대표적이다. 미국과 멕시코는 임금 격차가 크다. 미국 자동차 근로자는 평균시급이 20달러 이상이지만 멕시코 완성차 근로자의 시급은 8달러 미만, 부품 생산 근로자는 4달러 미만이다. 이 같은 임금 격차로 인해 많은 미국 기업이 멕시코로 이전했다. 하지만 이번 합의로 멕시코의 저임금 이점은 상당 부분 사라지게 됐다.
자동차 무관세 혜택을 보기 위한 NAFTA 역내 부품 사용비율을 현행 62.5%에서 75%로 올린 것도 미국에 유리하다. 아시아나 유럽 자동차 업체가 멕시코로 부품을 가져가 생산하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미국 내 제조업 등에서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멕시코 자동차 업계는 “(멕시코) 자동차산업이 미국의 단순 조립공장으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고 반발했다.

미국은 농업에선 무관세를 유지하되 지식재산권 보호 규정을 강화하도록 했다. 금융분야 규제도 완화했다. 모두 미국 기업이 혜택을 볼 수 있는 조항이다. 미국이 요구한 반덤핑분쟁해결위원회 폐지도 그대로 관철됐다. 미국이 멕시코산 제품에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기가 쉬워졌다.

핵심 쟁점 중 트럼프 행정부가 눈에 띄게 양보한 건 일몰조항 정도다. 미국은 당초 5년마다 재승인하지 않으면 협정을 파기하는 일몰조항 도입을 원했다. 하지만 협상 끝에 6년마다 협정을 재검토하고 이후 10년간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협정을 폐기하는 것으로 물러섰다.
◆“NAFTA 없앨 것” 계속되는 엄포

트럼프 대통령은 멕시코와의 NAFTA 개정 협상을 타결함으로써 또 한 번 원하는 성과를 거뒀다. 그는 대선 때부터 NAFTA를 “미국 일자리를 파괴한 재앙”이라고 공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끔찍한 딜”이라고 공격한 뒤 지난 3월 입맛에 맞게 고쳤고 유럽연합(EU)에 대해서도 불공정한 무역관행을 직설적으로 공격해 미국산 콩과 천연가스 수입을 늘리고 관세인하를 모색하겠다는 답변을 얻어냈다.

NAFTA의 운명을 좌우할 변수는 캐나다다. NAFTA는 미국, 캐나다, 멕시코의 3자 협정이기 때문에 캐나다가 미국과 멕시코가 합의한 큰 틀의 개정안에 동의해야 NAFTA가 유지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1994년 1월 발효된 NAFTA는 24년 만에 폐기 수순을 밟게 된다. 미국과 캐나다는 28~31일 워싱턴DC에서 NAFTA 개정을 위한 협상을 벌인다.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캐나다산 자동차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면 하루 만에 합의를 끌어낼 수 있다며 협상에 자신감을 드러냈다. 특히 “NAFTA라는 이름을 없앨 것”이라고도 했다. 여차하면 NAFTA를 폐지하고 미국·멕시코 무역협정, 미국·캐나다 무역협정 같은 양자 협정으로 전환하겠다는 위협이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

핫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