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양보의 선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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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호 < 서울교통공사 사장 taehokim@seoulmetro.co.kr >지난해 5월 서울교통공사 초대 사장으로 부임하면서 조직문화융합(PMI: Post Merger Integration)을 위해 많은 고민을 했다. 서울교통공사는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가 통합해 만들어진 조직이다. 그러다 보니 조직과 인사를 둘러싼 갈등, 시설과 시스템 통합 과정에서의 혼란, 고용 및 처우와 관련한 노동조합과의 의견 충돌 등 여러 가지 문제가 산적해 있었다.
1999년 프랑스 르노자동차와 일본 닛산자동차가 전략적 제휴를 통해 만든 ‘르노-닛산 얼라이언스’는 PMI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힌다. 카를로스 곤 회장이 3개월간 오전 7시부터 오후 11시까지 간부 600여 명을 일일이 만나 목표를 공유하고 재건 계획 수립을 위한 기초를 마련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르노-닛산 얼라이언스’가 판매량 세계 2위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규모의 경제’ 달성을 통한 시너지도 있지만 이처럼 밀도 높은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두터운 신뢰관계를 형성한 데 있다.서울교통공사의 통합 성패 여부도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내부의 화학적 결합을 얼마나 잘 이끌어내느냐에 달려 있다. 지금까지 사람, 일, 제도 3대 분야에 걸쳐 PMI를 체계적으로 전개해 오며 직원들뿐 아니라 고객, 협력업체 등과 통합의 의미와 효과, 목표 등에 대해 지속적으로 의견을 교환하고 소통해 왔다. 지난 1년간 갈등과 위기의 시간을 극복하며 깨달은 것은 대화의 끝에서 만난 양보의 소중함이었다.
양보라는 말은 흔히 자신의 이익을 희생한다는 의미로 해석되곤 한다. 하지만 그 이면을 잘 살펴보면 양보는 상대방에 대한 믿음과 존중, 인내가 있어야 가능하다. 우리가 누군가에게 양보한다는 것은 누군가를 진심으로 믿고 존중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서로 신뢰하는 관계에서 양보의 선순환이 가능해지면 성과물이 커지게 돼 장기적으로는 모두에게 이익으로 돌아가는 것이 이치다.
양보의 힘이 조직을 지속 가능하도록 하는 사례는 주변에서 자주 볼 수 있다. 지난 3월 직원 간 차별해소를 위해 무기계약직 1288명을 일반직으로 전환한 것도 상호 간에 충분한 교감과 양보가 뒷받침됐기에 가능했다. 물론 다양한 이견 때문에 협의가 순조롭지만은 않았다. 그러나 차별은 없애고 차이는 인정하고 기회는 공정하게 하자는 데 뜻을 모으고 결실을 맺을 수 있었다.
열린 대화를 통해 함께 내린 결정, 그리고 함께하는 상상과 꿈으로 우리는 한층 성숙해지고 더 높은 곳으로 도약할 것이라 믿는다. 그 꿈으로 다가가는 여정이 고단할지라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양보의 진정한 가치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