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집값 '규제의 역설' 공급 확대로 풀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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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집값 고공행진, 수요 많다는 뜻서울 집값이 최근 전 지역에서 급상승하자 사람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주택 수요자들은 수억원에 달하는 집을 보지도 않고 계약금부터 지급하기도 한다. 일부 집주인들은 계약금을 받고도 계약을 파기한다. 더 높은 값에 집을 팔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어서다.
수요 규제로는 가격 안정화 어려워
장기 관리방향 정하고 시장을 믿어야"
김덕례 <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연구실장 >
부동산시장은 수급에 따른 경기변동이 진행 중이다. 2015년 이후 3년간 전국적으로 약 215만 호가 공급되면서 주택 가격 상승폭이 크게 둔화되고 있다. 입주 물량이 크게 늘고 있는 지방의 아파트값은 3년째 하락세다. 그러나 서울은 다르다.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2010년부터 4년간 주택 가격이 하락했다. 2012년에 서울 아파트값은 6.7% 떨어졌다. 국가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3년 이후 가장 큰 폭의 하락세다. 이후 2014년부터 서울 아파트값은 꾸준히 오르고 있다. 서울 아파트값이 하락한 시점에 지방 아파트값은 꾸준히 상승했다. 2011년에는 17.9%나 올랐다. 이처럼 서울과 지방의 주택 가격변동 흐름은 다르다.통계청이 추계한 서울의 장래가구추계를 보면 서울에 거주하는 가구는 2022년까지 약 1만 가구 증가하다가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2016년 가구 기준으로 보면 서울시 주택은 약 4만 호 부족하다. 서울시 주택보급률도 100%에 못 미친다. 가구가 증가하는 2022년까지 서울 시내 주택을 꾸준히 공급해야 하는 이유다. 전국적으로 주택의 양적 문제는 해결됐다. 그러나 서울은 주택이 여전히 조금 모자란다. 서울에는 지은 지 30년 넘는 주택도 많다. 40만 호 정도가 지은 지 30년 넘었고, 20년 이상 된 주택은 122만 호에 이른다.
가구 수보다 주택이 조금 모자라고 낡은 주택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서울 주택시장은 늘 좋고 새로운 주택을 갖고 싶어 하는 수요가 넘친다. 금융위기 이후 서울시의 아파트 인허가는 연평균 4만~5만 호 수준이었다. 그러나 2014년과 2016년에 아파트 인허가가 평균치를 크게 밑돌았다. 2014년 아파트 인허가는 2만9000호였고, 그 이듬해에 아파트 가격은 6.7% 뛰었다. 2016년 아파트 인허가는 2만5000호에 불과했다. 올해 아파트 가격 상승 압력이 높아진 까닭이다.
그러나 지난해 아파트 인허가는 7만5000호로, 금융위기 이후 가장 많았다. 이 물량이 입주할 즈음이면 아파트 가격 상승 압력은 크게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 아파트 가격 급등 현상이 지속되기 어려운 이유다.서울시의 갑작스러운 개발 발표로 최근 서울 전역의 집값이 들썩이면서 무섭게 상승하고 있다. 이를 진정시키기 위해 국토교통부는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를 추가 지정하고 수도권 내 주택공급계획을 추가로 발표했다. 서울시는 개발 보류를 선언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엇박자가 빚어낸 몇 주간의 해프닝이다. 불안감이 확산된 시장을 진정시킬 수 있는 단기적 효과는 크게 기대하기 어렵겠지만 정부 입장을 다시 한 번 확고히 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 집값이 오르는 이유는 △가구 수 대비 부족한 주택 수 △시중의 풍부한 유동자금과 부족한 대체 투자처 △좋은 주거지에 대한 투자 및 거주 선호 유지 △재건축 규제에 따른 서울 시내 공급 감소 불안감 △지방 유동자금의 서울 집중 등 다양하다. 원인이 다양하고 복합적이기 때문에 강력한 규제 정책이 오히려 부작용을 가져오는 ‘규제의 역설’이 발생하고 있다. 서울 집값이 고공 행진한다는 것은 공급보다 수요가 월등히 많은 상황을 알려주는 신호다. 수요를 분산하고 공급을 늘리지 않으면 가격 안정화는 기대하기 어렵다.
과도한 집값 상승은 버블을 형성하고, 계층 간 위화감을 조성한다. 정상적인 수준의 집값 상승을 유지하는 데 정책 역량을 집중해야 하는 이유다. 수요 규제만으로는 충분한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장기적 관점에서 시장 안정을 위해 합리적인 적정 규제선을 설정하고 시장의 자정작용을 기대해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