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CIO 공모 논란에 추천제로 바꾼다지만… "대놓고 낙하산 꽂겠다는 것 아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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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제 공정성 문제있다면정부가 공공기관장 선발 방식을 공개모집제에서 10년 전 방식인 추천제로 다시 되돌리기로 한 것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는 “현재 공모제는 ‘무늬만 공모제’란 지적이 많았다”고 배경을 설명했지만 공공기관 안팎에선 최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CIO) 공모 과정에서 빚어진 잡음과 무관하지 않다는 얘기가 나온다.
투명하게 운영하는게 맞는 일
추천제 회귀…이해 어려워"
당장 공공기관 사이에선 “대놓고 낙하산을 내려보내겠다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한 공기업 관계자는 “공모제의 공정성에 문제가 있었다면 이를 시정하고 앞으로 투명하게 운영하는 게 상식적으로 맞는 일”이라며 “아예 과거처럼 추천제로 하겠다는 정부 논리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비전문가가 오는 것을 막고자 2008년부터 주요 공공기관은 반드시 공모를 통해 기관장을 선발하도록 했다. 공모만으로 기관장을 뽑거나 공모와 추천을 동시에 받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오는 10월 말께 추천만으로도 공공기관장을 선발할 수 있도록 ‘공공기관 경영혁신 지침’을 개정할 예정이다. 지침이 개정되면 올해 말부터 시행될 가능성이 높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9일 “공공기관장 후보자 모집 방식을 추천제 중심으로 전환할 것”이라고 말했다. 추천은 관계 부처, 관련 단체 및 학계에서 받고 인사혁신처의 인재 데이터베이스(DB)도 활용할 계획이다.공공기관장 선임은 각 기관이 구성한 임원추천위원회에서 3~5배수의 후보를 올리면 기재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서 이를 2배수로 압축하고, 소관 부처 장관이 두 명 중 한 명을 대통령에게 제청하는 절차를 거친다. 마지막 후보 두 명 중 한 명은 청와대 등 ‘윗선’이 찍은 사람이고 나머지는 들러리인 경우가 많다는 게 공공기관 사이에선 공공연한 비밀이다. 현 정부 들어서도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특정인에게 전화를 걸어 국민연금 CIO에 지원해보라고 권유한 게 알려져 논란이 됐다.
한 공기업 관계자는 “관련 단체와 학계, 관계 부처가 한 명씩 추천한다고 가정하면 결국 정부가 추천한 인사에 힘이 실릴 수밖에 없다”며 “낙하산 인사가 더 기승을 부릴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공기업 관계자는 “현 제도 아래서도 기재부 공운위가 청와대 눈치를 안 보고 낙하산 인사를 잘 걸러내면 되는 것 아닌가”라며 “추천제가 낙하산을 내려보내기 더 쉬운 제도인데 낙하산 때문에 공모제를 추천제로 바꾸겠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