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강심장' 은주원, 마지막 시기서 7위→3위 대역전극 동메달

생일 선물로 엄마가 사주신 스케이트보드가 아시안게임 첫 메달로
"주원아, 할 수 있어. 아직 메달 가능성 있어!"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스케이트보드 남자 스트리트 부문 결선이 열린 29일 경기장에서 한국 스케이트보드 대표팀 김영민 코치가 마지막 시기를 앞둔 은주원(17·수택고)에게 소리쳤다.

그러나 사실 그다지 와 닿는 말은 아니었다.

왜냐하면, 그때까지 은주원은 결선 진출 8명 가운데 7위에 머물고 있었기 때문이다.메달권인 3위 선수와도 6.9점 차이가 났던 터라 이번 대회에 처음 정식 종목이 된 스케이트보드에 참가한 것으로 의의를 찾게 될 가능성이 커 보였다.

그런데 이때 믿기 어려운 일이 벌어졌다.

은주원이 마지막으로 시도한 백사이드 360도 립슬라이드 기술이 제대로 먹히면서 무려 8.6점을 받아 순식간에 3위로 도약한 것이다.스케이트보드 스트리트 종목은 계단과 난간, 레일, 경사면 등 다양한 구조물 안에서 기술을 펼쳐 심판들의 채점으로 순위를 정한다.

먼저 1, 2차 시기 런을 통해서는 코스 전체에서 연기를 펼치고, 그다음 다섯 차례는 특정 구간에서 자신 있는 기술만 구사해 점수를 받는 식이다.

총 7차례 시기에서 성적이 나쁜 3개를 버리고 4번의 점수를 합산한 것이 선수의 최종 득점이 된다.이날 은주원의 마지막 시기가 더욱 극적이었던 것이 앞서 시도한 네 번의 베스트 트릭 가운데 세 번이나 넘어져 0.1점을 받았기 때문이다.

마지막 시기에도 넘어지거나 낮은 점수를 받았더라면 8명 가운데 하위권으로 대회를 마칠 뻔했지만 극적으로 기술에 성공한 뒤 얼굴을 감싸 쥐며 기뻐했다.

은주원이 구사한 마지막 회심의 기술은 공중에서 한 바퀴를 돌면서 보드를 난간에 걸치고 내려와 착지하는 백사이드 360도 립슬라이드였다.
그는 경기를 마친 뒤 김영민 코치와 포옹하며 "마지막 시기를 앞두고 제발 그 기술이 성공하게 해달라고 기도했다"며 "어제 예선부터 응원해주신 분들이 많아서 그 생각으로 힘을 받아 탈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스케이트보드를 탔다는 은주원은 "길거리에서 처음 본 뒤 호기심이 생겨서 엄마에게 생일 선물로 사달라고 했다"고 이 종목과 인연을 소개했다.

이번 대회 처음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스케이트보드에서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메달을 따낸 그는 "출전 자체가 어려운 이 대회에서 후회 없는 경기를 다 보여드리고 싶었다"며 "실수도 있었지만 그래도 마지막 시기에서 동메달을 딴 것에 감사하고 영광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종목은 2020년 도쿄 올림픽에서도 정식 종목으로 열린다.

그는 "올림픽에 나간다면 이번에 했던 실수를 다시 하지 않는 선수가 되겠다"며 메달에 대한 의지를 내비쳤다.

김영민 코치는 "국내에 훈련 시설이 마땅치 않지만 기술적인 부분을 보완한다면 올림픽 가능성도 바라볼 수 있다"고 전망했다.김 코치는 "그동안 용인시 도움으로 엑스파크에서 스트리트 종목 훈련은 할 수 있었지만 파크 훈련 시설이 없어 어려움이 있었는데 그래도 파크 선수들이 선전을 해줘서 고맙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