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붉은색 vs 붉은색…한국·베트남 관중 뜨거운 응원전

경기 후에도 관중석 바로 떠나지 않고 환호와 격려의 박수
한국과 베트남의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준결승이 열린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치비농의 파칸사리 스타디움 관중석은 붉은 물결로 넘실댔다.3만 석 규모의 관중석 한쪽을 메운 붉은 티셔츠의 관중은 얼핏 한 무리처럼 보였지만 자세히 보면 관중석 중앙을 기준으로 확연하게 나뉘었다.

한쪽은 가슴에 'KOREA'가 새겨지고 파란 막대 풍선과 태극기를 든 한국 응원단이었고, 다른 한쪽엔 가슴에 노란 별이 그려진 채 노란 막대 풍선을 든 베트남 응원단이었다.

초반엔 한데 뭉쳐 있는 베트남 관중이 더 많아 보였지만 경기 시작이 임박할 수록 한국 관중이 늘어났다.이날 경기장엔 5천698명의 관중이 들어찼는데 이 중 3분의 2가량은 한국 관중, 3분의 1은 베트남 관중으로 추정됐다.

양국 모두 이번 대회에서 이전 어떤 경기보다 많은 관중이 경기장을 찾았다.

한국 응원단은 경기 초반 커다란 북·꽹과리 소리와 함께 '대∼한민국'을 연호하며 기선을 제압했다.베트남 관중도 이에 질세라 짧게 끊어 외치는 '베트남' 응원 구호를 반복했다.

베트남 관중석 아래엔 박항서 감독에게 고마움을 전하는 '생큐 박'(Thank you Park)이라는 플래카드도 걸려 있었다.

이승우가 전반 7분 일찌감치 선제골을 터뜨리자 관중석의 분위기는 확연하게 대비됐다.한국 관중은 '대한민국'을 외치는 목소리를 더욱 높였고, 망연자실한 베트남 관중은 한동안 정지화면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두 번째, 세 번째 골이 나오는 동안 침묵이 깊어지던 베트남 팬은 후반 25분 쩐 민 브엉의 만회골이 나오자 다시 살아났다.

홍염까지 터뜨리며 열렬히 환호했다.

만회골 이후 베트남 관중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났고 베트남이 공을 잡고 우리 진영으로 넘어올 때마다 손을 모으고 마음을 졸여 응원했다.

그러는 동안에도 우리 관중은 여유롭게 자리에 앉아 '대한민국'을 연호했다.

결국 한국의 3-1 승리로 경기가 끝난 후 양국 붉은 관중은 어느 쪽도 먼저 자리를 뜨지 않았다.우리 관중은 승리한 태극전사를 태극기 물결로 환영했고, 베트남 관중도 끝까지 싸워준 베트남 선수들과 박항서 감독을 향해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