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사명감으로 뭉친 LoL 대표팀, 중국에 패해 은메달

거액 몸값에 걸맞지 않은 열악한 환경에도 "e스포츠 알리겠다"
'페이커' 이상혁을 앞세운 한국 '리그 오브 레전드'(LoL·롤) 대표팀이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중국에 패해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e스포츠 종주국을 자부하기에 은메달이라는 결과에 대표팀 내부에서는 실망감도 감돌았다.

그러나 이내 "값진 은메달"이라고 마음을 다잡고 "다음에는 실수하지 않겠다"며 다음 대회 우승을 기약했다.

한국 롤 대표팀은 29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마하카 스퀘어의 브리타마 아레나에서 열린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e스포츠 롤 결승전에서 중국에 1-3으로 패하며 은메달을 획득했다.e스포츠는 이번 대회 시범종목으로 채택됐다.

금·은·동메달로 순위를 정하기는 하지만, 정식종목과 달리 대회 국가별 메달 집계에 포함되지 않는다.

국내에서는 금메달에 따른 병역 혜택이나 연금도 제공되지 않는다.그러나 롤 대표팀은 한국 첫 e스포츠 국가대표라는 사명감으로 자카르타에 입성했다.

국가대표는 모두 스타 프로 게이머들이다.

연봉 수입만 30억이 넘는 것으로 알려진 '페이커' 이상혁(SK텔레콤 T1)을 비롯해 '기인' 김기인(아프리카 프릭스), '스코어' 고동빈(KT 롤스터), '피넛' 한왕호(킹존 드래곤X), '룰러' 박재혁(Gen.G LoL), '코어장전' 조용인(Gen.G LoL) 등 모두 롤 포지션별 최고를 자부하는 선수들이 모인 '드림팀'이다.
경기 환경은 열악했다.

첫 경기가 열린 27일에는 점심으로 '식빵 세 봉지와 물'이 제공되기도 했다.

그러나 대표팀은 조별리그에서 중국, 베트남, 카자흐스탄을 각각 2차례 모두 이기며 6전 전승으로 A조 1위로 4강에 진출했다.

4강전에서는 B조 2위 사우디아라비아에 2경기를 모두 이기며 결승에 올랐다.

결승에서는 중국과 만났다.

막대한 자본력으로 e스포츠 신흥 강국으로 떠오른, 한국의 최대 라이벌 국가다.

결승은 5전 3승제로 열렸다.

첫판은 중국이 이겼지만, 한국은 2세트에서 승리하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그러나 3세트와 4세트를 내리 내주며 중국에 금메달을 넘겼다.

선수들은 시상식에서 어두운 표정으로 고개를 들지 못했다.

'룰러' 박재혁과 '기인' 김기인은 경기 후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주장 '스코어' 고동빈은 "값진 은메달이다.

최선을 다했다"며 "각자 다른 팀에서 왔지만 팀워크에 문제는 없었다.

전체적으로 호흡은 잘 맞았다"고 이번 대회 출전 의의를 밝혔다.

고동빈은 "충분히 이길 수 있는 상대인데 작은 실수가 승부를 결정지었다"며 "다음 대회에서는 실수가 없도록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상혁은 "좀 더 노력했으면 충분히 이길 수 있었는데 아쉽다.

중국이 예선보다 좋은 전략으로 나왔고 우리의 대처가 부족했다"고 패배를 인정했다.

또 "환경이 열악하기는 했지만 모두 똑같은 환경이다"라며 패인을 다른 곳으로 돌리지도 않았다.

이상혁은 "e스포츠를 많은 분에게 알릴 좋은 기회이기 때문에 이 대회에 출전했다"고 밝힌 바 있다.한국e스포츠협회는 "아시안게임 시범종목 롤의 국가대표로 출전해 현지의 낯선 환경에서도 사명감을 가지고 선전했다"고 평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