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TK 구애… 30일 광주 찾아 '영호남 횡단'

구미서 첫 현장 최고위…"전국적 국민정당으로서 TK 요구 부응해야"
"R&D 예산, 국회 심사서 늘리는 것 검토…규제혁신법안 협상 안 끝나"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29일 경북 구미를 찾아 첫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했다.지난 25일 취임한 이 대표는 민주당의 불모지인 경북을 이번 주 지역 순회 일정의 첫 장소로 선택했다.

이 대표가 공언한 대로 '20년 집권'을 위해선 호남에 뿌리를 둔 민주당이 영남까지 아우르는 전국정당으로 체질을 바꾸는 게 중요하다는 판단이 녹아든 행보로 해석된다.
이 대표는 이날 구미시청에서 주재한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생경제를 살리는 데 좌우가 없고, 동서 구분도 있을 수 없다"고 밝혔다.그는 이어 "제가 '대구·경북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말씀드렸더니 (민주당 소속 장세용 구미시장이) 지역 현안을 여러 건 보내오셨다"며 "다 들어 드릴 수는 없겠지만 가능한 한 당에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노력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최고위원들도 대구·경북(TK) 구애에 나섰다.

박주민 최고위원은 "대구·경북 지역 분들이 민주당을 선택했다는 것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드리기 위해서라도 지역 현안에 각별한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박광온 최고위원은 "구미에서도 신산업·융합산업을 일으키자는 열망을 정부와 당이 충분히 뒷받침해야 한다"고 했고, 설훈 최고위원은 "여야가 함께 손을 맞잡고 구미 경제를 살려 민생경제를 전국적으로 살릴 수 있다는 표본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해영 최고위원은 "다음 총선에서 대구·경북 지역을 대변하는 비례대표 1인을 반드시 안정권에 우선 배치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남인순 최고위원은 "구미시의 여러 현안에 각별히 관심을 갖겠다"고 약속했다.구미는 민주당이 지난 6월 지방선거를 통해 TK에서 유일하게 기초단체장을 낸 곳으로, 이 대표가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기반인 호남보다 영남, 그것도 TK를 먼저 찾은 것은 보수정당의 텃밭이었던 부산·경남(PK)에 이어 TK까지 당세를 확장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특히 구미는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고향이라는 점에서 구미 방문이 통합의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의미도 있다.

이 대표는 "분단 70년을 청산하고 평화와 공존의 시대를 열자는 의미도 있고, 우리 당이 전국적인 국민정당으로 대구·경북을 책임져야 한다는 지역 요구에도 부응하려고 (구미를) 첫 번째로 찾았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가 방문한 구미시청에는 예고 없이 자유한국당 소속 이철우 경북지사가 모습을 나타내 눈길을 끌었다.

이 지사는 기자들과 만나 "예산과 현안에 대한 협조 요청을 위해 인사차 찾은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 이어 구미 금오테크노밸리를 찾아 현장의 목소리를 들었다.

창업 기업인들을 만나 '인건비 지원이 필요하다', '5년 차 이상 된 기업들에게도 적합한 지원을 검토해달라' 등의 건의를 들은 이 대표는 "신생산업과 기존산업을 각각 맞춤형으로 지원해야지 어느 하나만 할 수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어 해외통신사업자 인증랩, 전자파적합성 시험소 등을 둘러보고 창조경제 혁신센터 내 창업 기업인들도 만났다.

원소프트다임이 개발한 작은 체성분 측정 기기를 통해 근육량과 체지방률 등을 직접 재보기도 했다.

이 대표는 현장방문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구미가 우리나라 전자산업의 발상지라 할 수 있는데 50년 지나다 보니 새로운 시대로 전환하고 있다"며 "혁신 창업가들을 위해 정부가 R&D(연구개발), 인건비를 지원해주는 정책을 더 강화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대구·경북은 저희로서는 매우 중요한 전략 지역"이라고 전제한 뒤 "앞으로 여러 가지 법률이나 예산 등을 지원해서 균형 있게 발전시키도록 하겠다"며 다시 한번 'TK 집중 지원'을 약속했다.

이 대표는 정부가 발표한 내년도 예산안 중 R&D 예산을 언급하며 "20조원은 넘어 다행인데, 증가율은 평균에 못 미친다.

국회 심사 과정에서 (R&D 예산을) 늘릴 수 있는 부분을 검토해보겠다"고 했다.

또 8월 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한 각종 규제개혁 법안에 대해 "원래는 내일 오후 2시에 통과시키려 했는데 오늘 보고받기로는 아직 협상이 다 안 끝났다"며 "내일 늦게 하든가, 내일 못 하고 다음 날로 넘어갈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30일에는 광주를 찾아 국립 5·18 민주묘역을 참배, 영호남을 횡단하는 일정을 소화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