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라 기자의 알쓸커잡] 서핑, 사자 커피, 그리고 아사이볼
입력
수정
지면A19
(30) 하와이 '라이언 커피'“니가 가라, 하와이.”
영화 ‘친구’의 명대사죠. 와이키키, 훌라 댄스, 커피와 함께 한국에서 하와이를 유명하게 만든 것이기도 합니다. 죽기 전에 하고 싶은 일을 모은 버킷리스트. 아주 구체적이고 사소한 것들을 나열한 뒤 1년에 하나씩 지워가는 재미에 빠져 있습니다. 올여름엔 조금 무모한 도전을 했습니다. ‘하와이에서 서핑 배우기.’ 기왕 배울 거면 원조의 나라에서 배워보자는 허세와 더 나이 들기 전에 해야 한다는 발악이 더해진 결과랄까요. 다녀온 뒤 버킷리스트에 줄을 하나 그으면서 ‘하와이 하면 떠오르는 것’이 조금 바뀌었습니다. 서핑, 사자 커피, 그리고 아사이볼.
붐비는 와이키키는 뒤로하고 수상 구조대원들이 운영하는 작은 마을의 서핑 클럽에 머물렀습니다. 처음 잡아본 서프보드를 들고 지상 교육도 없이 바로 물속으로 직진. 단순한 동작을 시범 보인 코치를 따라 했는데, 거짓말처럼 하얗게 밀려오는 파도 위에 금방 일어설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두 시간 정도 지났을까. 다리에 힘이 풀리고 정신이 몽롱해졌습니다. 모래밭에 뻗어있는데 서핑 코치들이 응급약처럼 건넨 건 달달한 커피와 아사이볼. 딸기, 블루베리, 바나나, 그래놀라 등 각종 슈퍼푸드의 토핑 아래 시원하고 상큼한 아사이베리 스무디가 깔려 있어 눈이 번쩍 뜨였습니다. 그 뒤에 마시는 달콤쌉쌀한 코나커피는 환상의 궁합.
하와이의 대부분 카페, 푸드트럭은 커피와 아사이볼을 함께 팔고 있습니다. 새벽 6~7시에 문을 열어 아침 파도를 맞으러 가는 서퍼, 파도를 즐기다 지친 서퍼들에게 작지만 강력한 에너지원이지요.서퍼들에게 사랑받는 커피도 따로 있습니다. 하와이 코나 지역은 미국에서 유일하게 커피를 재배할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죠. 그중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커피 브랜드 ‘라이언 커피’는 집집마다 없는 곳이 없습니다. 1864년 오하이오주에서 시작된 라이언 커피는 한때 세계 최대 커피회사로 성장했다가 사라졌던 전설의 브랜드입니다. 1979년 한 사업가가 하와이 호놀룰루에 본사를 새로 지으며 부활했습니다. 현재 코나커피의 세계 최대 생산업체입니다. 은은한 향을 입힌 ‘팬시 로스팅’ 기법이 특징입니다. 현지에선 원두 300g 정도를 5~6달러에 살 수 있으니 가격도 착합니다.
바다와 파도, 그 땅에서 나고 자란 과일과 커피. 하와이를 ‘태평양의 파라다이스’라 부르게 된 배경에는 이런 것들이 있었더군요. 영화 속 동수(장동건)는 아마 하와이를 몰랐던 모양입니다. 한 번이라도 가봤다면 이렇게 말했을 텐데. “내가 간다, 하와이.”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