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개혁 반발 거세지자… '차르' 푸틴도 한 발 후퇴

연금법 개혁안 완화 발표

정년 연장 추진하다
반대 시위확산…지지율 급락
러시아의 절대 권력인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연금개혁에 대한 국민적 반발에 부딪혀 일부 수정된 개혁안을 내놨다.

푸틴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30여분간의 TV 연설을 통해 여성의 정년 및 연금 수급 연령을 당초 제시한 63세에서 60세로 앞당기겠다는 방안을 제시했다. 러시아 정부는 지난 6월 연금법 개정안에서 남성의 정년 및 연금 수급 연령은 2028년까지 60세에서 65세로, 여성은 2034년까지 55세에서 63세로 각각 늦추겠다는 방침을 밝혔다.푸틴 대통령은 “여성들이 직장에서만 일하는 게 아니라 가사, 가족 배려, 자녀 부양 등의 짐을 지고 있는 것을 이해한다”며 남성의 정년 및 연금 수급 연령은 당초 제안대로 65세로 두고 여성은 63세에서 60세로 3년 앞당기는 수정안을 발표했다. 푸틴 대통령은 다자녀 여성의 조기 정년 및 연금 수급도 허용하는 안을 제안했다. 러시아 정부는 옛 소련 시절인 1930년부터 유지돼 오고 있는 정년 연령이 세계에서 가장 낮아 정부 재정 운용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며 연금개혁을 추진해왔다.

지난달 여론조사기관 레바다센터 조사에 따르면 러시아 국민의 89%가 연금개혁에 반대하고 있다. 러시아 국민들이 연금개혁에 반발하는 가장 큰 이유는 평균 수명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러시아 남성의 평균 수명은 66세, 여성은 77세다. 정부안에 따라 2028년까지 남성의 연금 수령 연령을 65세로 올리면 은퇴 후 평균 1년만 연금을 받는다.

러시아 월드컵이 끝난 지난달 말부터 수천 명이 거리로 나와 연금개혁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대선 직후인 지난 4월 82%에 달했던 국정 지지도는 지난달 62%까지 떨어졌다.

추가영 기자 gyc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