벙커 탈출 위해선 무조건 풀 스윙?… 웨지샷 2배 크기면 거리 딱~이죠

메이저 퀸 박지은의 MUST 골프
(8) 지옥벙커에서 천국벙커로

짧은 어프로치샷처럼 셋업
클럽 페이스와 몸통 여는 것만 달라

공 왼쪽 놓고 체중도 양발 50대 50
자세도 일부러 낮추지 말고
오른손바닥 하늘 보게 유지

'페이스 연 것으로 착각하지 않기'+
'바운스로 치기'+'배짱·자신감' 중요

퍼팅만큼 연습 필요한 게 벙커샷
"드라이버 연습의 10% 정도 투자를"
벙커샷이라고 ‘특별한’ 셋업을 하면 오히려 긴장을 유발한다. 왼발을 약간 연 오픈 스탠스(왼쪽 사진)에 클럽 페이스만 여는 간결한 셋업이 좋다. 체중이 한쪽으로 치우치거나 공이 평소 위치보다 다르면(오른쪽 사진) 탈출 확률이 떨어진다. /포천=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벙커샷 어려우시죠? 최소한 1타 이상은 잃을 각오를 해야 하니 그렇습니다. 그린 주변 벙커의 경우 고지(?)를 눈앞에 두고 2~3타를 어이없게 잃는 참사가 많아 심리적 충격은 OB(아웃오브바운즈)보다 더 할 수도 있지 않나 싶기도 합니다. 오죽하면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부침개가 ‘벙커전(앞)’이란 우스갯소리까지 회자하고 있을까요.

메이저 승부 가른 벙커샷프로라고 벙커샷이 쉬운 게 아닙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프로들도 벙커에서 공을 그린에 올려 파세이브 이상을 하는 샌드 세이브율이 대략 30~40%에 불과합니다. 세계 최강이라 해도 60%를 넘진 않고요. 저도 LPGA에서 샌드 세이브율 ‘톱3’ 안에 자주 들어 요즘 말로 ‘벙달(벙커샷의 달인)’ 소리를 꽤 들었지만 56%가 최고였습니다.

실력이 고만고만해진 요즘엔 벙커샷이 결정타가 되는 일도 심심찮게 나오곤 합니다. 지난 6월 열린 US여자오픈이 그랬죠. 태국의 골프영웅 에리야 쭈타누깐과 한국이 배출한 골프천재 김효주가 연장전에서 붙었는데, 승부를 가른 게 벙커샷이었습니다. 쭈타누깐이 1.5m에 붙인 반면 김효주가 5m에 붙이는 바람에 7타를 뒤집는 대역전 드라마가 결국 완성되지 못했습니다. 반면 잉글랜드의 조지아 홀은 ‘악마의 입’ 같은 항아리 벙커를 지배하면서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 생애 첫 승을 올렸죠. 홀은 현재 LPGA 벙커샷 부문 1위(66.6%)에 올라 있습니다.

바운스, 바운스, 바운스!벙커샷도 간결한 게 성공 확률이 높아진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러려면 지난번 ‘짧은 어프로치’ 편에서 강조했듯 셋업을 일반 쇼트 어프로치와 너무 다르게 해선 안 된다고 봅니다. 숙달하려면 또 엄청난 연습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죠. 제가 LPGA를 뛸 때나 지금이나 늘 벙커샷을 하는 방식은 이렇습니다.

먼저 클럽 페이스를 엽니다. ‘그립을 잡은 상태에서 여는’ 게 아니라 ‘열어둔 상태에서 잡는’ 게 제대로 페이스를 오픈하는 첫 단추입니다. 제대로 열렸느냐는 그립 끝이 평소 어드레스 때처럼 배꼽 언저리를 향하고 있는지를 보면 되고요. 그립 끝이 왼쪽 옆구리로 향하고 있다면(핸드 포워드) 몸통이 비틀려 열린 것일 뿐인데도 열었다는 착각만 주게 됩니다. 임팩트 순간 다시 페이스가 스퀘어로 돌아와 클럽이 모래에 깊숙이 박혀버릴 확률이 높아집니다.

페이스를 잘 열었다면, 오픈 스탠스를 서는 게 두 번째입니다. 타깃의 왼쪽으로 살짝 몸통을 비껴서는 것이죠. 여기까지는 TV나 인터넷에서 본 벙커샷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겁니다. 지금부터가 진짜 중요합니다. 세 가지를 바꾸지 않는 일입니다.하체를 튼튼히 하기 위해 양발을 모래 속으로 4~5㎝ 파고들어 가니까 웨지 클럽을 당연히 그만큼 짧게 잡아야 하겠죠. 하지만 자세를 낮춰야 한다는 일념으로 일부러 평소보다 무릎을 굽히는 등 의도적인 동작은 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변수를 줄이기 위해서입니다. 자세를 의도적으로 낮추면 임팩트 때 몸이 자기도 모르게 일어나는 ‘헤드업’ 동작이 나올 수 있습니다. 공의 위치도 짧은 어프로치샷처럼 정중앙에서 약간 왼쪽에 놓습니다. 평소와 다르지 않으니 또 변수가 하나 줄어듭니다. 이번엔 체중분배입니다. 양발 50 대 50이어야 합니다. 이것 또한 페어웨이샷과 같습니다. 세 번째 변수가 사라집니다. 한마디로 동작 변형을 최소화하자는 얘깁니다.
백스윙(왼쪽 사진)에서부터 다운스윙(오른쪽 사진)까지 오른손바닥이 하늘로 향하는 듯한 느낌을 유지하면 클럽 헤드가 모래를 잘 빠져나간다. /포천=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바운스+오른손바닥 하늘+가속

이번엔 꼭 지켜야 하는 일입니다. 리딩 에지(클럽 헤드의 날 부분)가 아니라 바운스(클럽 헤드의 바닥 부분)로 공의 오른쪽 5㎝ 뒷부분 모래를 가격하는 겁니다. 바운스가 불도저처럼 모래를 적당한 깊이로 밀어내주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리딩 에지로 가격하면 포클레인으로 파내듯 모래디봇이 제멋대로 깊어져 공 대신 모래만 파내는 꼴이 됩니다.여기서 머릿속에 새겨두면 좋은 동작이 바로 ‘오른손바닥 하늘’입니다. 임팩트 직전부터 피니시까지 그립을 잡은 오른손바닥 부분이 하늘을 바라보는 느낌을 유지해야 한다는 얘기죠. 그래야 애초 열어뒀던 클럽 페이스가 그대로 유지되고, 깔끔하게(소리까지 좋음) 모래가 떠집니다.

마지막이 감속 금물입니다. 피니시까지 중력과 원심력에 의해 묵직하게 도는 클럽헤드에 몸이 이끌려 가듯 가속된 클럽에 몸을 맡겨야 합니다. 최소한 깃대 끝부분 높이까지는 헤드가 피니시한다는 생각으로 하면 스윙 도중 갑자기 속도를 줄이는 일은 없을 겁니다. 더 욕심을 내자면 거리 맞추기입니다. 저는 페어웨이 웨지샷의 2배 정도 더 크게 스윙을 하면 원하는 벙커샷 거리가 나왔습니다.

어찌 보면 쉽습니다. 말로 치는 골프가 아닌 연습이 수반될 때라야 그렇습니다. 그래야 벙커샷의 필수라는 자신감, 배짱 스윙도 생기기 마련입니다. 이번 주말 드라이버 연습시간의 10분의 1만이라도 벙커샷에 투자해보는 건 어떨까요. 벙커, 탈출하려면 우선 벙커로 가야 합니다.박지은 < 골프칼럼니스트·前 LPGA 투어 프로 >

장소협찬 : 포천힐스컨트리클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