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發 충격에 자금 1조 이탈… DB운용, MMF 환매 연기

중동계열 은행 ABCP 담은 국내 MMF '초비상'

알파에셋자산운용도 환매 연기
자산유동화증권 부실 우려에
법인들, MMF 환매 '러시'

"카타르銀 정기예금 ABCP…부실화할 위험 크지 않아"
터키에 자회사를 둔 중동 계열 은행의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을 담고 있는 국내 머니마켓펀드(MMF)에 ‘비상’이 걸렸다. 터키 금융불안 확산으로 카타르국립은행(QNB) 등 자산의 일정부분을 터키에 투자하고 있는 은행의 정기예금을 기초자산으로 발행된 정기예금 유동화증권이 부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QNB의 ABCP를 편입한 MMF에 돈을 맡긴 법인투자자들이 대거 환매를 신청하고 있어서다. DB자산운용이 지난 29일 관련 MMF의 환매 연기를 결정한 데 이어 알파에셋자산운용도 30일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공시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DB자산운용은 QNB의 ABCP를 편입하고 있는 ‘DB다같이법인MMF제1호’의 환매를 연기하기로 했다. 최근 10일간 1조원 넘는 자금이 이탈하는 등 대량 환매요청이 쏟아진 데 따른 것이다. 자산운용사는 고객의 대량 환매청구에 응하는 것이 투자자 간 형평성을 해칠 염려가 있는 경우, 자본시장법에 따라 환매를 연기할 수 있다.QNB는 카타르 정부가 약 50%의 지분을 소유한 국영 은행이다. 2016년 터키 민영 은행이었던 파이낸스뱅크의 지분 100%를 인수해 자회사로 편입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QNB의 연결 기준 자산 중 터키 관련 자산 비중은 지난 23일 기준 9.7%다. 국내 투자자들은 터키 금융불안이 심화하면 QNB가 타격을 받고, 최악의 경우 QNB ABCP가 부실화돼 MMF에 손실을 끼칠 것을 우려해 환매에 나선 것이다.

QNB 정기예금 ABCP는 금리가 0.1%포인트라도 높은 단기금융상품을 찾는 국내 기관투자가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일반 회사채에 투자하는 것보다 안전하면서도 높은 이자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증권사들은 특수목적회사(SPC)를 세우고 SPC를 통해 QNB 외화 정기예금에 가입한 뒤 그 예금을 기초자산으로 원화 ABCP를 만들어 금융회사에 팔았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국내에서 QNB 등 카타르에 소재한 은행들의 정기예금을 기초자산으로 발행된 유동화증권은 10조6000억원에 달한다. 채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편입 비중의 차이는 있지만 국내 MMF 대부분이 QNB ABCP를 담고 있다”고 말했다.다만 QNB 정기예금을 기초로 발행된 ABCP가 실제 부실화할 위험은 높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위지원 한국신용평가 실장은 “QNB는 대출자산의 45%가 정부 및 정부 관련기관으로 구성돼 있다”며 “터키의 불안이 QNB의 자산건전성과 수익성에 하락 압력으로 작용하겠지만 여신에서 정부와 정부 관련 기관의 비중이 높고 자체 신용도도 양호한 점을 감안할 때 대응 능력은 양호하다”고 분석했다.

법인들의 ‘환매 러시’는 지난 5월 있었던 중국 에너지공기업의 ABCP 디폴트 사태로 해외 ABCP 부실화에 대한 우려가 한껏 높아져 있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QNB의 터키에 대한 노출도가 10% 수준인데 이 정도로 국립은행이 흔들릴 가능성은 높지 않아 크게 우려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마지혜/이태호 기자 loo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