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총 1조 JYP엔터 '3대 주주 실종사건'

558억 지분 보유한 미디어코프 청산…주주 등 권리행사 가능할지 관심

미디어코프 2009년 상장폐지 후
JYP 지분 놓고 분쟁 지속
올들어 주가 급등으로 재부각

"청산 후라도 권리관계 남아있으면 잔여재산 분배받을 수 있어"
가수 박진영 씨가 이끄는 코스닥 연예기획사 JYP엔터테인먼트(JYP)에는 ‘유령 주주’가 있다. 9년 전 코스닥시장에서 퇴출된 미디어코프란 회사다. 이 회사는 JYP 3대 주주(5.11%)지만 실체가 모호하다. 지난해 말 청산됐기 때문이다.

JYP가 SM엔터테인먼트마저 따돌리고 엔터업계 시가총액 1위로 부상하면서 유령 지분에 대한 궁금증도 커지고 있다. 서류상에 없는 회사가 500억원대 JYP 주식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30일 JYP 종가(3만1600원) 기준으로 미디어코프의 JYP 지분 가치는 558억원에 이른다. 시장에선 미디어코프의 JYP 지분이 어떻게 처리될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트와이스
◆JYP 지분 둘러싼 갈등

미디어코프가 JYP 지분을 취득한 건 12년 전이다. 코스닥 상장기업이던 미디어코프는 2006년 JYP에 35억원을 투자해 3대 주주(20.98%)에 올랐다. 당시 JYP는 장외업체였다. JYP가 2013년 제이튠엔터테인먼트를 통해 코스닥시장에 우회상장하면서 미디어코프는 상장사 지분 5.11%를 보유하게 됐다.

지난 10년간 미디어코프의 JYP 지분을 둘러싼 우여곡절이 많았다. 미디어코프가 2009년 감사의견 거절로 코스닥에서 상장폐지되면서다. 미디어코프는 당시 코스닥 기업이던 펜타마이크로에 JYP 지분을 팔기로 했지만 해당 지분이 제3의 개인 채권자에게 담보로 제공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면서 분쟁이 벌어졌다.채권자는 소송을 제기해 펜타마이크로로부터 주권인도청구권 압류 및 추심명령을 받아냈지만 JYP 지분을 자신의 명의로 바꾸는 데는 실패했다. 법원은 2011년 “채권자가 JYP 주권을 제시해야 하지만 주권을 소지하고 있지 않으므로 명의개서는 이유 없다”고 판결했다. JYP 관계자는 “미디어코프 지분과 관련해 명의개서를 해달라는 소송이 네 차례 들어왔지만 법원에서 모두 기각했다”고 전했다.

◆미디어코프 주주들 권리 찾을까

결과적으로 미디어코프는 JYP 지분 5.11%를 지켜냈다. 하지만 권리를 행사하는 이가 없었다. 회사는 상장폐지된 뒤 구심점 없이 사라졌다. 퇴출 직후 대주주까지 구속되면서 회사를 이끌 동력이 없었다. 청산인도 없었다.결국 2014년 말 미디어코프는 등기부등본상 해산으로 간주됐고, 2017년 말에는 청산종결로 간주됐다. 500억원대 재산을 가진 자산가가 사망했는데 상속인이 없는 셈이다.

미디어코프 채권자나 주주들이 JYP 지분을 분배받을 수 있는 길이 없는 건 아니다. 법조계에 따르면 법인이 청산 종결된 것으로 간주되더라도 권리관계가 남아있다면 잔여 재산을 분배받을 수 있다. 한 대형 로펌 소속 변호사는 “법에 명시적 규정이 있는 건 아니지만 판례로 보면 청산 종결된 회사라도 권리관계가 남아있으면 완전히 소멸된 것으로 보지 않는다”며 “채권자나 주주들이 뜻을 규합하면 JYP 지분에 대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코프 상장폐지 당시 소액주주 지분은 전체 지분의 75% 수준에 달했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