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결산] 자카르타서 꽃피운 남북단일팀, 2020년 도쿄로 이어지나

국제종합대회 두 번째 단일팀 결성…카누 용선서 금메달 1개·동메달 2개 수확
북측 인터뷰도 적극적…체육분야 대북제재 완화돼야 올림픽 단일팀 확대도 탄력
지난 2월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씨앗을 뿌린 남북 단일팀은 6개월 후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꽃을 피웠다.

국제종합대회에서 최초로 결성된 남북 단일팀인 여자아이스하키 '코리아'가 평창동계올림픽에서 하나 된 남북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면, 올해 아시안게임에서 두 번째로 탄생한 카누·조정·여자농구 3개 종목 단일팀은 실력으로 마침내 메달을 수확했다.

카누 용선 단일팀은 여자 500m에서 금메달의 쾌거를 이뤘다.국제종합대회 시상식에서 최초로 한반도기가 꼭대기에 올라가고, 아리랑이 국가로 연주되는 새 역사가 열렸다.

용선 단일팀은 여자 200m와 남자 1,000m에서 동메달을 보탰다.

불과 20일 남짓 함께 훈련하고 이뤄낸 눈부신 성과였다.한 배를 타고 평화의 질주를 벌인 조정 단일팀은 아쉽게 메달을 따진 못했지만, 여자농구는 결승에 진출해 9월 1일 중국과 금메달을 놓고 꿈의 대결을 벌인다.

단일팀의 메달과 성적, 기록은 우리나라나 북한이 아닌 제3국의 것이 된다.

하지만 이들이 경기장 곳곳에 남긴 영광의 흔적과 남북 관계자가 한반도기를 흔들며 열렬히 응원하던 장면은 단일팀 '코리아'를 지지한 모든 이들의 가슴에 생생한 감동으로 남을 테다.
남북 관계의 훈풍을 타고 남북 체육 당사자들은 단일팀을 더욱 확대하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으고 있다.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당장 2020년 도쿄올림픽에도 단일팀을 구성하자고 북측에 제의했다.

창설 100주년을 맞이하는 내년 전국체전과 2019년 광주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도 출전하는 방안도 북측에 제안했다.

하계올림픽 최초로 도쿄올림픽에서 단일팀을 구성하려면 남북은 2년 앞으로 다가온 지금부터 머리를 맞대야 한다.

종목별 올림픽 출전 선수나 국가의 자격이 올해와 내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결정되기 때문이다.
평창동계올림픽을 코앞에 두고 남북이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을 구성할 수 있었던 건 전적으로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의 배려 덕이었다.

IIHF는 일부 국가의 반발에도 단일팀의 엔트리를 23명에서 35명으로 늘렸다.

이 덕분에 단일팀은 우리나라 선수 23명 전원에 북측 선수 12명이 가세해 팀을 꾸렸다.

그러나 올림픽 첫 단일팀이라는 대의에 치중한 나머지 정부가 국민의 이해를 구하지 않고 성급하게 밀어붙인 탓에 적지 않은 반발에 휩싸였다.

자력으로 올림픽 출전 티켓을 잡은 우리나라 여자아이스하키 선수들의 출전 보장 문제가 맞물려 여론은 급속도로 악화했다.

다른 종목별 국제연맹(IF)에 올림픽 출전 엔트리 확대를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라 여론을 거스르지 않고 종목별 출전 쿼터를 자력으로 확보하려면 남북이 지금부터 서두르는 수밖에 없다.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도 올해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남북 단일팀 결성을 적극 지지하면서도 종목별 출전 엔트리를 늘릴 순 없다고 못 박았다.
남북은 올림픽 단일팀 구성의 실마리를 스포츠 분야 대북제재 완화에서 찾는다.

김광철 북한 카누협회 서기장은 미국과 유엔의 체육 부문 대북제재가 시급히 끝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측의 진정성을 확인한 이기흥 대한체육회장도 남북 단일팀을 구성하려면 남북 선수들이 같은 장비 등을 사용하는 게 선행돼야 한다며 인도주의적인 차원에서 스포츠 분야의 대북제재를 완화할 수 있도록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건의할 예정이라고 보조를 맞췄다.

북미 관계에 크게 좌우되는 남북 관계의 특성상 미국과 유엔의 대북 체육 제재가 언제 풀릴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제재가 완화해 스포츠 교류가 더욱 활발해진다면 단일팀 확대와 도쿄올림픽 단일팀 구성은 탄력을 받는다.

북한은 30일 현재 금메달 12개, 은메달 9개, 동메달 12개를 획득해 1990년 베이징 대회 이래 28년 만에 최고 성적을 올렸다.

특히 도핑 파문으로 중국이 빠진 역도에서 금메달 8개를 휩쓸어 세계적인 경쟁력을 뽐냈다.

레슬링에서 2개, 체조와 사격에서도 금메달 1개씩을 수확했다.북한 선수들과 지도자들은 남측 취재진의 질문에도 적극적으로 답하고 응원을 아끼지 않은 인도네시아 우리 동포들에게도 자연스럽게 감사의 뜻을 건네 단일팀으로 한층 가까워진 남북 관계를 실감케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