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깝고도 먼 일본, 한국과 무엇이 어떻게 다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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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S3
새로 나온 책한국 경제가 일본 경제를 그대로 따라간다는 얘기를 들어봤을 것이다. 한국인과 일본인은 지리적으로 가까운 곳에 살고 있고, 생김새가 비슷하다 보니 사고방식도 어느 정도 닮았을 것이라 넘겨짚는 이들도 있다. 경제·사회·문화 등 여러 면에서 한국과 일본은 정말 닮아 있을까?
흐름의 한국, 축적의 일본
이 책 《흐름의 한국 축적의 일본》의 저자는 양국 간에는 그 근저에 깔린 사고방식을 비롯해 질적 및 양적으로 두드러진 차이를 보인다고 말한다. 그는 양국 비교 및 이해를 위해 세 가지 축을 제시하는데, ‘넓고 얕게’의 한국과 ‘깊고 좁게’의 일본, 디지털 한국과 아날로그 일본, 흐름의 한국과 축적의 일본이 바로 그것이다.양국의 차이를 만드는 ‘세 가지 축’
저자가 제시한 그 세 가지 축 중에 첫 번째는, ‘넓고 얕게’의 한국과 ‘깊고 좁게’의 일본이다. 그에 따르면, 한국인은 자신의 전문 분야 외에 관여하는 곳이 많은 편이다. 자신의 전문 분야에 관한 식견이 다른 분야보다 높기는 하지만, 다른 분야에도 관심을 보이며 상당 정도의 지식을 갖고 있다. 이에 비해 일본인은 여기저기 관여하는 바가 적은 편이라 자신이 종사하는 전문 분야를 깊이 파고드는 성향이 강하다.두 번째는, 디지털 한국과 아날로그 일본이라는 축이다. 조선 말기 쇄국 정책, 일제 식민지 지배, 한국전쟁을 거친 한국은 거의 모든 산업에서 일본에 뒤져 있었다. 그러던 한국이 일본을 따라잡고 앞서가는 대표적인 분야가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이다. 이것저것을 경험하며 다시 비약을 이뤄 보려는 성향이 강한 한국인에게는 디지털 속성이 잘 들어맞았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일본인은 조직 내 사람들과 연계하며 그동안 해오던 방식을 조금씩 개선해나가는 아날로그적 사고에 익숙하다. 그래서 일본은 아날로그 기술과 부합하는 자동차나 기계장비 산업에서 강점을 발휘한다.
세 번째는, 흐름의 한국과 축적의 일본이라는 축이다. 대륙과 해양을 잇는 지역에 위치한 한반도는 이것저것 혼합돼 흐름의 속성이 역력하다. 쌓인 자산이 금방 소진되기도 하고 다시 일약 큰 소득을 올리기도 한다. 이와 달리 대륙의 끝 섬에 자리 잡은 일본은 갖가지를 쌓아가는 축적 성향의 기질이 강하다. 장기간에 걸친 기술·자본·지식 축적이 많은 반면 국채처럼 바람직하지 않은 것도 쌓여왔다.
일본은 구인난인데 한국은 구직난인 이유한국은 일자리 문제가 심각한 것에 반해 일본은 사람을 못 구해 아우성이다. 일본의 고용 사정이 좋아진 데는 중견·중소기업의 고용 흡수가 많고 이들 기업으로 노동 공급도 잘 이뤄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은 그 사정이 다르다. 한국은 중견·중소기업을 꺼리고 대기업이나 공무원으로의 취업을 바라는 세태가 만연해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대기업과 중견·중소기업 간의 격차 해소 등으로 구직자의 취업 선호가 변하지 않는 한 고용 확대의 저변이 쉽게 넓어지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평가한다. 그러면서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일본처럼 고용 창출이 많은 제조업의 기반을 다지고 일본 전문가 풀을 통해 한국 일자리 문제를 개선하는, 즉 그 해답을 가진 일본을 적절히 활용하라고 조언하고 있다.
어떻게 조화를 이룰까?흐름 속성을 가진 한국은 나쁜 것도 금방 바꾸지만 좋은 것도 잘 바꾸는 경향이 있다. 일본은 축적 속성으로 인해 좋은 것도 쌓이지만 나쁜 것도 쌓이기 쉬운 사회다. 흐름은 동적인 활발함이 있지만 불안정성을 내포한다. 축적은 정적인 안정감이 있지만 신속한 대응을 하지 못하는 폐단이 있다. 요컨대 흐름이나 축적 중 한쪽만 강조되면 불균형이 심화될 우려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나라의 균형과 발전을 위해 어려운 일일지라도 상대국의 장점을 살린 ‘넓고 깊게’의 추구,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균형, 흐름과 축적의 조화를 제시한다. 이로써 두 나라의 불균형이 해소되고 더 나은 미래를 향해 함께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려면 먼저 일본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선행돼야 함은 물론이다. 이 책 《흐름의 한국 축적의 일본》이 그 이해를 돕는 동시에 독자의 시야를 넓혀줄 것이다.
이근일 한경비피 편집위원 sajhinki@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