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격려금 4억7000만원 예약… '호르몬 이슈' 딛고 일어선 두티 찬드

인도 스프린터 찬드, 여자 100m·200m 은메달 2개
두티 찬드(22·인도)가 처음으로 세계 육상계에 이름을 알린 건, 실력이 아닌 '도핑 이슈' 때문이었다.하지만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을 치르면서 많은 이들이 찬드의 실력에 주목했다.

찬드의 국제대회 참가에 한때 찬반이 엇갈렸던 인도도 이제는 찬드를 영웅으로 대접하는 분위기다.

인도 언론 더 파이어니어는 31일 "찬드의 고향 인도 오디샤 주에서 '아시안게임 여자 200m에서 은메달을 딴 찬드에게 1천500만 루피(약 2억3천500만원)의 격려금을 추가로 지급한다'고 발표했다"고 전했다.오디샤 주는 찬드가 100m에서 2위에 올랐을 때 이미 격려금 1천500만 루피 지급을 약속했다.

찬드는 오디샤 주에서만 3천만 루피(약 4억7천만원)의 격려금을 받는다.

그를 후원하겠다는 기업도 늘었다.인도 언론은 찬드가 이번 대회를 통해 직·간접적으로 얻을 이익이 7천만 루피(약 11억원) 이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찬드는 26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GBK) 주 경기장에서 열린 여자 100m 결선에서 11초32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29일 200m 결선에서도 23초20으로 2위를 차지했다.이번 대회 여자 100m(11초30), 200m(22초96)를 석권한 에디동 오디옹(바레인)은 나이지리아에서 귀화한 선수다.

인도 언론은 오디옹이 귀화 선수라는 점을 강조하며 찬드가 거둔 성과를 더 화려하게 포장했다.

하지만 찬드는 "많은 선수가 저마다의 사연과 아픔을 가지고 있다.

1위 선수의 과거를 굳이 얘기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찬드에게도 가슴 아픈 기억이 있다.

그는 "과거의 아픔을 씻어주는 은메달"이라고, 과거의 아픔과 현재의 기쁨을 동시에 표현했다.

찬드는 2012년 인도 청소년 육상대회 100m에서 11.8초로 우승하며 유망주로 떠올랐다.

2013년 아시아주니어육상선수권대회 200m에서 23.81초로 3위에 올라 아시아 무대 경쟁력도 증명했다.

하지만 2014년 7월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이 "찬드의 남성호르몬 수치가 기준치보다 높다"며 여자 대회 참가를 무기한 금지했다.
찬드가 약물을 복용한 흔적은 없었다.

하지만 찬드는 체내에서 분비되는 테스토스테론 혈중농도가 10nmol/L(리터 당 나노몰)을 넘어섰다.

IAAF는 "여성으로 보기 어려운 테스토스테론 수치"라고 주장하며 "약물 투여 혹은 수술로 수치를 낮추면 국제대회에 나설 수 있다"고 밝혔다.

찬드는 이를 거부하고 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IAAF를 제소했다.

길고 지루한 다툼이 이어졌다.

그리고 CAS는 "찬드가 여자 경기에 출전하는 데 문제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그 덕에 찬드는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출전했다.

IAAF는 올해 4월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높은 여자 선수는 400m, 800m, 1,500m 등에 출전할 수 없다"는 새로운 규정을 도입했다.

100m와 200m를 뛰는 찬드는 이 규정에 저촉받지 않는다.

하지만 그는 "IAAF는 왜 대체 이런 차별적인 규정을 만드는가.

남자 선수 중에도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높은 선수가 있을텐데 왜 규제하지 않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이며 "내 종목이 아니더라도, 내 도움이 필요한 선수가 있다면 언제든 불러 달라"고 말했다.

인도에서는 점점 찬드를 지지하는 목소리가 커진다.

찬드가 IAAF와 법적 분쟁을 벌일 때 인도 육상전문가는 "우사인 볼트가 키가 커서 달리기를 잘한다면 공정한 경기를 위해 다리를 잘라야 하나"고 말해 화제를 모았다.

당시에는 인도에서조차 "왜 찬드를 볼트에 비유하나"라는 목소리가 나왔다.하지만 이제 인도는 "찬드는 공정하게 경쟁하는 선수"라고 강조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