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문의장 "문대통령, 9월 2일 이후 여야 5당 대표 만날 것"

"협치 위해 野 만나시라 했다…바른미래 당대표 선출 후 회동한다 해"
"대의명분·투명한 절차·타이밍이 협치 3원칙…사람 빼오기는 의미 없어"
문희상 국회의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다음 달 2일 바른미래당 당대표 선출 이후 여야 5당 대표를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문 의장은 30일 국회에서 한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의장 취임 후 문 대통령이 축하 전화로 '빠른 시간 안에 뵙자. 5부 요인과 (만남이) 예정돼있다'고 해 '진짜 협치는 야당을 만나시는 것'이라고 했고, 문 대통령은 '그것도 예정돼있다'고 하셨다"며 이같이 밝혔다.

문 의장은 "국민의 지지를 받지 않는 연대와 단일화는 안 된다.

사람 빼오기 같은 것은 의미가 없다"며 대의명분, 절차적 투명성, 적절한 시기 등을 충족하는 협치 구상을 밝히기도 했다.다음은 문 의장과의 문답 요지이다.

-- 정기국회를 비롯한 국회 운영 구상은.
▲ 상임위원회 소위를 다변화, 활성화해야 한다.

미국 의회의 동아태소위처럼 관련 현안을 다루고 청문회도 하고 예산도 세우면서 모든 걸 쏟아내도록 해야 한다.통일·외교 분야나 지역별로 소위를 만들면 정부와 손발을 맞춰 의회외교도 지원할 수 있다.

소위를 정례화하면 1년 상시 국회가 된다.

이번 주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 소위 활성화를 위한 법안을 마련해 운영위에 제안했다.-- 협치가 화두다.

협치를 위해선 어떤 게 필요한가.

▲ 일단 대통령이나 국민의 국회에 대한 신뢰가 있어야 하고, 협상 당사자들은 역지사지가 필요하다.

협치에는 세 가지 원칙이 있다.

첫째는 대의명분이다.

국민의 지지를 받지 않는 연대와 단일화는 안 된다.

사람 빼오기 같은 건 의미없다.

어느 사람을 장관 줄 테니 데려오라 해 협치를 해봤지만 다 실패로 끝났다.

둘째는 절차적으로 투명해야 한다.

정책연합은 과거 DJP(김대중·김종필) 때 성공사례가 있다.

정책연합을 먼저 하고 수순을 밟아가 양쪽 대의기구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밀실야합, 도로아미타불이 된다.

셋째는 타이밍이 맞아야 한다.

지금은 천재일우의 기회다.

촛불혁명을 민족사적으로 마무리지어야 한다.

1년 전만 해도 상상하지 못했던 한반도 평화가 기적같이 눈앞에 와있다.

이 기회를 살려 협치하는 것이 20대 후반기 국회의 숙명이다.

놓치면 천추의 한이 된다.

-- 판문점선언 비준동의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 어떻게 해서든 사명감으로 해야 한다.

각 당 대표와 원내대표들을 만날 때마다 계속 얘기하고 있다.

3차 남북정상회담이 9월 중순 이후인데 힘을 줘야 한다.

'우리는 하나다'라는 것을 보여줘야 미국에 목소리도 낼 수 있다.

가능한 한 9월 9일 이후, 대통령의 평양 방문 직전에 극적으로 처리하고 여야 의원들이 평양에 동행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모습이다.

표결로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표결에 대한 언급이 나온 것은, 법제처 유권해석으로 비준동의 문제가 국회에 올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만장일치로 통과되면 가장 좋지만 국회가 마지막에 해야 하는 것은 표결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 문재인 대통령의 지난 1년은 어떻게 보나.

▲ 문 대통령이 적폐청산 문제를 잘 처리했고 그만큼 국민적 지지기반도 확충됐다.

이제는 그런 것들이 제도적으로 마무리되어야 하는 시기다.

청와대의 계절이 아니고 국회의 계절이다.

특히 20대 국회 후반기에서 개혁입법 개혁 등을 마무리해야 촛불혁명이 제도화되고 단단한 동력이 생긴다.

북미 관계에 있어서도 문 대통령은 살얼음 같은 분위기에서도 뚜벅뚜벅 가면서 양측의 신뢰를 얻으며 '복덕방' 역할을 잘 해왔다.

100년 뒤쯤 에이브러햄 링컨처럼 평가받을 것이다.

앞으로 어떤 대통령이 있을진 모르지만 이렇게 더 할 수 있는 대통령은 있을 것 같지 않다.

-- 노무현정부 청와대 초대 비서실장으로서 문 대통령과 남다른 인연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취임 후 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어떤 이야기를 했나.

▲ 의장 취임 후 대통령께서 전화로 '아주 잘됐다.

축하한다'고 하고 '빠른 시간 안에 뵙자. 5부 요인과 (만남이) 예정돼있다.

협치는 아주 잘하신 일'이라고 하셨다.

그래서 내가 '진짜 협치는 5부 요인을 만나는 것이 아니라 야당을 만나시는 것'이라고 말씀드렸다.

그랬더니 '그것도 다 예정돼있다'고 하시더라. 문 대통령이 여야 원내대표들은 이미 만났고, 바른미래당 당대표가 다음 달 2일 결정되는데 그 뒤에 당대표들을 만나실 것이고, 그게 잘 되면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에 여야 의원이 같이 가는 방안이 나올 수도 있다.

나는 다음 달 5일에 여야 5당 대표를 만날 예정이다.

-- 문 대통령과 관련된 과거 에피소드는 어떤 것이 있나.

▲ 문 대통령을 참여정부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발탁했을 때 나는 반대했다.

선한 얼굴과 눈으로 과연 검찰개혁을 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의구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 국회 특수활동비 문제로 상당한 논란이 있었다.

▲ 외교·안보 등 특활비의 원래 목적에 부합하는 것들을 제외하고는 전액 반납이다.

내년에는 아예 관련 예산이 없다.

국회 사무총장이 특활비와 상관없이도 예산이 낭비되는 부분이 있는지를 꼼꼼하게 찾아 줄이려 노력하고 있다.

이렇게 아낀 돈을 꼭 필요한 기관 운영비, 상임위 운영비 등으로 쓸 수 있다.

내년에는 업무추진비를 올려야 할 상황이면 조금 올리겠다.

전체적으로는 줄어드는 것이다.

-- 취임 일성으로 얘기했던 선거제도 개혁 전망은.
▲ 그 문제는 여야가 첨예하게 갈리지 않고 기본적인 합의가 있다.

정당 득표율로 정당 의석수를 정한 뒤 지역구 당선인이 모자라면 나머지를 비례대표로 채워 넣는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가장 적합하다.

지역구 의원이 득표율에 비례해 많은 경우에는 의원 정수를 늘릴 수 있다.

개헌과도 연계돼있는 작업이다.

국회에서 합의한 뒤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

전체 의원 세비 '쿼터'를 정해놓고 의원 수가 늘어도 그 범위를 유지하게 하는 등 방법이 있을 수 있다.

-- 개헌에 대한 생각은.
▲ 개헌은 돼야 한다.

국민이 원하고, 제왕적 대통령의 권력, 권력의 집중 현상을 분산해야 한다는 원칙적 합의가 여야 간에 있다.

합의만 하면 된다.

촛불혁명은 제왕적 대통령 때문에 국정농단 비선실세 문제가 일어났기에 일어난 것이다.

혁명 정신을 살리기 위해서라도 개헌을 통해 권력을 분산해야 한다.

내각 책임제는 국민이 불안해한다.

그러나 대통령이 총리에게 실질적 권한을 주거나, 특검 후보처럼 국회에서 총리 후보를 두 명 올려 대통령이 선택하게 하는 방안 등도 있을 수 있다.

수평적 권력 분산 이외에도 지방자치를 활성화해 수직적으로 권력을 분산하는 방법도 있다.

-- 국회 선진화법 개정 필요성이 여권에서 제기되는데.
▲ 선진화법에 문제가 있다고는 생각하지만 덮어놓고 바꾸자는 태도는 안된다.

선진화법을 만들 당시 국회에는 눈 뜨고는 못 볼 '목불인견' 장면이 많았다.

'동물국회'라는 소리까지 듣지 않았나.

신속처리제도 요건을 완화하는 등 선진화법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개선해야 한다.대동소이한 개선 방안을 담은 여야 의원들의 법안 발의가 이뤄진 상황에서 결심만 하면 가능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