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엔 문화산업 스타트업밸리, 태백엔 광산 테마파크… 쇠락한 도심 되살린다

정부, 도시재생 뉴딜 사업 99곳 선정…8조 투입

내년부터 사업 본격 착수
집값 급등 자극 우려에
서울 대형 사업은 배제
정부가 31일 쇠퇴한 구도심 등을 활성화하기 위해 ‘도시재생 뉴딜사업지’ 총 99곳을 선정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왼쪽 네 번째)이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도시재생특별위원회에 참석해 대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광주광역시 중흥동에 있는 광주역 주변은 활기를 잃어가고 있다. 2015년 호남고속철도가 개통하자 고속열차(KTX)가 정차하는 송정역으로 사람들이 몰려서다. 정부와 광주시는 이 일대 50만㎡에서 도시재생사업을 하기로 했다. 민간 투자를 포함해 내년부터 2024년까지 약 1조원을 투입해 창의문화산업 경제거점을 조성할 계획이다. 문화콘텐츠 분야의 창업을 지원하는 공간인 ‘스테이션G’를 조성하고, 청년들의 창업을 지원하는 ‘도시재생 창업은행’을 운영할 예정이다.

정부는 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도시재생특별위원회를 열고 올해 도시재생 뉴딜사업 총 99곳을 선정했다. 지난해에는 시범사업지 68곳을 발표했다.◆태백에 광산테마파크 조성

이번에 선정된 도시재생 뉴딜사업지는 유형별로 우리동네살리기 17곳, 주거지지원형 28곳, 일반근린형 34곳, 중심시가지형 17곳, 경제기반형 3곳 등이다. 도시재생 뉴딜은 사업 종류와 면적 등에 따라 우리동네살리기(5만㎡ 미만), 주거지지원형(5만~10만㎡), 일반근린형(10만~15만㎡), 중심시가지형(20만㎡), 경제기반형(50만㎡) 등 5개 유형으로 나뉜다. 우리동네살리기, 주거지원형, 일반근린형은 주거환경 개선에 초점을 맞춘 중소형 사업이다. 중심시가지형과 경제기반형은 공기업이나 광역시·도가 제안한 대형 사업이다.

사업 주체들이 제안한 총사업비는 국비 9738억원을 포함해 지방비, 민간투자 등 총 7조9111억원이다. 국비 지원사항을 확정한 활성화 계획을 수립해 내년 상반기에 착공하는 게 정부 목표다.강원 태백에선 폐광시설을 광산테마파크와 스마트팜으로 바꾸는 경제기반형 사업을 추진한다. 그동안 방치됐던 탄광 훈련원을 산림 재생에너지 발전소 공원으로 조성하고, 노후탄광 아파트를 사물인터넷 기술을 이용하는 농장으로 재생할 계획이다. 정부는 이곳을 한국의 ‘촐페라인(Zollverein)’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유럽 최대 탄광인 독일 촐페라인은 폐광 이후 쇠퇴했으나 도시재생을 통해 100만㎡ 규모의 문화예술 복합단지로 변신했다.

해양수산부와 경북 포항시는 항만재개발 사업과 도시재생 뉴딜을 연계해 포항항의 항만재개발 지역을 해양레저관광 거점공간으로 조성한다. 한국관광공사는 경남 남해군과 함께 도시재생지원센터를 직접 운영하면서 관광콘텐츠 개발, 주민 관광교육 등 관광중심형 도시재생을 추진한다. 강원 삼척시는 공실인 모텔 건물을 매입한 후 리모델링해 창업연구실, 셰어하우스 등 지역 내 상인과 청년을 위한 ‘청년 혁신 어울림플랫폼’을 구축한다.

대학타운형 도시재생 사업으로는 대구 북구 경북대(중심시가지형), 광주 북구 전남대(중심시가지형) 등 4곳이 선정됐다. 지역 내 대학과 지방자치단체가 함께 지역 청년의 창업을 지원하고 인근 환경을 개선한다.정부는 이와 함께 64개 지역에서 공공임대 주택 6265가구를 공급할 계획이다. 62곳(3408가구)에서 열악한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소규모 정비사업과 집수리사업을 시행한다.
◆서울에선 대형 사업 배제

최근 집값이 급등한 서울에선 중랑구 묵2동 일반근린형과 은평구 불광2동 주거지지원형 사업, 금천구 독산1동 우리동네살리기 등 소규모 도시재생 사업지 7곳이 선정됐다. 작년 시범사업지 선정에서는 원천 배제됐다. 올해는 대형 사업지들이 막판에 빠졌다. 서울시는 올해 대형 사업으로 동대문구 장안평 차시장과 홍릉, 청량리 제기동, 종로구 세운상가, 금천구 독산동 우시장 등 5곳을 신청했다. 국토교통부는 장안평, 세운상가, 독산동 우시장 등 3곳을 후보지로 뽑았다. 하지만 이날 도시재생특별위원회에선 집값을 자극할 우려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대상에서 제외했다. 정부는 사업 추진이 부진하거나 부동산 시장이 과열되면 사업 선정을 취소하거나 이듬해 사업 선정 과정에서 불이익을 줄 계획이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