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리네 민박' 꿈꿨다가 육지로 되돌아간 10人의 충고
입력
수정
지면A26
"비싼 물가에 원주민 눈총까지…제주살이 힘들어"“인터넷 카페에서 글을 읽다 보면 이런 게 많았어요. TV에서 먹방이든 이효리든 (중략) 너무 많이 보다 보니까 제주도가 전부 동경의 대상이 된 거예요.”(50대 남성, 자영업, 제주 7년 거주)
제주 귀촌열풍 이건 알고가자
땅값 치솟아 농사 짓기 어려워
주거비도 크게 높아져 '부담'
월급으로 생활 힘들다는 의견도
"무사 내려완?" 언어 장벽 등 장기 정착 걸림돌로 꼽혀
“제주도를 동경했어요. 제일 중요한 건 바다. 그리고 사람들이 다니는 걸 보면 자유로워 보였거든요. 빌딩도 거의 없고 편안하고 어디든 여행을 쉽게 할 수 있고.”(30대 남성, 회사원, 제주 1년6개월 거주)나도 ‘효리네 민박’에 나오는 이효리·이상순 부부처럼 살 수 있을까. 인적 드문 제주 산골 마을 한쪽에 멋진 집을 짓고 이따금 찾아오는 사람들을 맞으면서 여유 있는 삶을 꾸릴 수 있을까. 제2의 이효리·이상순을 꿈꾸며 제주로 향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2010년 증가세로 돌아선 제주도 인구는 매년 늘면서 작년에만 1만7000명이 새로 제주도로 들어갔다. ‘제주족(族)’이라는 말까지 생겼다.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여유 있는 라이프스타일에 반해 제주행을 선택하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그 이면엔 제주살이에 적응하지 못하고 다시 육지로 돌아가는 이들 역시 적지 않다. 제주도청이 제주여성가족연구원(책임연구 이화진)과 함께 제주에 왔다가 재이주를 희망하는 주민 10명을 대상으로 면접한 내용(제주도 정착주민의 지역공동체 조성을 위한 실태조사 중 일부)을 정리한다. 이들은 왜 다시 제주를 떠나고 싶어 할까.◆급상승한 땅값과 집값
재이주를 계획하고 있는 사람들은 제주 정착 과정에서 다양한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귀농인의 경우 땅값이 빠르게 오르면서 농사를 짓기 힘들어졌다는 사람이 많다. 일단 토지를 사는 게 어려워졌고 땅을 빌려서 농사를 지으려고 하더라도 장기간 빌리는 게 쉽지 않아졌다는 것이다.
“제2공항 건설 계획이 결정된 뒤 땅값 이 치솟기 시작했는데 더 이상 제 능력으로 땅을 사서 농사를 짓기엔 너무 힘들게 돼버렸어요. 제2공항 건설이 발표 나기 전 평당 60만원에 매물로 나온 땅이 하나 있었는데 갑자기 100만원이 됐어요.”(40대 남성, 농업, 2년5개월 거주)귀촌을 한 경우에도 최근 몇 년 새 주거비가 크게 올라 부담이 상당하다는 설명이다. “여기는 남편 직장에서 임시로 주는 집이라서 그냥 살고는 있는데 앞으로 계속 살려고 생각을 해보니까 집값이 너무 올랐어요. 전세라는 개념도 없고 전부 다 ‘연세(年貰)’라는 개념, 그게 좀 충격적이었어요. 보통 1년 단위로 1000만~1500만원을 줘야지 세 식구가 살 수 있는 집을 구할 수 있더라고요.”(30대 여성, 주부, 1년 거주)
◆낮은 소득과 열악한 근로 환경
제주에 취업해 이주하게 된 20~30대는 안정된 일자리보다는 지역의 젊은이가 기피하는 일자리를 얻은 경우가 많았다. 근무 환경이 열악하고 임금이 낮아 잠시 취업했다가 오래 견디지 못하고 다시 제주를 떠나는 악순환을 반복하게 된다는 분석이다. “제가 다닌 회사엔 이주민 직원이 특히 많았어요. 왜냐면 제주 사람들은 거기 안 가니까요.”(20대 남성, 1년6개월 거주)“그동안 도시에서만 살다 보니 임금은 좀 적더라도 한적하고 여유로운 삶을 생각했는데 그게 쉽지 않더라고요. 그런 직장을 구하려면 임금이 터무니없이 적어요. 생활 자체가 거의 불가능한 수준이죠.”(30대 남성, 3개월 거주)
◆언어와 문화의 벽
가장 큰 어려움은 역시 언어와 문화의 차이였다. 언어 소통의 문제가 제주 사람들과 친해지고 신뢰를 쌓는 데 현실적인 장애물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사투리를 못 알아듣는다고 많이 혼났습니다. 첫날에 제가 와서 안녕하십니까? 인사했는데 아직도 기억나는 게 무사 내려완? 이렇게 말하는 겁니다. 무사? 무사? 이렇게 막 소리를 지르는 거예요.”(20대 여성, 2년 거주)
제주도 출신이 많은 직장에서 문화적 차이 때문에 소외감을 느끼는 사례가 많았다. 특히 20~30대가 이런 어려움을 많이 토로했다. “제가 보기에는 도민끼리 챙기는 게 좀 있어요. 똑같은 위치에서 일을 시작했지만 상사가 나보다는 같은 도민에게 더 많은 피드백을 해주는 게 있더라고요.”(20대 여성, 1년6개월 거주)
“짬밥 있는 사람들은 다 제주 토박이들인데, 또 니 하다 갈 거지? 조금 하다 도망갈 거지? 그게 진짜 심했어요. 서울에서 내려오면 챙겨줘야지 이런 게 아니라 쟤 어차피 하다 갈 거니까.”(20대 남성, 1년 거주)
제주도에 이주민들이 정착하면서 겪는 어려움과 좌절에 대해 토착 제주도민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2편에서 이어집니다.FARM 고은이 기자
전문은 ☞ m.blog.naver.com/nong-up/2213342928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