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살' 민변 파워… 3부 요직 휩쓰는 '대한민국 변호사 5%'

민변 전성시대

참여정부 이어 주류 세력 부상

문 대통령은 부산지부 창립 멤버
박원순 시장·이재명 지사도 활동
대법원·헌재에도 민변 출신 발탁

"現 정부와 코드 잘 맞아 등용"
회원 1200명으로 3년 새 20%↑
지난해 5월 문재인 대통령 취임 후 진보성향 법률가 단체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출신들이 행정·입법·사법부 요직을 차지하며 ‘주류 세력’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지난 30일 개각에서 민변 출신인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여성가족부 장관에 지명됐다. 이에 앞서 지명된 이석태 헌법재판소재판관 후보자와 김선수 대법관은 민변 회장 출신이다. 민변 사무차장을 지낸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득표율 1위로 당내 최고위원이 됐다. 문 대통령을 비롯해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경기지사 등도 민변 출신이다. 행정·입법·사법부의 주요 요직에 민변 출신이 포진하고 있다. 요즘 ‘민변 천하’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행정·입법·사법권력 장악

민변은 지난해 대통령 선거 이후 대통령을 2명이나 배출하면서 노무현 정부에 이어 행정·입법·사법부 곳곳에 인재를 배출하고 있다. 행정부 수반인 문 대통령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 함께 민변 부산지부 창립 멤버다. 문 대통령은 1991년 부산·경남 지역 민변 대표를 맡아 20년 넘게 민변에서 활동하다 지난해 당선 직후 탈퇴했다. 문 대통령은 올 5월 민변 창립 30주년 기념식 당시 축전을 보내 “창립회원으로서 감회가 새롭다”며 “공정하고 정의로운 나라를 만드는 데 동반자가 돼주길 바란다”고 밝히기도 했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민변 창립 멤버였고 이재명 지사 역시 오랜 기간 민변에서 활동하며 정치의 꿈을 키워왔다.현 정부 들어 민변의 활약상은 이전 노 전 대통령 당시보다 더 두드러졌다는 게 법조계 시각이다. 정부의 입법과 소송, 검찰권을 대표하는 법무부의 경우 당초 ‘탈(脫)검찰화’를 추진했지만 민간 출신을 영입하다 보니 ‘민변화’됐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다. 법조계 주요 정책을 책임진 법무실장, 재벌 개혁의 핵심인 상법 개정을 이끄는 상사법무과장, 과거사에 대한 검찰 재수사를 촉구하는 검찰과거사위원장, 인권국장, 출입국외국인 정책본부장 등이 모두 민변 출신이다. 검찰과거사위원회는 위원 9명 중 6명이 민변이다.

이 밖에 진선미 여가부 장관 후보자와 김외숙 법제처장 역시 민변 시절부터 문 대통령과 인연을 맺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 관계자는 “변호사로서 전문성을 갖춘 데다 사상적으로 현 정부와 코드가 잘 맞기 때문에 계속 민변 출신이 등용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입법 분야에선 더불어민주당 내 법조계 출신 국회의원은 거의 민변 출신이 장악하고 있다. 이종걸 전 원내대표를 비롯해 박범계 전해철 금태섭 박주민 김해영 안호영 백혜련 전현희 등이 민변에서 활동했다. 천정배 민주평화당 의원과 박주현 바른미래당 의원도 민변 출신이다. 비례대표 의원의 경우 법조계를 대표하는 자리에는 총선 때마다 민변 출신이 선정되고 있다.사법부는 민변과 진보성향 판사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출신이 장악하고 있다. 현 정부 들어 임명된 김명수 대법원장과 박정화 대법관은 우리법 출신이고 김선수 대법관은 민변 회장을 지냈다. 노정희 대법관 역시 민변 출신이다. 이석태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는 민변 창립 멤버이자 회장 출신이다.

◆젊은 변호사들 가입 문의 급증

로스쿨 변호사들의 가입이 급증하면서 민변 회원은 2015년 1000명에서 현재 1200명으로 3년 만에 20%가량 증가했다. 임의단체 가운데 최대 규모다.전체 변호사 수(2만4000여 명)의 5%에 불과하지만 다른 보수성향의 임의단체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 규모다. 보수 성향 단체인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한변)’은 현재 200여 명 수준이다. 김준우 민변 사무차장(변호사)은 “15개나 되는 위원회에서 다양한 공익활동을 펼쳐 보람을 느낄 수 있다는 점과 ‘기수문화’가 강하지 않는 다는 점 등이 인기 비결”이라고 말했다.

민변은 ‘인권 옹호와 민주주의 기여’라는 설립 이념에만 동의한다면 꼭 진보성향이 아니더라도 활동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오세훈 전 의원 등도 과거 민변에서 활동했다.

법조계에선 민변이 이전 정권 주류세력들과 달리 정치권과 거리를 두며 쓴소리를 낼 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민변 관계자는 "‘은산분리 완화’ ‘검경수사권 조정’ 등 현 정부의 정책을 비판하는 견제 역할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