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유도 최중량급 김성민, 30대 아저씨의 멋진 반란

선수 생명 짧은 최중량급에서 7살 어린 선수 상대로 절반승 금메달
'한물갔다' 평가 뒤집고 아시안게임 우뚝
유도 남자 100㎏ 이상급은 체력 소모가 매우 심한 체급이다.몸무게가 많이 나가는 선수들이 많다 보니 쓰는 힘의 양도 다른 체급과 차원이 다르다.

이 체급 선수들은 상대적으로 부상위험에 많이 노출돼 있고, 선수 생명도 짧다.

많은 선수가 '서른'을 전후해 은퇴한다.한국 유도 중량급 간판 김성민(한국마사회·세계랭킹 10위)의 나이는 전성기가 지난 만 31세다.

그의 전성기는 2010년대 초반이었다.

김성민은 2012년 런던올림픽 준결승에 진출했고 그해와 2013년 도쿄 유도그랜드슬램에서 2연패를 차지하며 세계 최정상급 실력을 과시했다.그러나 김성민은 조금씩 내리막길을 걸었다.

젊고 힘 좋은 선수들이 끊임없이 치고 올라오자 버텨내지 못했다.

특히 2016년 리우올림픽을 기점으로 하락세를 탔다.그는 리우올림픽 16강에서 탈락했고, 2017년 세계선수대회에선 2회전에서 떨어졌다.

모두들 김성민을 두고 '한물갔다'고 했다.

최악의 일들은 한꺼번에 온다고 했던가.

소속팀이었던 양주시청은 리우올림픽에 나간 선수들이 부진한 성적에 그치자 지난해 3월 홍보 효과가 작다는 판단을 내려 팀을 해체하기도 했다.

책임감이 강하기로 유명한 김성민으로선 말 못한 심적 고통을 겪었다.

김성민은 포기하지 않았다.

모든 것을 잊고 그저 묵묵히 훈련에 전념했다.

최악의 폭염이 기승을 부린 올해 여름 진천선수촌에서 그 누구보다 많은 땀을 흘렸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자존심을 회복하겠다는 일념으로 끈질기게 이를 악물었다.

그는 31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아시안게임 남자 100㎏ 이상급 준결승에서 '숙적' 일본 오지타니 다케시(19위)를 만났다.

경기 도중 그는 오른팔을 다쳤다.

다케시가 금지기술인 겨드랑이 대팔꺾기 기술을 시도해 오른팔에 무리가 갔다.

김성민은 다케시의 반칙패로 결승에 진출했지만, 성치 않은 팔로 몽골 울지바야르 두렌바야르(11위)와 승부를 펼쳐야 했다.

그는 자신보다 7살이 어린 두렌바야르를 상대로 투혼을 발휘했다.

경기 시작 1분 20초에 결정적인 허리후리기로 상대를 쓰러뜨리며 포효했다.

그는 종료 버저가 울리자 그제야 활짝 웃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자신에게 보내는 최고의 찬사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