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코트 위의 작은 통일… 여자농구 '코리아' 감동의 한 달

손발 맞춘 지 한 달 만에 은메달 합작
여자농구 대표팀 선수들과 북측에서 온 로숙영, 장미경, 김혜연이 2018 자카르타 팔렘방·아시안게임 준비를 위해 만난 것은 지금부터 꼭 한 달 전이었다.지난달 1일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만나 처음 손발을 맞췄다.

어색함은 없었다.

이미 지난 7월 평양에서 열린 남북 통일농구에서 얼굴을 익히고 함께 코트에 섰던 사이였다.10여 일을 짧은 훈련을 마친 단일팀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로 떠났고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인도네시아를 완파하며 종합대회 남북 단일팀 사상 첫 승리를 기록했다.

실전에서 증명된 단일팀의 시너지는 기대 이상이었다.

탁월한 득점 감각을 갖춘 로숙영은 박지수(라스베이거스 에이시스)가 미처 합류하지 않은 단일팀에서 단숨에 에이스로 부상했다.굴곡도 있었다.

조별리그 2차전에서 단일팀의 대만과의 연장 접전 끝에 2점 차로 패했다.

이문규 단일팀 감독은 짧은 연습기간 탓에 수비 사인이 잘 맞지 않은 것을 패인으로 지적했다.삐걱댔던 단일팀은 그러나 연습기간이 길어지고 경기를 거듭할수록 눈에 띄게 조직력이 좋아졌고 '한 팀'이 됐다.
4강에선 박지수까지 합류했다.

박지수와 로숙영의 '트윈타워'는 결승 문턱에서 다시 만난 대만을 가뿐하게 제압하며 위력을 발휘했다.

박지수는 "(로)숙영 언니가 원래 공격을 잘하는 선수라 제가 굳이 공격하지 않아도 되니 무척 편했다"고 했고 로숙영은 "방어할 때 제가 키가 작아서 키 큰 (상대) 선수가 있으면 불편했는데, 지수 선수가 다 막아주니 쉽다"고 했다.

비록 1일 결승에선 중국에 막혀 금메달을 놓쳤지만 단일팀은 어려운 중국을 상대로 마지막까지 투혼을 발휘해 감동을 줬다.
길지 않은 한 달 동안 선수들 사이엔 이질감이 없었다.

처음엔 농구 용어가 서로 달라 소통에 문제점이 있기도 했지만 잠시였다.

비슷한 또래의 선수들은 스스럼없이 언니·동생 사이가 돼 우정을 나눴다.

코트 위에서 오래 함께 뛴 동료처럼 손발을 맞추고 벤치에 있을 땐 나란히 앉아 한마음으로 응원하는 남북 선수들에게선 불과 한 달 전에야 한솥밥을 먹은 사이라는 것이 느껴지지 않았다.

한 달간 코트 위에서 뜨거운 동료애를 나눈 선수들은 이제 남과 북으로 돌아가지만 이별은 길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오는 10월 이번엔 서울에서 남북 통일농구가 다시 한 번 열릴 예정이라 선수들은 곧 다시 동료로, 경쟁자로 만나게 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