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 페소 가치 폭락 진정세… S&P 신용전망 '부정적' 하향

중앙은행 시장개입·IMF의 정부정책 지지로 시장 일단 '진정'
아르헨 정부-IMF, 내주 회의…IMF "지원방안 신속 결론"
아르헨티나 금융시장이 이틀간 이어진 패닉 상태에서 벗어나 안정을 되찾았다.중앙은행의 적극적인 시장 개입과 아르헨티나 정부를 향한 국제통화기금(IMF)의 신뢰가 투자심리 회복에 일조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아르헨티나 국가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금융위기 진정세가 이어질지 주목된다.

31일(현지시간) 외환시장에서 아르헨티나 페소화는 전날보다 6.08% 하락한 달러당 37페소에 마감됐다.오전에 전날보다 3.48% 떨어진 37.8페소에 거래됐다가 오후 들어 하락폭이 확대됐다.

환율이 하락하면 통화가치가 높아짐을 의미한다.

페소 환율 진정은 중앙은행이 이날도 보유 중인 6억7천500만 달러(7천543억 원)를 매각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가운데 나타났다.현지 증권사인 코레도레스 데 캄비오에서 거래 담당 업무를 맡은 구스타보 퀸타나는 "페소가 중앙은행의 조치 덕에 회복하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에 말했다.

페소화 환율은 전날 13.12% 오른 달러당 39.25페소로 마감해 사상 최고치 기록을 갈아치웠다.

환율은 장중 한때 달러당 42페소까지 가기도 했다.중앙은행은 최근 들어 매일 5억 달러(5천587억 원)를 경매에 부치는 등 자국 통화가치 하락을 막으려고 시장 개입을 해왔다.

전날에는 자국의 페소화 가치가 급락세를 멈추지 않자 기준금리를 종전의 45%에서 세계 최고 수준인 60%로 전격 인상했다.

올해 들어 달러대비 페소화 가치는 49.59% 감소했다.

이달 들어서만 25.89% 빠졌다.

이달 하락분의 3분의 2가량은 지난 29일 마우리시오 마크리 대통령이 국제통화기금(IMF)에 500억 달러(55조5천800억 원) 중 선지급된 150억 달러(16조7천625억 원)를 제외한 구제금융을 조기에 집행해달라는 요청을 한 후 이틀간 발생했다.

투자자들이 이 요청을 아르헨티나가 내년도 재정적자에 대처하기 위한 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는 신호로 해석한 것이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다음 달 3일 내년 재정적자를 더 줄이는 것을 골자로 하는 긴축정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아르헨티나가 지난 6월 IMF와 구제금융 지원에 합의하면서 내년도 재정적자 수준을 국내총생산(GDP)의 1.3%로 제시했는데, 이보다 더 낮은 목표치를 제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강화된 긴축정책은 국민의 반발에 직면할 것으로 전망된다.

마크리 정권이 취임 후 경제 침체 속에 물가가 대폭 올랐는데도 난방비와 수도 등 각종 생활 보조금을 대폭 삭감하자 많은 서민이 반발해왔다.

대량 해고된 공무원들도 시위로 맞서고 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 자문사는 보고서에서 "정부가 설득력 있는 긴축정책을 이행하지 못한다면 페소 가치가 더 떨어져 추가 금리 인상이 이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IMF는 아르헨티나가 현재의 금융위기를 넘길 수 있을 것으로 자신했다.

게리 라이스 IMF 수석 대변인은 성명을 내 "우리는 아르헨티나 당국과 최근 시장 진전상황을 고려한 자금 지원방안을 강화하려고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며 "아르헨티나 당국의 강력한 헌신과 결단이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와 니콜라스 두호브네 아르헨티나 재무부 장관이 다음 달 4일 만나 대화를 진전시킬 것"이라며 "우리의 목표는 조속히 대화의 결론을 낸 뒤 수정된 계획안을 이사회에 제출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국제신용평가기관 스탠더스 앤드 푸어스(S&P)는 아르헨티나의 장단기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조정하고, 신용등급 관찰대상으로 지정했다.

S&P는 성명에서 "최근 아르헨티나 환율 상승 압력은 경제 조정 대책의 효과적인 이행을 위험에 빠트리고 투자자의 신뢰를 높이기 위한 추가 조치를 없앨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IMF와의 500억달러 규모 구제금융 합의 등 어려운 긴축정책을 통해 경제를 안정시키려는 아르헨티나 정부의 노력을 칭찬했다.

부정적 관찰대상은 향후에 국가신용등급이 낮아질 가능성이 높음을 의미한다.현재 S&P가 부여한 아르헨티나 장·단기 신용등급은 각각 'B+'와 'B'다.

/연합뉴스